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부시집
곽천무 지음, 강필임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악부 시선집은 모두 세 종류다. <악부시선>(명문당), <악부민가>(문이재), 그리고 이 책이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은 <악부시집>의 원전을 가장 충실히 따르고 있는 점에서 독특하다. 악부시는 송대 곽무천이 편집한 <악부시집>이 근원적인 텍스트다. 이 책은 원전에서 약 1%를 발췌해 번역했다고 편집자 일러두기에서 밝히고 있다. 원전이 워낙 방대해서 그렇지 이 책에 수록된 편수도 45편이므로 시선집치고 적은 편은 아니다. 구성은 서두의 <악부시집> 해설에 이어 각 작품의 번역문과 원문, 그리고 작품별 해제를 추가하고 있다. 원문의 독음은 붙이지 않았지만, 주석을 비교적 상세히 달아 이해에 도움이 되게 하였다.

 

악부시 중에서 보편적 호소력을 지니고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는 것은 아무래도 민가에 해당하는 유형이다. 악부의 유래가 민심을 파악하기 위한 민가의 수집에 있었다고 볼 때, 악부시의 진면모는 민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다만, <시경>의 핵심이 국풍이라고 해서 소아’, ‘대아을 외면해서는 <시경>의 전모를 알 수 없는 것처럼 민가에 해당하는 상화가사청상가사만 편중하여 곽무천이 구분한 12분류를 무시한다면 <악부시집>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악부의 기능 중 하나가 왕실에서 연회와 제사 등에 사용할 노래를 창작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책은 원전의 분류 체계에 따라 작품을 골고루 수록하여 비단 민가로서의 대중적인 악부시외에 <악부시집> 전체를 조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여타 시선집에 등장하지 않는 민가 외의 작품이 20여 편이나 들어있는 점은 참신하다. 여기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두보, 이백, 백거이 등의 악부시도 포함되어 있다.

 

일단 고취곡사, 상화가사와 청상곡사에 실린 노래들은 성 남쪽에서 싸우다하늘이시여’, ‘강남’, ‘길가의 뽕나무’, ‘서문행’, ‘동문행’, ‘병든 아내의 노래자야가등 비교적 친숙한 노래들이다. ‘목란의 노래는 횡취곡사에 들어가 있다. 당대인들의 가장 큰 관심영역인 전쟁, 가난 및 사랑이 가감없이 반영되어 시대상을 잘 보여준다. ‘병든 아내의 노래의 가난, ‘백두음의 사랑, 그리고 병졸 아낙의 슬픔의 전쟁이 유달리 인상적이다.

 

한고조의 큰바람이 일다와 조식의 백마편은 역사 속 인물이 먼지 낀 박제에서 벗어나 되살아난 듯 반가움이 앞선다. 채염의 호가십팔박역시 삼국지와 관련 있는 여성 인물로서 자신의 기구한 삶을 노래하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13번째 곡만 수록하고 있다. 그 사연이 너무나 애처로워서 인터넷을 통해 나머지 전곡도 다 찾아볼 수밖에 없을 정도다.

 

악부시는 형식과 내용면에서 <시경>과 당시(唐詩)를 잇는 중요한 기여를 하였다. 형식에서는 <시경>의 사언시에서 벗어나 후대 시의 전형인 오언시의 선구자가 되었다. 내용에서는 시적 기교에 매몰되어 참다운 시 정신을 잃어버린 당시(唐詩)를 일신하기 위한 백거이 등의 신악부 운동으로 드러났다. 귀족들의 우미하고 세련된 정형화된 소재가 아니라 인간 본연의 감정과 대중들의 적나라한 삶을 소재로 삼아 시적 역동성을 갖추게 된 것이다.

 

채시관-앞 시대의 멸망 원인을 살펴보다를 보면 백거이가 건강한 악부시의 가치를 어디에 두었는지 알 수 있다.

 

교묘의 제사곡들을 임금을 찬미하고

악부의 농염한 가사는 임금을 기쁘게 했을 뿐,

암시하고 건의하고 풍자하는 말은

천 편 만 구 중 한 자도 없었다네.

......

임금님, 임금님, 이 말씀을 들으소서.

가려진 귀와 눈을 열어 민심을 알고자 한다면

먼저 노래를 들어 풍자의 뜻을 찾아야 합니다. (P.179~180)

 

 

<악부민가>(문이재), <악부시선>(명문당), <악부시집>(지만지)에 수록된 악부시의 편명과 작품수를 확인하여 비교표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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