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온지 얼마안되는 따끈따끈한 책이다. 고대 그리스의 저 오래된 철학자의 저서가 왜 이제야 번역이 되었는가 하는 질문은, 우리네 출판사정과 학계의 사정을 빤히 알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철학이 한두해 인기없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면 잘안되는 출판계에서의 철학서 또한 불 보는 뻔한 일이고. 어쨌든 지금에라도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은 축하할 일이다. 부디 절판되지 않고 오래가길 빌 뿐.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은 솔직히 그냥 이 책을 보고싶다는 순수한 동기에서 구입한 책은 아니다. '형이상학'이라는 과목을 듣고 있는 마당에 기말고사 시험이 영어 원문으로 출제된다는 말에 부랴부랴 번역서를 찾아보지만 번역서는 나온 적이 없다. 그런데 지난 달에 신문 출판란을 보면서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이라는 책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옳거니 하고 구입한 책이 이 책이다. 그런데 이는 순수한 번역서가 아니다. 구입할땐 번역서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번역/해설서였던 것이다. 시험준비하는데는 별반 도움이 안됐지만 샀으니 읽었다. 근데 읽기가 영 불편하고 짜증나는게 - 책의 번역이 잘못되었다거나 해설이 불편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 순수 번역문을 아직 다 보지 못한 상태에서 번역/해설서를 보려니 답답했다. 일일히 대조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의 주요 본문을 싣고 있다했지만, 어떤 의미에서 어떤 기준으로 이 챕터만을 뽑았는지는 모르겠다. 오히려 내가 수업중 배운 것은 역해서에는 나와있지 않은 다른 부분들이었는데 말이다. 제대로된 번역서를 학과 선생님께서 준비하고 계신데 얼른 작업이 완료되어 두 책을 함께 보며 공부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듯 하다. P.S. 철학의 고전이 한권 한권 나올 때마다 역자나 출판사나 돈을 보지 않고 순수하게 좋은 책 하나 낸다는 의미에서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그렇기에 새로 나오는 철학책을 볼 때마다 마음이 뿌듯하다. 하지만 그것을 매번 다 살수는 없는 노릇이고, 나 아닌 다른 이들이 많이 찾아주기를 희망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