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자서전
N. 게오르캰 외 지음, 표윤경 옮김 / 문학사상사 / 2001년 2월
평점 :
절판



 


김영삼 前대통령이 낸 자서전이 한창 화제였던 적이 있다.  대통령의 자서전이라 하면 인생관, 세계관부터 시작해 집권기간에 발표하지 못한 뒷이야기들까지 망라하게 되는데, 김영삼 前대통령 역시 그러했고, 출판됨과 동시에 이 책 속에 담긴 내용을 가지고 여야 정치인과 언론인, 나아가 학계에서까지 큰 논란이 벌어졌다.
어떤 사람들은 책속 내용에 대한 사실 진위 여부를 묻고, 어떤 사람들은 직설적인 비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두들 조용하기만 하다.

자서전은 이렇게 일을 마무리한 뒤에 본인이 직접 쓰는게 보통이다. 그런데 <푸틴 자서전>은 푸틴이 한창 활동중인 때 출간됐다. 물론 정식 자서전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푸틴 개인에 대한 성장기와 인생관 등을 담고 있어 자서전이라 해도 무방하다. 이 책은 기자와 푸틴, 기자와 푸틴 주위사람들과의 대화형식이며, 중간중간 짤막한 설명이 가미돼 있다.

3년4개월만에 한낱 샐러리맨에서 국가원수(元首)로!

이 한 문장으로 현 러시아 대통령인 푸틴을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그의 삶을 대신할 수 있는 더이상의 다른 말은 없다고 생각한다.

<푸틴 자서전>(·N.티마코바·A.콜레스니코프 편저/표윤경 옮김/문학사상사 2001년 펴냄)은 세 명의 러시아 기자가 푸틴과의 여섯 번의 만남을 통해, 그리고 푸틴의 가족과 친구들,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을 찾아내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완성된 책이다.

그들은 이 책을 만들게 된 계기가 2001년 1월 다보스국제회의에서 트러디 루빈이라는 미국인 여기자가 질문한 "푸틴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을 받은 데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이 질문은 러시아의 유명한 정치인들과 경제인들에게 던진 질문이었는데, 그들은 대답대신 오랜 침묵으로 대신했다고 한다. 그만큼 푸틴은 러시아에서 그리 알려졌던 사람이 아니었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1952년 10월 7일 레닌그라드의 가난한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노동자들의 낡고 허름한 공동주택에서 지냈다. 그는 어린시절 자신을 가리켜 ‘날라리’라고 했으며, 각종 운동이란 운동은 모두 좋아했으며 한번은 권투를 시작하자마자 코뼈가 부러져 이후에는 유도를 했다고 한다. 또한 그는 어릴 때 비행기 조종사와 선원이 되고 싶어했다가 '창과 방패'(바딤 코제브니코프가 쓴 유명한 첩보소설을 후에 블라디미르 바소프 감독이 영화로 각색하였다. 68년 모스필름 제작)라는 영화를 보고 하늘의 별따기같다는 첩보원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그리하여 그는 민간항공대학을 가라는 부모님과 주위 선생님의 완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법과대학에 진학한다.

푸틴은 대학에 입학하면서 삼보 선수권을 따냈고, 2년 뒤 유도선수로 활동하여 세계선수권 선수들과 붙기도 했다. 또한 첩보아카데미에서는 그의 겁없는 저돌적인 훈련으로 '위험불감증'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대학졸업을 앞두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으로부터의 전화로 자신의 꿈인 KGB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후 그는 아내 류드밀라와 함께 동독으로 파견을 나갔으며, 작전책임관에서 부장보좌관, 수석보좌관으로 승승장구하며 더 오를 자리가 없게 되었다. 그러나 베를린장벽의 붕괴와 더불어 동독정부가 마비상태에 이르고, KGB지부가 민중의 습격을 받게 되었는데도 아무런 지시가 없자, KGB를 나와 90년 모교인 레닌그라드 국립대학에서 총장의 국제관계담당 보좌관이 되었다. 또한 푸틴이 정치적 대부로 모시는 당시 렌소비에트 의장 소브차크와 함께 일하게 되었다.

그러나 92년 소브차크가 민선시장으로 당선되었으나, 96년 낙선의 고배를 마시자, 새 시장이 유임을 간청했음에도 공약대로 실직자의 길을 자초했다.

후에 푸틴은 96년 8월 대통령 총무실부실장, 97년 크렘린궁 총감독부장, 98년 행정실 지역담당 제1부실장, 연방보안국장, 국가안보회의 의장, 99년 총리, 대통령권한대행으로 진급하고, 2000년 3월 마침내 옐친에 이어 러시아의 세 번째 대통령으로 변신한다. 3년4개월만의 샐러리맨(푸틴은 KGB란 직업은 샐러리맨과 같다고 한다)에서 일약 러시아 3대 대통령으로 변신을 거듭한 것이다.

<푸틴 자서전>은 이렇게 푸틴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그리고 있다. 신문에서 본 딱딱한 이미지의 푸틴을 넘어서 인간으로서의,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따뜻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

대통령 하면 뭔가 대단하고 거대한 위치에 있는 것 같고, 나와 다른 특별한 사람인 것같이 생각되지만 <푸틴 자서전>을 읽고 나면 대통령도 한 명의 성공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단 일반인들과 다른 것은 그가 하는 일의 규모와 성격에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조그마한 실수, 말 한마디에도 조심해야 하며, 대내적으로 그 나라의 국민들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하고, 대외적으로는 자국의 자존심을 지키며 국익을 추구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일반인과 대통령의 차이인 것이다. 그는 인간적인 면에서는 일반인과 다르지 않다.

이 책의 또 다른 의미는 푸틴의 '강한 러시아 만들기' 정책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국가와의 관계수립이나 대내외적 정책방향을 쉽게 알 수 있는 참고자료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그러나 푸틴의 '강한 러시아 만들기'에 따라 몰락했던 러시아가 서서히 일어서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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