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작품을 평가할 만한 입장도 아니지만 평범한 시민의 눈에는 작가의 의도라는 것이 전혀 읽히지 않는다. 일베를 상징하는 손짓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는 것을 보고 일베의 자유를 옹호하는 것인지 일베의 자유를 비판하는 것인지 알 도리가 없고, 단지 그럴싸하게 붙여놓은 제목을 보고서야 표현하고자 했던 뜻을 대강 짐작할 뿐인데 그조차도 일베를 둘러싼 사회현상을 제대로 담아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차라리 논란과 비난까지도 충분히 계획되어 저 새하얀 조형물이 어떻게 더럽혀지고 망가지는지 어떤 말과 어떤 욕설이 쏟아지는지까지가 본인 작품의 범위였다면 조각과 퍼포먼스의 훌륭한 결합이 될 수 있었을 것 같다. 처음 저 조형물을 기사로 접했을 때 그런 거 아닐까 생각을 했는데... 현실은 허무한 정치적 공방을 거쳐 사법(을 가장한 정권지향)적 해결 수순으로 가는 듯하다. 작품은 파손되어 다른 곳에 보관중이라고 하고 작가는 조형물을 쓰러뜨린 학생들을 고발했다. 훼손되었다면 훼손된 채로 두는 것이 작품성(?)을 살리는 길이었을 것 같고, 학생들을 고발하지 않고 그들 역시 내 작품의 일부라고 말할 수 있는 깜냥이 있었다면 좀 많이 멋있었을텐데. 표현의 자유니 외국사례니 나까지 떠들고 싶지는 않고 그냥 개인적으로 이런 부분이 아쉽다. 이 사람 크게 될 사람이다, 라고 생각하고 싶었던 내 멋대로의 소망이 처참히 무너진 데 대한 내 멋대로의 배신감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