김 교수의 예술수업 - 교양인을 위한 예술개론 김 교수의 예술수업 1
김석란 지음 / 올림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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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는 교양인을 위한 예술개론이지만 머리말에도 밝혔듯이 내용상은 현대예술의 개론이다. 저자는 프랑스 음악을 주로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다. 10개 장으로 이루어졌는데 미술, 음악, 오페라, 뮤지컬, 국악 및 과학과 결부된 예술을 소개한다. 김교수가 대학생인 자신의 아들과 대화를 통해 엮어나가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약간 작위적이지만 친근미를 더하고 평이한 화법을 통해 낯설기 그지없는 현대예술을 쉽게 이해시키고자 하는 노력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예술이 필요 이상으로 고귀함을 표방하게 되는데, 뒤샹의 레디메이드 개념은 이에 대한 거부라고 볼 수 있겠지. 즉 예술이란 대중이 도달할 수 없는 높은 곳에 위치한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 거야. (P.19)

 

현대예술은 전통적 예술개념에 대한 반발로 배태되었다. 양차 세계대전으로 대변되는 사회와 문화의 격변은 과거의 답습을 용인하지 못하였다. 상류계급만을 위한 고상한 예술, 진실과 관계없이 아름다움만을 그리는 예술을 거부하고 대중과 어울리고자 하였다. 게다가 세계화의 진전으로 아프리카, 남미 등 각국의 민속음악이 서양음악에 영향을 끼쳤으며,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신형 예술 장르도 등장하게 되었다. 자칫 일관성이 없고 다양하여 혼란스럽기 쉬운 내용을 저자는 이야기의 줄기를 잘 잡아서 귀에 쏙쏙 들게 오게 요점을 잘 정리하고 있다. 그래도 본문의 내용이 헷갈릴 경우를 위해 매 장의 말미에 2면 정도로 요약을 해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에릭 사티의 음악이 주창하는 의미, <절규>로 유명한 뭉크의 그림이 갖는 예술사적 의의를 알게 되어 기쁘다. 또한 뮤지컬의 역사를 훑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재즈와 탱고가 거쉰과 피아졸라를 통해 클래식 음악에 합류할 수 있게 되었는지 이해의 폭을 넓혔다. 물론 피아졸라의 경우 탱고의 독자성보다 클래식 음악으로 대변되는 예술음악에 대한 경도가 약간은 컸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공감하기 어려웠던 테크놀로지 예술 장르에 대해 그나마 덜 거부감이 생겼다는 점도 소득이다.

 

음악의 모더니즘은 오히려 예술음악과 대중음악의 양극화를 유발하게 되었고, 점차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결과를 가져왔어. 결국 1970년대에 이르면서 청중과의 소통에서 유리된 모더니즘 음악은 그 힘을 잃게 되었지. (P.142)

 

클래식 음악 애호가로서 현대음악이 지나친 예술음악을 지향하여 대중과 유리된 점을 언급한 대목에서 심히 공감한다. 청자 없는 음악은 무의미하며, 독자 없는 글은 무가치하다. 나만의 고고한 예술세계를 대중이 몰라준다고 원망만 하지 말고, 혼자만의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각성이 필요하다. 한편 국악을 다룬 장은 현대 국악보다는 국악 자체의 소개에 치우친 감이 있어 이질적이며 다소간 의무감의 반영으로 생각된다.

 

어쨌든 이 책은 현대예술에 대한 생소한 이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고 전반적 이해를 제법 깊숙이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괜찮은 안내서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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