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와 초콜릿 공장 (양장) - 로알드 달 베스트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앞서 본 동명의 영화의 잔상이 뇌리하게 강렬하게 남아 있다. 원작소설 읽기에는 대체로 불리한 게 일반적이지만 이 경우는 유익한 점도 있다. 무엇보다 화려한 색채의 그로테스크함과 색채들의 선명한 대비는 상상력을 시각화하는 영상의 장점이다. 그만큼 이 소설에서 색채적 효과는 두드러진다. 초콜릿 공장뿐만 아니라 찰리의 가족과 집에서도.

 

작품은 현실을 기반한 듯 하면서 기이한 상상을 불어넣고 있다. 윌리 웡커는 초콜릿 공장을 일행에게 안내하면서 무엇이 바쁜지 연신 달음박질 한다. 언뜻 지적으로 뛰어난 듯 보이지만 허술한 구석이 노골적이다. 게다가 움파룸파 사람들이라니. 지리 교사인 솔트 부인이 알지 못하는 움파룸파에 대해 웡커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희한한 얘기만 늘어놓는다. 불리하거나 원치 않을 경우에는 슬그머니 못들은 척 외면하는 습관이 곧 알 수 있다.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는 움파룸파 사람들의 노래를 통해 명백하다. 멍청한 욕심쟁이 아우구스투스 굴룹, 껌만 씹어대는 버르장머리 없고 못돼 먹은 바이올렛 뷰리가드, 버르장머리 없는 버루카 솔트, 텔레비전만 보는 마이크 티비. 특히 버루카 솔트와 마이크 티비는 그 책임이 부모에게 있음을 강조한다. 웡커가 어리석은 네 친구들이라고 부른 네 아이는 결국 중간에 탈락하고 찰리만이 끝까지 남는다. 찰리가 남게 된 이유는 네 아이와 비교하면 쉽사리 이해할 수 있다. 그가 사고와 행동 면에서 다른 아이들과 전혀 다르다는 점은 비교적 길게 소개된 찰리의 가족관계와 어려운 가정형편, 그리고 웡커의 특별한 초대장을 얻기 위한 노력에 동참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통해 분명하다.

 

이 작품이 발표된 1960년대는 미국이 대량생산 체제 중심의 자본주의 경제가 극도로 발전을 거듭하며 경제적으로 세계 초강대국으로 거듭나던 시절이다. 또한 사회에서 전통적 가치관이 쇠퇴하고 자유분방함이 최고의 덕목을 떠오르던 시절이다. 이를 감안하면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추론이 가능하다. 극심해지는 빈부의 격차와 사회적 가치의 불안정을 찰리네 가족과 네 아이들 가족으로 전형화하고 있다. 처음 네 장의 초대장이 발견되었을 때 이들에 대한 뉴스를 접한 찰리네 가족의 반응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또한 웡커가 찰리에게 대하는 태도가 나머지 아이들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음을 우리는 쉽게 알 수 있다. 찰리의 질문에는 친절하게 답하는 반면, 다른 아이들의 말은 무시하거나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특히 마이크 티비에게 유독 정도가 심하다. 이로써 웡커가 찰리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는 점과 마지막 승자가 찰리임은 예정된 수순이라고 볼 수 있다. 모든 동화의 공통점인 행복한 결말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작품이 현대 미국의 대표적 동화로 성공한 연유는 무엇보다 초콜릿의 힘이 크다. 각양각색의 초콜릿과 사탕, 껌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군것질거리를 소재로 하여 여기에 초콜릿 폭포와 강, 텔레비전 초콜릿, 식사대용 껌 등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결부하였으니 독자들이 열광하지 않을 수 없다. 대놓고 지적하는 따끔한 교훈과 훈계마저도 거부감을 없앨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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