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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 - 자유교육의 선구자 프란시스코 페레 평전 ㅣ 프로그래시브 에듀케이션 클래식 2
박홍규 지음 / 우물이있는집 / 200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는 자유교육의 선구자라고 불리우는 프란시스코 페레에 관한 평전이다. 먼저 책과 그에 관해 언급하기 전에 개인적으로 '박홍규'라는 인물에 대해 먼저 말하고 싶다.
영남대 법학과 교수인 박홍규는 우리사회의 주류와는 거리가 먼 지방 사립대인 영남대를 나온데다 그곳에서 석사까지 마치고, 일본으로 가서 법학 박사를 얻었다. 비록 이후에 하버드나 노팅엄, 프랑크푸르트대에서 연구교수를 했다고는 하지만, 우리사회의 주류가 학사학위를 받아내는 '대학'에서 이미 결정된다는 점에서 그는 주류와는 멀다.
내가 그를 주목하게 된 것은 그의 이러한 경력이 아니었다. 그는 법학자이면서 인문, 사회, 예술분야에 걸쳐서도 다방면으로 발을 깊숙히 들여놓고 있으며 책을 굉장히 많이 내는 사람 중 한명이다. 법과 관련 없는 분야에서만 <윌리엄 모리스의 생애와 사상>, <내 친구 빈센트>, <오노레 도미에>, <조지 오웰> 등을 냈고, 번역서로도 <인권론>, <감시와 처벌>, <오리엔탈리즘>, <현대사상과 인권>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저 다방면으로 관심을 갖는 것조차도 쉬운 일은 아닐진대 관심을 넘어 책을 낼 정도로 여러분야에 해박하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그는 최근 위에 언급한 책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예술가, 사상가, 작가들의 평전을 내는데에 취미를 붙인 듯 하다.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 또한 프란시스코 페레라는 교육자의 생애를 담아낸 평전이다.
사상가, 철학자, 지식인에 주된 관심을 갖고 있는 나는 사실 교육자인 페레는 알지 못했다. 그가 교육자 중 얼마나 영향력있고 유명한 인물인지 이 책을 읽은 뒤에도 아직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굉장히 진보적이고 실험적이며 자유로운 사람이었던 것만은 알 것 같다. 그가 살았던 시대가 1800년대에서 1900년대로 넘어가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오늘날 이제와서야 간디학교니 하는 이름으로 자유학교가 세워진 이 땅에서 그의 실험은 100년 이상 앞선 것이었다.
그는 자유학교의 설립취지를 "소년 소녀들이 잘 배우고, 진실하며, 정의롭고, 편견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고 말하며, 그 목적을 위해 "낡은 교조적 가르침을 자연과학의 합리적 방법으로 대체하고", "아동의 자연적 능력을 자극하고, 발달시키고, 지도하여 가치를 지닌 쓸모 있는 사회구성원이 되게 할 뿐만 아니라, 전체 공동체의 발전에 헌신"하게 했다.
그의 모던스쿨은 1901년에 문을 열었다. 그는 학교운영에 있어 기존의 교재를 버리고 새로 교제를 제작했으며, 폭력적이고 부도덕적인 반종교적인 내용은 담지 않았다. 그는 또한 학교내에서의 교육에서 그치지 않고 공장과 작업장, 실험실 등의 현장교육도 병행했다. 또한 이례적으로 남녀공학을 실시하였고, 남녀의 평등성을 강조하곤 했다. 또한 당시의 계급적 차별을 무시하고 계급간의 평등성 아래서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으며, 상벌과 시험은 교사와 부모들의 이기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있는 것이라하며 이를 부정하고, 상벌, 시험을 폐지했다.
이 책을 읽으며 그의 모던스쿨의 정신을 알아가면서 때로는 그의 생각이 오늘날에 와서도 너무나 급진적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당시 그가 아나키스트라는 이유로 민중을 선동하고 아나키스트들의 우두머리 행세를 하며 악의 기운을 퍼뜨렸다는 죄목으로 사형을 당한 것은 그가 너무나 진보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를 보면 난 소크라테스를 떠올린다. 소크라테스는 그리스 아테네의 청년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무지를 자각하게 해주었는데 이것이 신과 국가를 부정하고 청년들에게 해가 된다는 이유로 사형을 당했다. 페레의 죽음과 소크라테스의 죽음은 너무나도 비슷하다.
다른 것은 다 제치고라도 페레의 상벌제와 시험 폐지에 관한 주장은 오늘날 누군가가 다시 그런 주장을 펼친다면 여기저기 욕을 먹으며 매장당할 것이 뻔해보인다. 오늘날의 교육학 책에서조차 상벌과 시험을 적절히 활용하라고 하는데 페레는 그것의 폐지를 주장했으니 말이다. 상벌과 시험 폐지는 학생들에게는 환영받을 일일지 모르지만 현실에서는 내게도 너무나 이상주의적인 주장같이 보인다. 그러나 현실을 떠난 그의 이상주의는 옳다. 상벌제와 시험이 어른들의 이기심을 만족시키고 서열을 나누기 위한 제도임은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나는 페레를 통해 교육자로서의 애정과 관심, 열정을 느낀다. 후에 내가 그의 생각에 따라 현실교단에서 그것의 일부라도 실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난 노력하겠다 라는 답변으로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