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소피스트들은 근본적으로 객관적이고 절대적이며 인간과 무관한 진리란 없다고 봤다. 따라서 이것만이 진리라든가 이것은 변하지 않는 진리라든가 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은 진리란 인간에 의해 합의에 이른 것이고, 인간의 합의는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다르고 변하기 때문에 당연히 진리도 변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소피스트들은 절대적 진리를 찾는 것을 도와주는 역할을 자임한 것이 아니라 더 나쁜 의견을 좋은 의겨능로 대체하는 것을 자신들의 임무로 여겼다. 현대 사회도 이와 다르지 않다. 어떤 것에 대한 절대 진리가 존재하지 않고 저마다의 의견을 주장한다. 결국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은 회의나 토론 등을 통해 합의에 이르고, 그렇지 못할 경우 다수결로 결정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말짱이 뜨는 것이다. 말을 잘하면 회의나 토론의 분위기를 확 휘어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42-43쪽
글은 논리의 세계인 데 반해 말은 논리를 비롯하여 감정, 몸짓, 소리, 옷차림, 머리 모양 등이 결합된 복합체라고 할 수 있다. 말은 대면성이 있는 반면 글은 없고, 말은 동시성이 있는 반면 글은 그렇지 않다. 말하기는 현장성이 강한,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공동 퍼포먼스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쪽도 우위를 차지하지 않고 서로가 서로에게 반응을 주고받는 관계다. 즉 말하기가 잘 되려면 청중도 역할을 해 줘야 한다는 얘기다. 말하기에 있어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내용과 표현력이 거의 대등하게 중요하다는 점이다. 말하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목소리 등 형식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또한 흔히 글을 써서 그것을 소리 내어 읽으면 말하기가 된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절대 금물이다. -63쪽
발표는 크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과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으로 나뉜다. 연설이나 발표의 경우 최소한 30분 이상 지속되는 것이 보통인데 초반에 시선을 끄는데 실패하면 나머지 시간 동안 고전하게 된다. 따라서 처음에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이 중요하다. 청중이 어떤 사람들인지, 연설의 주제가 무엇인지에 따라 어떻게 시작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보통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강연은 전문 지식을 대중에게 알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경우 처음에는 누구나 알 수 있는 쉽고 일상적인 사례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딱딱하고 논쟁적인 주제를 다룰 때, 즉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강연에서는 결론부터 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시작부분에 청중의 시선을 끌기 위한 장치가 필요했다면 마무리에서도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 발표가 끝난 뒤에도 여운을 남기기 위해서는 유명 인사의 명언이나 일화를 소개해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1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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