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철학교육
서울교육대학 철학연구동문회 엮음, 이초식 감수 / 서광사 / 198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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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6년에 출간된 책으로 지금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간혹 헌책방 어딘가를 드나들런지는 모르지만 인터넷 서점에서도 서울의 대형서점에서도 이 책은 더이상 찾아 볼 수 없다.

 지난 4년간 나 혼자만 머리 속에서 대화하고 사색하는 '혼자만의 철학'을 해온 나는 철학교육연구소에서 다수가 참여하는 철학을 접하고는 굉장한 충격과 희열감을 느꼈다. 이런 교육이 가능하구나. 머리 속으로는 언제나 이런 교육을 꿈꿔왔었다. 막연하게. 그러나 내가 머리 속에서 그려왔던 그것을 현실에서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는 줄은 몰랐다.

 <어린이를 위한 철학교육>은 철학교육연구소의 교육이 가능하게 한 일종의 지침서, 매뉴얼 이라고 보면 될 듯 하다. 이 책의 원본은 미국어린이철학교육연구소인 아동철학개발원 IAPC(Institute for the Advancement of Philosophy for Children)의 이론적 배경과 교수방법을 다룬 책이다. 그리고 1980년대에 서울교대 철학연구동문회 출신들이 모여 함께 번역하고 엮어내고 우리나라 철학계에서 한 축을 담당하신 이초식 교수의 감수를 통해 나온 결과물이 이것이다.

 어린이와 철학을 한다라고 하면(어린이에게 철학을 가르치는 것과는 다르다) 대개의 사람들은 어린이가 무슨 철학을 하느냐며 그 발상부터 의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내가 경험해본 바 어린이도 철학이 가능하다. 다만 교육에 있어서 목표를 달리하면 될 뿐이다. 초등학교 저학년과 고학년이 다르고, 중학생이 다르고, 고등학생이 다르다.

 7차교육과정의 영향인지 최근들어 독서교육, 토론교육, 논술교육이 붐이다. 다른 학원들은 EBS 강좌 때문에 다 망하는 판에 이상하게 이 분야 만큼은 이상과열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편으로는 바람직해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려스럽다. 제대로 된 독서토론, 논술 교육이라면 과열되어도 나쁠 건 없다. 애초 교육이 목표해야할 바는 이런 쪽이어야되지 않았나 생각하니깐 말이다. 아무리 달달외우는 공부 해봐야 정작 지식을 습득하고 재창조해내지 못한다면 발전이 없다. 우리가 책을 읽고 거기서 어떤 생각을 이어나가고 다른 사람과 토론하고 사색하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지식을 재창조해낸다.

 이는 다 자란 성년이나 어느 정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성숙한 청소년 뿐 아니라 어린이에게도 가능한 교육이다. 그들은 사고가 열려있다. 나이를 먹고 학교에서 주입식 교육, 입시교육을 받으면서 관심분야가 축소되고 오로지 그것을 위해 매진하게 된다. 어린이에에게는 그런 부담감이 없다. 그들은 깊이있지는 않더라도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다. 수업 중 그들의 입을 통해 나오는 말들을 들어보며 놀라움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어린이를 위한 철학교육>은 이러한 교육을 위한 일종의 지침서 역할을 하고 있고, 교육방법적 측면에서 이와 같이 접근한 책은 아직 보지 못했다. 이미 절판이 되었지만 누군가가 원본을 완역해 다시 낸다면 많은 관심을 얻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은 제 1부 사려깊은 어린이를 위하여, 제 2부 어린이를 위한 철학의 목적과 방법, 제 3부 교육현장에서의 사고기술의 적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부에 3-4개씩의 작은 장들이 속해있다.

 철학교육이 무엇이고, 철학교육을 왜 해야하는지, 철학교육을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어떻게 교육해야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으며, 부록으로 철학소설 해리 스토틀마이어의 발견 1과를 담고 있다.

 아주 오래전에 편역된 책이라 그 서체가 매끄럽지 않고 옛날식 어투 분위기를 풍기는 점이 독서중 거슬리는 점이기는 하지만 이후 개정본이 나오지도 않았고, 누군가 새로 번역하지도 않은 판에 그런 정도의 작은 불편함은 감수하고 읽어야 한다. 내용이 어렵지도 않고 책이 두껍지도 않다. 작정하고 달려들 것 없이 편안하게 쉽게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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