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멋대로 친구 뽑기 내 멋대로 뽑기
최은옥 지음, 김무연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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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책꽂이를 정리하다가 찾은 책이다. 이전에 친구에게 선물로 받았다고 한다. 표지가 작품 내용을 한눈에 알려준다. 재미있는 친구, 마음씨 착한 친구, 운동 잘하는 친구, 똑똑한 친구, 말 잘 들어주는 친구가 들어있는 자판기. 원하는 친구를 아무거나 골라서 뽑으면 된다. 사람마다 원하는 친구 유형은 제각기 다를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태우는 매우 자기중심적이다. 축구를 잘 못하는 친구가 얄밉고, 새치기 봐주지 않는 친구도 괘씸하다. 맛있는 돈가스를 급식에서 더 주지 않는 친구에게 화가 나며, 조용하고 평범한 짝꿍이 탐탁지 않다. 그는 자신의 주위에 멋진 친구가 없어서 짜증난다.

 

놀이공원 자판기에서 뽑은 친구들도 잠시만 만족스러울 뿐 이내 싫증이 난다. 태우가 원하는 한 가지 특기만 뛰어날 뿐 다른 면은 전혀 꽝이다. 머리회전이 빠른 사람이라면 이 모든 것을 다 갖춘 친구라고 외치겠지만, 그러면 동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동화는 항상 깨우침과 교훈을 목적한다.

 

나이 들어 주위를 둘러보면 불현 듯 외로움을 느끼기 십상이다. 언제나 영원할 것처럼 우정을 외치고 나날을 같이하던 친구들은 모두 사라진다.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속 깊은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단 한 명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속마음과는 달리 어색한 미소를 띤 채 입에 발린 소리만 늘어놓으며 낄낄거리는 게 우리네 인생사다.

 

나랑 오래오래 함께 있어 줄 수 있는 친구!” (P.81)

 

준수가 훨씬 더 현명하게 생각되는 까닭은 친구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아서이다. 친구가 친구인 것은 결코 잘나서가 아니다. 준수는 태우보다 더욱 절실하다.

 

요새 아이는 친구를 만들고 어울릴 기회가 적다. 빡빡한 조기교육과 개인주의적 놀이문화가 한자녀 가족 풍조가 어울려 빚어낸 현상이다. 언젠가는 친구를 그닥 필요로 하지 않게 될지 모른다. 그렇다면 자판기에서나마 친구를 구하려고 애쓰는 태우의 행동마저 정말로 귀한 장면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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