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내밀한, 당신의 이름

저는 다락방님처럼 감성스러운 여자사람이 못 되어서 ;; "소중한 한 칸" 같은 건 만들 생각도 못했지만. 그래도 다락방님의 소중한 한 칸 같은 책들이 저에게도 당근 있지요. 보여달라 하시니 저도 재밌을 것 같아 찍어봤어요.ㅎㅎ 말 그대로 정말 책장 한 칸을 비우고 모을까 하다가 그냥 그 자리에 꽂힌 채로 찍었어요 헤헤. (그러고보니 예전에 마음산책 이벤트할 때 웬디양님이 올리셨던 페이퍼가 생각나네요. 이렇게 사진 찍는 거 재밌어요ㅎ)

      

<나의 아름다운 정원>은 제가 가장 선물을 많이 한 책이에요. 다락방님이 좋아하시는 달달한 로맨스같은 건 전혀 없는 ; 그냥 꼬마 남자아이의 성장소설인데 (이미 읽으셨을 수도 있지만..) 동구가 너무 착해서 얼마나 울고 웃었는지 몰라요.ㅠ 어휴 우리 동구...

<호밀밭의 파수꾼>은 예전에 [책의날 10문 10답] 페이퍼에서 다락방님이 여러 번 읽은 책이라고 하셨던 기억 나요. 그 때 세 권이, 이 책이랑 <위대한 개츠비>, <상실의 시대> 였죠. 세 권 제목 나란히 적혀있는 것 자체가 저도 막 감격스러웠던. ^^

<농담>이에요. 쿤데라와의 인연이 시작된 책. 쿤데라의 쿤 도 모르던 스무살 시절에, 이상문학상작품집 뒤에 붙은 엽서 뜯어서 궁시렁궁시렁 적어 보냈더니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이었어요. 정말 "농담"처럼, 별 것 아닌 엽서로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세상을 만나게 됐던 거죠. 쿤데라 옆에 누워있는 책들 중간에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가 있고 맨 위에는 살짝 고개만 내민 <올리브 키터리지>가 있어요. 다락방님의 소중한 한 칸의 일부가 저에게도 있어요.ㅎ

     

윤대녕의 <천지간>은 이상문학상 수상작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에요. 음 저렇게 쭉 사놓긴 했지만 빠짐없이 전부 읽은 것도 아니고 앞으로도 이상문학상은 계속 나오겠지만 어쨌든 지금까지는 <천지간>만큼 저를 휘저어놓은 소설이 없었어요. (물론 "이상문학상 중에서"요)

<남한산성>도 좋아해요. 솔직히 김훈을 좋아한다고까지는 말할 수가 없는 게, 그의 책을 사놓고 읽지 않은 것들이 많아요. (좀 읽지 그래;;) 하지만 남한산성은 정말 좋아요. 어쨌든 그래서 이번에 사은품 이벤트에서 김훈 소맥잔을 두 개 챙겨놨지요. 나중에 김훈 소설 좋아하는 사람 만나면 이 잔으로 같이 소맥 할 거에요. 뭐 못 만나면 혼자 마시구요.ㅋ

<오만과 편견>보다 <제인 에어>의 남주가 더 좋다, 고 하셨었죠? 저는 제인 에어는 기억이 안 나고 ;; 다아시도 좀 귀엽고 멋지지만 책을 읽었던 당시에는 엘리자베스를 몹시 좋아했어요. 엘리자베스가 저와 정말 비슷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책 꾸질한 거 보면 아시겠지만 무척 오래 전에 읽은 책인데, 지금 보면 또 생각이 달라질까 모르겠지만 아마도, 여전할 것 같아요.

  
제 방에는 책장이 6개 있는데, 방문 옆으로 붙은 책장의 맨 위칸이 말하자면 펜트하우스ㅋ에요. 제가 소중한 한 칸을 만든다면 바로 여기가 될 이 곳에 <태백산맥>이 있어요.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어나올 것 같은 다락방님 한 칸에 비하면 참 멋대가리없지만 ;; 저는 누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 뭐냐"고 물으면 <태백산맥>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와요. 물어본 사람이 좀 부담스러워할 것 같기도 해서 그냥 단권으로 된 다른 책을 말하고도 싶은데, 도저히 염상진은 내려놓을 수가 없어요. 내려지지가 않아요. 흑.     

 

 

마지막으로, 제가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진주귀고리 소녀>도 있어요. 책은 보이지 않고 책에 딸려왔던 달력만 있네요. 무려 2006년 달력이에요. 2011년인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곱게 간직될, 그런.

 

   

다락방님과 겹치는 책이 한 권도 없어요. 하지만 소중한 한 칸,에서 좀 안 겹치면 어때요. 좀 덜 소중한 다른 많은 칸,에서 겹치면 그걸로 또 좋은 거죠. 덜 소중한 것도 소중한 건 소중한 거잖아요.ㅎㅎ 뭐 질보다 양인 거에요. 아하하.  


댓글(4)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다락방 2011-03-02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앗, 건조기후님!
저도 밀란 쿤데라의 [농담]을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보다, [불멸]보다 좋아해요. [농담]이 최고에요! 전 마지막 결말에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 없었어요. 아마도 가장 씁쓸하고 충격적인 결말이 아닐까..[농담]안의 농담은 최고였어요.
그리고 [호밀밭의 파수꾼] !! 저는 이 책을 엄청나게 사랑하지만 선물한 경험은 거의 없어요. 왜냐하면 이 책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을 별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아 나만 좋은거구나 싶어서 선물을 잘 하질 못하겠더라구요. 그렇지만 제가 세번을 읽었던 제 책은, 그러니까 색색깔로 밑줄이 그어지고 포스트잇이 덕지덕지 붙여진 제 책은, 제가 애정을 마구 마구 담았던 제 책은, 누군가에게 선물했답니다. (아 가슴찡하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은 제가 즐찾이 정말 아주아주아주아주 적었던 그 시절에 알라디너에게 선물받아 읽었던 책이에요.그 당시엔 그 분과 제 서재에 서로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음.. 어쨌든 저도 엄청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죠. 그런데 저는 심윤경 작가의 [달의 제단]을 더 충격적으로 또 더 슬프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요. 달의 제단은 정말 ㅠㅠ (건조기후님도 가지고 계시네요!)

저는 [태백산맥]을 아직 안읽어봤어요. ㅠㅠ

제가 알아볼 수 있는 혹은 읽었던 다른 책들이 여기저기 많이 보이는데요!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절반 읽다 포기했지만. ㅎㅎ 저는 김훈의 [남한산성]은 안읽어 봤는데요, 김훈의 [언니의 폐경](강산무진에 실려있죠!)을 진짜로 좋아해요. 그런데 건조기후님,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도 가지고 있으시구나! 므흐흐흣. 반가워요! 맨 밑에 상실의 시대 왼쪽 옆으로는 '임레 케르테스'의 [운명]인가요? 저 그것도 읽었어요! 진주 귀고리 소녀 뒤쪽은 일큐팔사 로군요!! 므흐흐흣

마지막으로, 네, 저는 눈이 안보이고 팔도 못쓰게 된 로체스터가 '이런 나를 사랑할 수 있겠냐고' 자신없게 찌질대는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남자라서 좋았어요. 그 점이 제게는 너무나 매력적이었죠. 당당하게 사랑하는 남자. 훗.

건조기후 2011-03-02 19:28   좋아요 0 | URL
정말요. 농담 이 최고에요. 저는 그 범생 여학생이 농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 일파만파 일이 커지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해요. 시작부터 몰입 지대루였어요.ㅎ
나의 아름다운 정원 도 역시 읽으셨구나. 정말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책이에요. 근데 저, 이 책 선물해주셨다는 그 분 알 것 같아요. ㅁ님 아니세요? 음. 아님 말구용, 이라고 하고 싶지만 거의 확신해요.ㅎㅎ
달의제단 은.. 보시다시피 너무 밑에 깔려있어 꺼내기가 힘들어서 아직.ㅋ; 강산무진 책 꺼내보니까 가름끈이 뼈 에 있네요. 읽다 말았나봐요.ㅋㅋ 이래서 김훈을 좋아한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었던. 남한산성 만큼 좋을까요? 분위기는 전혀 다른 거 같지만요.

여기저기 더 많을 거에요. 다락방님 페이퍼 보면 제가 이미 갖고 있는 책도 있었지만 덕분에 산 책도 꽤 되거든요.^^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옆에 슬며시 보이는 붉은 책 심플플랜 도 그렇구요 호밀밭의 파수꾼 옆에 옆에 그저좋은사람 도 그렇구요. 저 오늘은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도 주문했어요. 주문만 들입다 하고 있어요.ㅋㅋㅋ 도착하면 데니쉬 쿠키를 먼저 먹을 거에요.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남자였군요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로체스터는. 새로 읽을 책도 많은데 읽은 거 다 까먹고 다시 읽을 책도 늘어나니 미치겠네요. 나이 먹으니 미치겠는 일이 미치게 늘어나요.

웽스북스 2011-03-02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조기후님!! ㅎㅎ 저 두번째 사진에 찍힌 칸에 제가 좋아하는 책들이 많아요~~ :)

건조기후 2011-03-02 19:30   좋아요 0 | URL
웬디님께 해야할 숙제 있는데 헤헤. 올해 안으로는 꼭 읽고 리뷰 올릴 거에요. 약속드리는 건 아니구; 그냥 혼자 하는 다짐이에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