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홍세화 > [TV책을말하다]218회 한국의 CEO 100명이 말하는 책

[TV 책을 말하다 218회] 2006년 8월 7일 [여름 특집] 한국의 CEO 100명이 말하는 책

최근 기업 경영에 책읽기가 화두다. 책을 읽는 CEO, 사내 독서모임을 마련한 CEO, 책을 선물하는 CEO, 독후감을 인트라넷에 올리는 CEO 등 부쩍 책과 CEO에 관한 보도를 많이 접하게 된다. 이른바 '독서 경영'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이다. 책읽기와 경영 그리고 리더십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한국의 CEO들은 어떤 고민을 안고 있는지, 또 어떻게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지, 기업 경영의 고비 고비에서 책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아본다.

I. 한국의 CEO 100명이 말하는 책 설문 결과, CEO들의 독서 목적으로는 '경영에 필요한 정보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가 33.3%로 1위를 차지했다. 도서 선택기준으로는 '경영 실무에 관계없이 관심 있는 분야나 주제의 책'이 46.8%로 나타났다. 독서가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되는가 질문에 '매우 많은 도움이 된다'가 67%로 나타났다.

■ CEO 100명이 지금 읽고 있는 책
















1. 행복 (스펜서 존슨, 비즈니스북)
2. 긍정의 힘 (조엘 오스틴, 두란노) - 긍정의 힘은 생각을 변화시키고 결국 인생도 바꾼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책.
3. 깨진 유리창 법칙 (마이클 레빈, 흐름)
4. 명품 인생을 만드는 10년 법칙 (공병호, 21세기북스)
5. 사기 (사마천, 서해문집) - 전한 시대 역사가 사만천이 쓴 중국 역사서.
6. 사장으로 산다는 것 (서광원, 흐름) - 실제 사업에 매달렸던 저자 자신의 경험과 대한민국 사장들의 인터뷰를 통해 '사장'이란 직위의 고충과 원칙을 풀어낸 책.
7.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박경철, 리더스북) - 증권사 직원들에게 주식을 가르치는 외과의사로 유명한 저자가 세상에 내놓은 투자서.
8. 카론의 동전 한 닢 (정갑영, 삼성경제연구소)
9. 함께 못 다 부른 노래 (이범준, 경제풍월)
10. CEO 칭기즈칸처럼 경영하라 (쓰마안, 일빛) - 칭기즈칸으로부터 배우는 노마드(유목민식) 경영 전략.

■ 사회 초년생들에게 추천하는 책
















1. 삼국지 (나관중, 민음사)
2. 로마인 이야기 (시오노 나나미, 한길사)
3. 카네기 인간관계론 (데일 카네기, 씨앗을 뿌리는 사람)
4. 경영학의 진리 체계 (윤석철, 경문사)
5. 마시멜로 이야기 (호아킴 데 포사다, 엘런 싱어, 한국경제신문)
6.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스티븐 코비, 김영사)
7. 돈키호테 (세르반테스, 시공사) - 이상과 현실의 간극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내면을 냉철하고 심도 있게 묘사한 책.
8. 배려 (한상복, 위즈덤하우스) - 치열한 경쟁 속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를 잊고 사는 현대인에게 배려라는 공존의 원칙을 역설한 책.
9. 탈무드
10. 성경

II. 한국의 CEO 100명이 뽑은 저자

■ 잭 웰치 - 1981년 ~ 2001년 GE(General Electric) 회장 및 CEO. 현재는 세계의 유수 기업들을 위한 경영 컨설팅과 강연 활동에 주력.

1. 끝없는 도전과 용기 (잭 웰치, 청림)
2. 위대한 승리 (잭 웰치, 청림)
3. 잭 웰치가 한국의 경영자에게 (잭 웰치, 한국능률협회)





■ 피터 드러커 - 미국의 경영학자이자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로 '지식사회'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 30여 권에 이르는 경영 저서를 발표했다. "내일은 반드시 온다. 그러나 오늘과는 다를 것이다."









1. 피터 드러커의 위대한 혁신 (피터 드러커, 한국경제신문)
2. 프로페셔녈의 조건 (피터 드러커, 청림)
3. 피터 드러커의 미래경영 (피터 드러커, 청림)
4. Next Society (피터 드러커, 한국경제신문)
5. 피터 드러커의 자기경영노트 (피터 드러커, 한국경제신문)
6. 한권으로 읽는 드러커 100년의 철학 (피터 드러커, 청림)

III. 우리 시대의 진정한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글로벌 무한경쟁의 시대,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기업의 최고 경영자인 CEO는 조직의 관리뿐만 아니라 냉철한 현실 인식, 빠른 결단력, 창의성과 혁신 등 다양한 능력의 소유자여야 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사업 환경 속에서 진정한 리더의 모습은 무엇일까. 책을 통해 리더십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발전하는 것일까. 

마쓰시다 고노스케 - '기업 경영의 신'으로 불리며, 세계적 가전왕국인 마쓰시다 전기를 건설한 선구적인 기업가.

1. 도전해야 성공한다 (마쓰시다 고노스케, 예림미디어)
2. 좌절을 성공의 기회로 바꾼 인간경영 (마쓰시다 고노스케, 예림미디어)
3. 성공 인생, 성공 비즈니스 (마쓰시다 고노스케)

스티브 잡스 - 애플컴퓨터의 CEO. 1976년 애플컴퓨터를 설립. 매킨토시, 아이팟 등의 히트상품을 계속해서 내놓음. 1988년에는 픽사(Pixer)를 인수,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 <니모를 찾아서>등 흥행작을 내놓음.

iCon (제프리 영, 윌리엄 사이먼, 민음사)
- 스티브 잡스의 사업가 기질과 발명가적인 재능을 엿볼 수 있는 책.


헤라클레이토스 - 그리스의 철학자로 '만물은 유전한다'고 말했다. 즉 나와 나를 둘러싼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변화해야만 살 수 있다고 주장.
아젠다(agenda)형 - 다양한 의제와 목표를 설정하는 부류.
프로파겐다(propaganda)형 - 목표를 수립하기 위한 수단으로 하나의 의제를 선택하는 부류.
Entre-preneurship - 기업가 정신

* 패널 - 신헌철(SK 주식회사 대표이사), 조동성(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이정환(LG전자 부사장, 특허센터장), 김영애(성래테크·한국농산 대표), 박경철(<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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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 Big Act Fast - CEO 김재우의 30대 성공학
김재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06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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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책은 꾸준히 사면서도 서평은 거의 올리지 못 했다. 요즘도 3개월 평균 90만원대를 유지한다. 도서구매 중독이 틀림없다. 그 중에 보는 책이 한 30-40%, 실패가 20%, 나머지는 순서에서 밀려 기다리고 있다.

초기에는 재테크, 자기계발, 세일즈, 경영 서적이 주였으나 요즘은 다양한 장르로 바뀌고 있다. 철학, 소설, 에세이, 책에 관한 책(예를 들면 '젠틀 매드니스' 같은), 부동산, 평전(주로 성공한 기업가) 등이 내가 말하는 다양한 장르다.

현재 아주그룹 부회장인 저자는 사실 그 전에는 이름도 알지 못 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책을 읽어보니 정말 괜찮은 책 한 권을 발견한 것이다. 책 전반에 걸쳐 다양한 이야기들이 경험을 통해 나오고 책을 많이 읽은 사람만이 구사할 수 있는 문체-쉽게 썼지만 내용은 만만치 않은-, 사례로 드는 문장의 간결함 등이 보통 수준의 책이 아니었다.

책 분량도 얼마 안 되면서, 술술 넘어가지만 몇 가지 되지 않는 핵심내용을 질질 끌지도 않고, 오히려 너무 간결하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또, 예순이 넘은 그룹 부회장의 글에 폴 오스터, 산도르 마라이, 카메론 디아즈가 나온다면 말 다 한 것 아닌가.

오랫만에... 열정을 다시 솟게 해 주는 멋진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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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물만두 > 스켈레톤 크루 - 스티븐 킹 단편집, 밀리언셀러 클럽 042

자신의 두번째 단편 소설집 『Skeleton Crew(1985)』의 서문에서, 킹은 스스로의 글쓰기를 놓고 ‘문학적 피부병’이라는 자조적인 표현과 함께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털어 놓고 있다. 그의 뮤즈(※킹이 예전에 말한 바 있듯이 집필 과정에 강림(?)한다는 창조의 신을 말하는 듯), 그가 돈을 얼마나 버는지(총수입과 순수입 모두), 그리고 한 번 체포되었던 특이한 경험까지. (그는 그것을 '만취한 미성년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폭발할 듯한 분노와 광기’였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어떤 소름끼쳤던 여행의 기억을 회상하고 있다. ‘내 팔을 잡고 놓지 마라. 우리는 이제부터 어디론가 어두컴컴한  곳으로 갈 것이다. 나는 거기로 가는 길을 알고 있다.’
 물론 그는 알고 있다.『Skeleton Crew』 는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제 값을 해낼 훌륭한 단편(『The Mist』)외에도 악령에 씌인 장난감 원숭이, 사람을 잡아먹는 물귀신, 살인을 저지르는 기계, 메인 주 캐슬락 주위에 있다는 초자연적 존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 가진 20개의 단편을 쏟아낸다. 단편들은 그저 즐거운 수준에서 놀랄만큼 뛰어난 정도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The Mist』 외에 돋보이는 작품이 『The Reach』 이다. 오묘하면서도 아름다운 이 소설은  메인 주 해변에서 태어나 평생을 그곳에서 산 증조 할머니의 이야기이다. 그는 섬과 육지를 있는 ‘the Reach’라는 물길을 단 한 번도 건너 본 적이 없는데, 이것이야말로 공포가 어덯게 예술로 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증거로 킹의 팬들이 주위사람들에게 자신있게 권할 만한 작품이다. 자기가 얼마나 매혹적인 작가인가를 킹은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Don’t miss it!

 1999 영,미판.

http://cafe.naver.com/mscbook/1153

 1993 영국 페이퍼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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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움베르토 에코와 애서가의 삶

 

 

 

 

최근에 출간된 알베르트 망구엘의 <독서일기> 때문에 생각된 글이 있다. 재작년 봄에 모스크바통신에 번역해서 올렸던 것인데, 애서가에 관한 움베르토 에코의 기명 칼럼. 이탈리아 잡지 <레스프레소(L’Espresso)>지에 실렸던 것이 당시 러시아 신문 <리테라투르나야 가제타>(우리말로는 ‘문학신문’이고 매주 수요일 발행)에 번역/소개되었었다. 그걸 중역한 것. 

에코의 <레스프레소> 칼럼들은 <미네르바 성냥갑>(열린책들, 2004)이란 제목으로 두 권 분량이 국내에 번역된 바 있다. ㅡ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나 <작은 일기> 등도 역시 이런 류의 칼럼들을 모은 것이다. '애서가'에 관한 그의 칼럼도 언젠가 이탈리아어에서 직역될 듯하지만, 여기서는 중역된 것을 창고정리 차원에서 옮겨놓는다. 이미지들을 좀 집어넣어서.  

최근에 나는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두 차례 ‘책 수집’이란 테마를 다룰 기회가 있었고, 두 번 다 청중 가운데에는 많은 젊은이들이 있었다. ‘책 수집에의 열정’을 애서가 자신들에게 말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왜냐하면 그것은 어떤 보편적인 ‘읽기에의 애호’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르네상스 시기 회화나 중국의 도자기를 수집하는 사람의 집이 갔다고 해보자. 물론 당신은 그 아름다움에 매료될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당신에게 다 바랜 17세기의 소책자를 보여주면서 그 주인이 손가락으로 따라가며 읽었을 거라고 단정지을 때, 따분한 손님은 대개 헤어질 시간만을 겨우겨우 기다릴 것이다.


 

 

 

책 수집 – 이것은 책에 대한 사랑이지만, 그 책의 내용에 대한 사랑까지 늘 뜻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에 당신이 어떤 주제에 대해서 알고 싶을 경우에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경우에 애서가라면 그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하더라도 책을 갖고 싶어하며, 더 나아가 가급적이면 초판본을 구하고자 할 것이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어떤 애서가들은(나는 찬성을 하지는 않지만 이해는 한다) 손에 넣은 책을 심지어 열어보기조차 하지 않는다. 책을 망칠까봐서. 그들에게서 희귀본의 책장을 여는(열기 위해 자르는) 것은 시계 수집가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시계 뒤쪽을 열어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애서가는 단테의 <신곡>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신곡>의 특정한 판본이나 특정한 책자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가 마음에 들어하는 것은 책을 만져보고, 책의 페이지들을 쓰다듬어보며, 책의 장정을 손에 들고 다니는 일이다. 어떤 의미에서 그는 마치 자신을 매혹시키는 어떤 대상처럼 책과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책은 그에게 자신의 내력과 삶에 대해서, 자신을 소지했던 많은 사람들의 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때로는, 엄지 손가락 자국, 난외의 메모들, 밑줄들, 속표지의 자필서명들, 심지어 책벌레의 흔적들 등등이 이런 이야기들을 해준다. 하지만, 더욱 황홀한 일은 500년 전에 발간된 책이 당신의 손이 새 책처럼 깨끗한 책장을 넘길 때마다 살짝 갈라지는 소리를 낼 때이다.

 

 



 

하지만, 50년이 안된 책이라 하더라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해줄 수 있다. 나에겐 50년대 초에 발간된 E. 질송의 <중세철학>이 있는데, 이 책은 내가 학위논문을 방어할 때부터 지금까지 내 곁을 지켜오고 있다. 그 당시에는 종이의 질이 열악해서 지금은 종이가 다 부서져 심지어 책장을 넘기기도 힘들다. 만약에 이 책이 공부하는 데 필요한 도구로서만 쓰였다면, 나는 저렴한 가격에 쉽게 구할 수 있는 새 판본을 찾아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 필요한 것은 밑줄과 여러 잉크로 씌어진 메모들이 있는 바로 이 낡은 책이며, 세월과 무관하게 이 책을 읽을 때마다 내가 성장해 가던 시절뿐만 아니라 최근의 기억들까지도 상기하게 된다.

나는 이 모든 것들에 대하여 젊은이들에게 이야기했다. 왜냐하면 보통 ‘책 수집에의 열정’은 돈 많은 사람들에게나 가능한 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물론, 수억 리라씩 하는 희귀본들도 있다(몇 년 전에 <신곡>의 초판본이 15억 리라에 경매에 나온 적이 있었다). 하지만, 책에 대한 사랑은 고서(古書)들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며, 거기엔 현대시의 초판본 같이 단순히 좀 오래된 책에 대한 사랑도 포함된다. 예컨대, <살라나>출판사에서 나온 <아동문학전집>을 구하는 애호가들도 있다.



3년 전에 나는 한 헌책방에서 지오반니 파피니(1881-1956)의 <곡>, 제본됐지만 진본 종이 표지를 가진 초판본(*무슨 말인지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2만 리라에 구입했다. 하지만, 캄파노(?)의 <오르페우스의 노래> 초판본은 10년 전에 우연히 (경매)목록에 들어 있는 걸 보고 천 3백만(리라)에 구한 것이다(물론, 이 가련한 사람이 이런 책을 뜯어볼 기회를 가진 것은 다해봐야 몇 권에 불과했다). 하지만, 20세기 책들에 대한 훌륭한 수집(컬렉션)도, 피자가게에서 저녁을 먹는 걸 제외하고 이따금 모든 걸 희생하면서라면, 가능하다.

헌책방을 순례하면서 나의 학생 하나는 특이하게도 다양한 시대의 여행 안내책자를 수집했다. 처음엔 그런 발상이 나에겐 좀 별스러운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퇴색한 사진들로 채워진 이 책자들에 기초하여 이 학생은 나중에 아주 훌륭한 졸업논문을 썼는데, 그 논문에서 그는 여러 도시들에 대한 시각이 세월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추적하였다. 다른 한편으로, 별로 가진 거 없는 젊은이들도 ‘포르타 포르테제’나 ‘상트 암브로지오’ 시장에서 뜻하지 않게 16세기나 17세기 책들과 맞닥뜨릴 수 있다. 이 책들이 지금은 좋은 운동화 한 켤레 값 정도이고, 진품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시대를 증언해 줄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책 수집은 우표 수집과 아주 유사하다. 물론, 진짜 수집가들에게는 언제나 엄청난 고가의 어떤 것이 있다. 하지만, 내가 회상하는 건, 아직 어린 꼬마였을 때 신문판매점에서에서 10장 혹은 20장으로 포장된 우표를 사서는 그날 저녁을 내내 이 다채로운 색깔의 직사각형(=우표)에서 본 마다가스카르나 피지 군도를 상상하면서 보내던 때이다. 이런 우표들은 물론 결코 드문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그런 것들에 대한 향수(노스텔지어)를 경험한다.

06. 0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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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물만두 > 에피 브리스트가 등장하는 작품들

 세상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혹은 문학작품 속 주인공의 그늘에 가려 있거나 비련의 여주인공이었던 여성들을 등장시켜 페미니즘적인 시각으로 재구성한 책이다. 그녀들의 옆에는 모두 ‘위대한 남자’가 있었으나 남성 중심적인 사회 통념에 갇혀 모두 제 할말을 하지 못한 여성들이다. 하녀였지만 후에 괴테의 부인이 된 실존인물 크리스티아네,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중 하나인 <오셀로>의 여주인공 데스데모나 등이 등장한다.
표제작 <데스데모나, 당신이 말을 했더라면!>은 남편 오셀로의 오해로 억울하게 죽은 데스데모나의 이야기이다. 이 글에서 데스데모나는 사랑하는 남편의 손에 죽어가는 절박한 순간, 마지막으로 남편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애쓴다.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두사람의 사랑이 파멸에 이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 오셀로의 이성에 호소하는 것이다. - 6. 네가 주문을 알아맞히기만 한다면 귀머거리 개 롤로와 산책을 하던 에피 브리스트의 혼잣말

 17세기 초 유럽을 열광시킨 세계 최초의 베스트셀러 『돈 키호테』. 수 많은 젊은이들이 죽음까지 모방하게 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어른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아동문학의 고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만화보다 더 재미있고 영화보다 더 극적인 『보물섬』과 『정글북』등 누구나 꼭 한 번 읽고 싶었던, 그리고 반드시 읽어야 할 고전소설 50편을 골라 그 속에서 펼쳐졌던 인간들의 다채로운 운명을 요약해 놓고 있다. 영화로 다시 태어난 소설 속 명장면(화보 300컷)들은 독자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해냄 클라시커 50 시리즈의 열두 번째 책인 『고전소설』은 세계 문학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16~19세기 명작 소설 50편의 내용과 창작 배경을 담은 책으로, 이미 소개된 바 있는 『클라시커 50―현대소설』에 이은 것이다. 인쇄술의 발달과 문맹률의 감소에 힘입어 세계 최초의 베스트셀러가 된 이 작품들은 소설의 모범을 보여주었으며, 당시의 독자들을 사로잡은 데 그치지 않고 50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만인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들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남녀노소 모두에게 열렬히 애독되고 기억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정답은 이 소설들이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들을 담고 있다는 데 있다.
새뮤얼 존슨이 ‘소설은 주로 사랑에 대해서 다루는 수수한 이야기’라고 말한 것과 같이, 이 작품들은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한 일이지만 무엇보다 흥미롭고 극적이며 누구에게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우리의 인생사를 다룬 재미있는 이야기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고전소설’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은 어떤 것인가? ‘고전’이라고 하면 왠지 지루하고 재미없고 어려운 옛날 소설로만 생각하며 멀리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고전을 한 편 읽고 ‘고전소설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니!’하고 놀란 경험이 누구나 한 번씩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19세기 사람들은 지금 우리가 따분하기만 할 거라고 생각하는 이 소설들을 읽기 위해 하루 종일 선착장에서 원고를 실은 배를 기다렸다는 사실을 안다면?
『클라시커 50―고전소설』은 우리가 고전소설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 경외감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책이다.
영화로 다시 태어난 소설 속 명장면(화보 300컷)들은 독자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고, 작품의 줄거리는 물론 대중들의 반향, 혹평까지 담은 친절한 설명은 고전에 대한 관심을 북돋는다. 특히 세르반테스와 볼테르, 톨스토이 같은 대가들이 세기를 뛰어넘는 명작 소설들을 짓게 된 창작 배경과 그들의 삶은 그들이 창조한 소설만큼 흥미진진하다.
『몽테 크리스토 백작』이 70명의 직원이 매년 2~30편씩 소설을 찍어내는 ‘소설 공장’에서 만들어진 작품임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가난과 간질, 도박벽에 시달리던 도스토예프스키가 짧은 시간 안에 소설을 지어내지 못하면 글쓰는 노예가 될 위기에 처해 쓴 작품이 『죄와 벌』이라는 사실은 얼마나 경이로운가! 어린 앨리스를 향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탄생시킨 원동력이었다는 사실은 또 어찌나 아름다운지.
명작소설 50편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과 충실한 정보, 명쾌한 문학 지식을 두루 담은 『클라시커 50―고전소설』은 고전의 세계가 얼마나 흥미롭고 매혹적인지를 알려주는 훌륭한 교양서이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아직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14편의 명작소설을 만날 수 있다. - 에피 브리스트- 테오도르 폰타네

  문화적 책읽기의 즐거움
문화의 중심에는 책이 있다. 책은 지식과 문화의 창출과 전수의 핵심 영역을 담당했으며, 시대를 읽는 눈이 되어왔다. 철학자와 시인, 학자와 예술가는 자신들이 깨달은 바를 책으로 독자들에게 전해온 것이다. 이렇듯 인류 문명을 지탱해왔던 인간의 지적활동은 대부분 문자와 책을 통해 이뤄졌다. 하지만 20세기 들어서면서 점점 강력하게 부상해온 다양한 매체들 틈바구니에서 문자와 책은 과거의 화려한 독점적 지위를 상실하고 있다. 혹자들은 책의 종말을 논하기도 했고, 과거의 지위를 인터넷이나 텔레비전 등이 대신할 것이라 공언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성급한 판단이었음이 증명되고 있다. 인터넷은 1초에도 수백만 개의 정보를 영토의 구분 없이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이를 수용하는 우리들은 과도한 정보 홍수 속에서 질식할 지경이라 호소하는 실정이다. 정보와 지식은 무엇보다도 체계적인 관리와 인간의 폭넓은 인식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아주 간명하게 보여주는 책이 바로 취른트가 쓴 <책>이다. 이 책은 <교양BILDUNG>으로 널리 알려진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시리즈의 두 번째 권이다. <교양>이 역사, 철학, 문학, 예술 등 교양인을 만드는 요소들을 소개한 책이라면, <책>은 이러한 교양과 지식을 만드는 데 필요한 도구인 책에 대한 책인 셈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단순히 여러 책의 내용에 대해 짤막하게 소개하는 책 정도로 여길 수도 있다. 아니면 기껏해야 책의 내용을 이른바 다이제스트 형식으로 가공하여 만든 인스턴트 지식 정도로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책 속에 담긴 지식의 전달에만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책 속의 지식을 지식으로 만드는 요인과 책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지식의 의미에 대해 소개한다. 여기에 취른트는 학문적이고 현학적인 표현을 걷어내고, 읽기 난해한 고전들을 오늘날의 시각에서 알기 쉽게 일반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아울러 현대사회의 실정을 고려하여 고대와 중세의 고전뿐 아니라 현대소설과 사이버픽션, 아동도서까지 포함시켜 교양 정전正典의 현재성을 두루 갖추고 있다. <책>을 읽은 독자들은 고전작품들을 살펴보고 무엇을 읽어야 할지 결정할 수 있다. 이제 그들은 문화와 시대정신을 정확히 짚어낼 수 있는 능력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교양>을 잇는, 사람이 읽어야 할 모든 것을 담은 <책>
지난 2001년 가을, 국내에 번역 출간된 슈바니츠의 <교양>(부제: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은 ‘교양’ 열풍을 일으키며, 현재까지도 인문학 출판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고 있다. 768쪽이라는 적지 않은 분량의 이 책이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게 된 이유는 교양인을 만드는 기본요소들을 현학적인 접근 대신, 쉽고 간결한 문체로 다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교양>에 따르면, 교양인에게 필요한 기본요소는 역사와 철학, 문화과 예술에 대한 이해이며, 사회를 자기의 내면에 비추어봄으로써 사회를 결속시키는 도덕적 구속력을 생성해내는 유연하고 자성적인 정신을 뜻한다. 슈바니츠는 이러한 교양의 기초가 없는 전문가는 한 뼘도 안 되는 전문영역에 갇혀 평생을 살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그 울타리를 벗어나는 순간 그들은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고 말한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사람이 읽어야 할 모든 것’이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교양>과 같은 시리즈물이다. <책>은 <교양>과 마찬가지로 전문지식의 한계를 지적하고, 문화 전반에 대한 지식 습득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 방법의 하나로 문명의 발명품인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을 것을 제안한다.
<교양>과 <책>이 한 짝을 이루는 것은 사실 당연한 일일 것이다. 우리는 활자와 책을 통해 역사를 알게 되고, 자신의 정체성과 시대를 읽는 눈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오디세이아>로 고대 그리스인의 세계관을, <햄릿>으로 지식인의 문제를, <돈 키호테>로 세계 개선자의 운명을, <파우스트>로 지식의 무절제함을, <자본론>으로 자본주의의 모순을 이해하게 된다. 요즘 들어 다양한 매체들이 과거의 책의 역할을 함께 병행하기도 하지만 수용자(독자)들이 행간을 읽으면서 얻는 사고력과 집중력은 그 어떤 매체도 책을 따라오기 힘들다. 그리고 교양이란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 아니라 정보를 체계적인 지식으로 만드는 능력이라는 점에서 책은 교양에 이르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될 것이다.
지식의 바다를 밝히는 항해용 나침반
그렇다면 책 중에서도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사회처럼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말이다. <교양>의 저자인 슈바니츠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이 책은 고전을 소개함과 동시에 우리시대가 요구하는 지식의 새로운 가능성를 모색한다. 고전에 대한 새로운 해석, 문화적 시각, 읽는다는 행위에 대한 설명 등 쉽지 않은 테마들을 자연스럽게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과거의 고전들이 우리시대에도 새로운 시각을 전해주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사이버픽션이나 아동도서들이 의미 있는 새로운 범주의 고전으로 인식될 수 있다. 아울러 정치, 경제, 사회학 같은 사회과학 서적들도 추상적이고 도식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일상 속에서 그 의미가 분명하고 쉽게 드러나게 한다. 이 모든 것은 문화적인 책읽기가 독자들에게 주는 효과다. 비록 이 책이 서양 고전만을 다룬다는 한계를 갖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 독자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은 이 책이 일관되게 추구하는 문화적인 책읽기의 모습 때문이다.
연대기가 아닌 주제에 따른 분류
이 책은 성서에서 <리바이어선>을 거쳐 <해리 포터>까지 다루고 있다. 그리고 호메로스에서 셰익스피어, 마르크스를 거쳐 헤르만 헤세까지 사상가, 철학자, 시인 등 다양한 분야의 거인들을 소개한다. 이렇듯 이 책은 고대에서 현대까지 3천 년이 넘는 장구한 역사 속의 고전들을 다루고 있지만 단순히 연대기로 짜맞추고 있지는 않는다. 또한 고정된 틀로 책들을 엮어 절대화시키는 것도 아니다. 이 책은 사회문화를 구성하는 주제에 따라 고전들을 분류하여 일상의 문제로까지 접근시킨다.
이 책의 차례를 보면 저자가 책들을 분류해놓은 범주들을 훑어볼 수 있다. 그 범주들은 문명을 지탱하는 여러 요소들을 담고 있다. 정치사상을 다루는 고전들 외에도 ‘학교 고전’, ‘셰익스피어’, ‘아동도서’, ‘성’, ‘경제’, ‘유토피아 : 사이버 세계’ 등으로 구성된다. 이렇듯 이 책은 방대한 범주들을 다루고 있지만 결코 모든 전문 분야의 고전들을 총망라하고자 욕심 내지는 않는다. 저자가 선택한 기준은 다름 아니라, 오늘날 ‘고전’으로 여겨지는 책들과 각 분야에서 이미 인정받은 책들이다. - <에피 브리스트> 테오도르 폰타네

 사랑과 고통, 유혹과 간통이라는 전통적인 주제는 지난 수세기 동안 동서양을 막론하고 위대한 문학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표현되어 왔다. 저자 디터 벨러스호프는 이 책을 통해 근대 계몽주의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백년 간의 문학사를 통틀어 각기 다른 시대적 배경과 사회계급, 환경 속에서 인간의 원초적 욕망인 '리비도(Libido)'가 어떻게 발현되고 또 억압받는지를 심도있게 서술하고 있다.인간 존재의 영원한 화두, '에로스', 왜 에로스를 말하는가?
아침에 눈 뜰 때부터 저녁 잠자리에 들 때까지 현대인은 에로티시즘의 변형된 여러 형태들 속에서 생활한다. TV를 켜면 광고 속에 교묘히 자리를 틀고 앉아 있는 것도 에로티시즘의 하나요, 영화나 문학은 말할 것도 없고, 사진, 패션, 음악 그리고 각종 제품의 디자인도 에로티시즘을 저변에 깔고 있는 것을 우리는 부인할 수가 없다. 철학자들 또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에로스를 여러 가지 말로 정의 내리고 있다.
칸트(1724~1939)는 에로스를 '이성의 힘으로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당위의 문제'라고 일축했으며, 마르크스(1818~1883)는 '경제적으로 한정되고 인간에 의한 착취와 피착취의 문제만 해결되면 에로스는 저절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규정했다. 20세기에 들어서야 프로이트(1856~1939)의 '무의식' 개념이 사회에서 인정받으면서 인간에게 '리비도(Libido)', 즉 성본능이 존재함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인류 역사의 흐름 속에서 때로는 무시되고 금기시되었으며 때로는 그 존재를 인정받기도 했던 '에로스'가 예술의 제1 형식인 '문학' 속에서 어떻게 발현되고 변천되어 왔는지를 깊이 있게 통찰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학 속의 에로스≫는 빛나는 가치를 갖고 있다.
세기의 걸작 속에 흐르는 에로티시즘의 내밀한 유혹
이 책에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세계 문학의 거장들이 중심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부터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 미셸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D. H. 로렌스의 ≪아들과 연인≫, 에밀 졸라의 ≪나나≫, 우엘벡의 ≪소립자≫ 등의 작품 속에서 그 시대의 배경과 사회적 분위기에 둘러싸인 한 개인의 욕망이 어떻게 좌절되고 있는지 통렬하게 분석하고 있다. 또한 작가의 개인사와 시대적 배경과의 관련성 또한 배제하지 않고 꼼꼼하게 들여다 보고 있다.
사회적으로 보잘 것 없는 여자하고만 성교가 가능했다는 괴테, 귀족 집안 유부녀들의 도움을 받아 사회적 출세를 꿈꾸는 발자크나 스탕달, 동성애 성향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문제, 기묘한 변덕으로 죽을 때까지 아내에 대한 증오심을 버리지 못한 톨스토이 그리고 돈처럼 성도 시장의 법칙에 따르게 된 세상에서 일부 남자들이 모든 여자들을 차지해 버렸다면서 집안으로만 숨어 버리는 우엘벡. 이 위대한 작가들의 개인사 안에 있었던 성적인 문제들을 들여다 보면서 우리는 관음증과 호기심을 충족시키면서 우리의 일상사 또한 되돌아 보게 된다.
한 작품을 예로 들자면 괴테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쓰기까지는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담과 대학 시절 그의 학우였던 카를 빌헬름 예루살렘의 자살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고 있다. 괴테는 1772년 몇 달 동안 부프 집에 드나들면서 이 집안의 둘째 딸인 샤를로테를 사모하게 된다. 처음에는 그녀가 이미 약혼한 상태라는 사실에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지만 점점 내면의 갈등으로 고민하던 그는 도덕과 현실의 원칙에 따라 그녀가 요한 크리스티안 케스트너와 결혼하리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는 그의 소설에서 베르테르가 약혼자가 있는 로테란 여인을 사랑하면서부터 느끼는 고뇌와 일치한다. 게다가 그의 학우였던 카를 빌헬름 예루살렘이 상관의 부인에게 접근했다가 거절당한 후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자살하는 사건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쓰는 직접적인 자극제가 되었다.
그리고 이 작품의 배경인 18세기의 상황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이때는 경제적으로 부유해진 시민 계층이 성직자와 귀족 계층에 이어 완전히 세 번째 신분으로 올라서면서 점점 사회적 영향력이 커져가는 시기였다. 또한 이 시기에 처음으로 연애 결혼이라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지만, 아직까지 시민 문화는 성을 '도덕과 사랑'이라는 관념 속에 포장하는 때였다. 그리고 이런 시대적 문화의 틀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읽을수록 재미가 느껴지는 에세이 형식의 글, 살아 숨쉬는 예문
이미 몇 편의 소설을 통해 하인리히 뵐 문학상, 프리드리히 횔덜린 문학상, 요제프 브라이트바흐 문학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갖고 있는 디터 벨러스호프는 마치 주인공의 심리를 꿰뚫어 보면서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관능적 코드를 조율하고 있다. 근대 계몽주의 이후 수백 년 간의 소설사를 관통하는 그의 분석은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뿐 아니라, 에세이 형식의 글로써 읽을수록 재미가 느껴지는 힘이 있다. 인간의 자의식에 대한 이해는 헤아릴 수 없는 깊이가 있고, 맛볼수록 단맛이 느껴지는 기이한 음식처럼 읽는 재미 또한 적절히 어우러져 책장을 넘기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또한 작품별로, 테마별로 매우 흥미로운 예문을 발췌한 점은 이 책의 손꼽히는 장점이다. 예를 들어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중 다음과 같은 구절을 뽑아 놓았다.
"내가 전에 알베르틴에게 말하던 것과 똑같았다. 그녀가 나를 사랑하도록 만들기 위해 '난 너를 사랑하지 않아'라고 말하고, 그녀가 나를 좀더 자주 찾아오도록 '사람들을 보지 않으면 난 그들을 잊어버려'라고 말하고, 이별의 생각에서 그녀를 앞지르기 위해서 '난 너와 헤어지기로 결심했어'라고 말했다. 그렇듯이 지금 나는 그녀가 일주일 안에 돌아오기를 간절히 원하기 때문에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영원히 안녕.' 그녀를 다시 보기를 원하기 때문에 이렇게 말했다. '너를 한 번 더 만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해.' 그녀와 헤어져서 사는 것이 내게는 죽음보다 더 끔찍하게 여겨지기에 나는 이렇게 썼다. '우리가 함께 하면 불행할 거라던 네 말이 맞았어.'"
위의 장면은 자신의 동기를 감추고 거리 두기로 일관하는 사랑싸움의 묘사를 통해 사도마조히즘의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형태를 적절히 보여 주고 있다. 저자는 '그림자놀이'라고 부르는 이러한 행위를 일종의 섬세한 권력 놀이의 하나라고 평가하고 있다. 또 스탕달의 ≪에고티즘(자아주의) 회상록≫에서는 작가 자신의 회고록 성격의 예문을 보여주고 있는데 매우 흥미롭다.
"얘야, 넌 머리가 좋지, 수학 과목에서 그렇게 우수한 성적을 받았으니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구나. 하지만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다. 세상은 오직 여자들을 통해서만 위로 올라갈 수 있단다. 넌 못생겼지만 사람들이 네가 못생겼다고 비난하지는 않을 게다. 개성을 갖고 있으니까. 앞으로 네 애인들이 너를 버리고 떠날 텐데 지금 하는 내 얘기를 잘 기억해 두었다가 그대로 실천하렴. 버림을 받은 순간에는 누구나 자신을 우습게 여기기가 아주 쉽다. 그런 일이 한 번 일어나면 남자는 다른 여자들 눈에 아주 형편없는 존재로 보인다. 그러니까 버림을 받거든 24시간이 지나기 전에 얼른 다른 여자에게 사랑을 고백해라, 더 나은 사람이 없을 경우에는 하다못해 하녀에게라도 괜찮다." 나이든 삼촌이 17살의 스탕달에게 충고하는 이 대목은 작가가 가진 삶에 대한 태도, 즉 신분상승을 위해서 권력을 가진 이들의 부인들을 유혹하여 결국 목적을 이뤄내는 속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도발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도판
이 책에는 에로티시즘을 주제로 하는 다양한 작가들의 도판이 함께 실려 있다. 책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원서에는 없는 도판을 새롭게 선정하고 편집한 것이다. 백화점식 나열이 아닌 각 장의 주제에 부합하는 도판을 찾기 위해 애썼다. 이 부분은 ≪팜므파탈≫, ≪사비나의 에로틱 갤러리≫ 등의 저서로 잘 알려진 이명옥 관장(사비나 미술관)의 적극적인 자문을 받았음을 밝힌다. 클림트를 비롯해서 르느와르, 고갱, 에곤 쉴레, 뭉크, 샤갈, 르네 마그리트 등 관능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한 작품을 통해 책의 온기가 더욱더 살아나게 되고 보는 이로 하여금 도발적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 5. 간통한 여인들 폰타네 <에피 브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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