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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마을의 어린 왕자, 모모
야엘 아쌍 지음, 김경희 옮김, 홍주미 그림 / 시소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아랍계 프랑스인, 가난한데다 식구도 많은, 이것이 모모네의 현실이다. 이름뿐인 국화마을은 실상 허름한 동네에 지나지 않는다. 누구라도 낙담하고 좌절하기 마련인 환경에서 주인공 모모는 주위의 도움으로 책을 가까이 할 수 있었다. <어린 왕자>, <방드르디, 원시의 삶>, 그리고 <자기 앞의 생>이 여기서 소개된 대표적 책들이다. 이들은 말미에 부록으로 작품 소개까지 수록되어 있어 이 책의 목적이 아이들에게 유익한 작품을 추천해 주려는 의도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다.
모모는 책 외에 에두아 할아버지도 친구로 사귄다. 모모의 아지트인 마을 끝 작은 언덕에서. 모모가 책을 읽지 않았다면 그저 스쳐지나가는 존재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둘은 진부하지만 나이와 인종을 초월한 우정을 나눈다.
가끔은 친구가 가족보다 더 중요하기도 합니다. 가족은 우리가 이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이미 만들어져 있고, 또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것이지만, 친구는 친해지고 싶은 대상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P.124)
모모를 왕자님이라 칭하는 엉뚱한 에두아 할아버지. 두 사람은 황량한 국화마을을 진짜 국화마을로 탈바꿈하는 노력을 시도한다. 모모와 에두아 할아버지의 우정은 <자기 앞의 생>의 모모와 로자 아줌마의 그것과 흡사하다. 둘 다 세상을 떠난다는 설정도 마찬가지고. 다만 여기서의 모모는 좀 더 의연하다. 다른 모모와는 달리 여기서의 모모는 혼자가 아니므로.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에두아 할아버지. 모모는 그가 세상과의 끈을 놓지 않도록 자주 방문하며 시간을 함께 보내곤 한다. 서서히 세상에서 멀어지는 할아버지와 사고로 자신감을 잃어 스스로 영원히 입을 다문 모모의 아빠. 세상은 이른바 정상과 다른 이들을 틀 지워놓고 소외시킨 후 안도의 숨을 내쉰다.
이 책은 우정의 이야기다. 나이, 인종, 외모와 건강 등을 환경 요인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순수한 이해와 공감이 우정의 왕도임을 알려준다. 모모와 에두아 할아버지뿐만 아니라 모모와 수아드가 그러하다. 그러고 보면 책 중에 소개된 세 편의 작품도 모두 우정을 다루고 있음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에두아 할아버지가 기쁨과 행복을 품은 채 세상을 떠났음은 할아버지 딸의 전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모모는 곧장 언덕으로 가 자기만의 무인도로 떠난다. 우리는 알고 있다. 그가 무인도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지 않고 곧 국화마을로 되돌아올 것임을. 그는 과거의 모모가 아니다. 좋은 책과 좋은 인연을 통해 모모의 내면은 더 이상 상상의 도피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 작품을 통해 <방드르디>와 <자기 앞의 생>을 비로소 알게 된 점은 개인적 소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