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작품을 평가할 만한 입장도 아니지만 평범한 시민의 눈에는 작가의 의도라는 것이 전혀 읽히지 않는다. 일베를 상징하는 손짓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는 것을 보고 일베의 자유를 옹호하는 것인지 일베의 자유를 비판하는 것인지 알 도리가 없고, 단지 그럴싸하게 붙여놓은 제목을 보고서야 표현하고자 했던 뜻을 대강 짐작할 뿐인데 그조차도 일베를 둘러싼 사회현상을 제대로 담아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차라리 논란과 비난까지도 충분히 계획되어 저 새하얀 조형물이 어떻게 더럽혀지고 망가지는지 어떤 말과 어떤 욕설이 쏟아지는지까지가 본인 작품의 범위였다면 조각과 퍼포먼스의 훌륭한 결합이 될 수 있었을 것 같다. 처음 저 조형물을 기사로 접했을 때 그런 거 아닐까 생각을 했는데... 현실은 허무한 정치적 공방을 거쳐 사법(을 가장한 정권지향)적 해결 수순으로 가는 듯하다. 작품은 파손되어 다른 곳에 보관중이라고 하고 작가는 조형물을 쓰러뜨린 학생들을 고발했다. 훼손되었다면 훼손된 채로 두는 것이 작품성(?)을 살리는 길이었을 것 같고, 학생들을 고발하지 않고 그들 역시 내 작품의 일부라고 말할 수 있는 깜냥이 있었다면 좀 많이 멋있었을텐데. 표현의 자유니 외국사례니 나까지 떠들고 싶지는 않고 그냥 개인적으로 이런 부분이 아쉽다. 이 사람 크게 될 사람이다, 라고 생각하고 싶었던 내 멋대로의 소망이 처참히 무너진 데 대한 내 멋대로의 배신감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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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06-02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건이 난 후에야 이 조형물의 존재를 알았어요. 저에게도 작가의 의도는 전해지지 않는데요.
흠.... 점점 더 일베가 궁금해지는 요즘입니다.
더하여 이젠 작가도 궁금해지는...

건조기후 2016-06-02 16:39   좋아요 0 | URL
조형물을 둘러싼 논란 이전에 조형물 자체에 아무런 느낌이 없으니.. 이런 게 예술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아서 학교 정문에 설치됐는지도 이해가 안 가고요. 작가는 홍대 조소과 졸업반 학생이라고 하더라고요.

transient-guest 2016-06-04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위 예술한다는 사람들이 가끔씩 예술 = 무소불휘의 권력처럼 보거나, 표현의 자유는 다른 모든 권리에 앞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 봅니다. 저딴건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더라도 허락될 수 없는 것인데, 그딴 논리를 내세운 학생의 의도가 불순하다는 생각 외엔 다른게 떠오르지 않네요. 나찌의 갈고리 십자가를 예루살렘에 걸고 예술이라고 하는 사람은 아마 그 자리에서 총맞고 죽을겁니다. 포르노가 예술이 아닌 것처럼...예술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따위 물건이 예술이 아닌건 알 수 있죠..저걸 허락해준 교수의 수준도 심히 의심스럽습니다.

건조기후 2016-06-05 00:36   좋아요 0 | URL
저기도 누가 붙여놨더라고요.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인 게 아니라고. 약자를 혐오하고 공격할 자유도 자유라고 인정하는 것이 무슨 예술인지... 작가 자신이 일베이거나 어설프게 사회적 메세지 담으려다 포인트 잘못 잡고 망한 케이스라고 봐요.

루쉰P 2016-06-24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준만 교수도 얘기했지만 외국에서는 인격모독적 범죄에 대해서는 엄하게 처벌한다고 해요. 근데 왜 우리는 일베라는 것을 표현의 자유라는 이유로 감싸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요. 정말 강하게 나가야 할 때 무르고, 위안부 할머니들이나 지켜줘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강하게 나가는 처사를 보면 미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나 저런 조형물이 버젓이 대학교에 전시되고 뭔가 정상적이지 않은 사회이지 않을까란 생각이 많이 들어요...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자주 찾아오지 못 해 죄송해여 ㅎㅎㅎ:

건조기후 2016-06-25 13:11   좋아요 0 | URL
인간의 기본적인 존엄성을 조롱하고 훼손하는 집단의 표현의 자유가 과연 보호가치가 있는지 저도 의문..이면서 또 한 편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정부에서는 충분히 보호하고 활용할 이유가 있는 거죠.

자주 찾아오지 않으셔도 되는 곳입니다.. 저도 자주 안 오는 걸요 ;; 서재의 친구라는 단어에 너무 부담갖지는 마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