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마르크스 - 그의 생애와 시대
이사야 벌린 지음, 안규남 옮김 / 미다스북스 / 200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다른 책들에 비해 꽤 오랜시간에 걸쳐 읽은 책이다. 이 책은 쉽게 읽히지가 않아 한번 손에 잡으면 오래토록 쥐고 있을 수가 없었다. 칼 마르크스에 대한 평전임을 내세우고 있는 책이고, 실제로 평전의 내용을 담고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다른 사상가들의 평전보다는 어렵다. 그의 생애라는 것이 사상을 논하지 않고는 펼쳐보일 수 없기에 이책은 평전임에도 상당부분 사상이 들어가 있다.

저자는 77년에 쓴 책의 서문에서 이 책을 쓴지 40년 가까이 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37년에 이 책의 초판이 나온 것인데 당시 저자 이사야 벌린이 30살무렵이라고 하니 저자 또한 대단한 철학자였다. 그 젊은 나이에 마르크스를 꿰뚫고 그의 평전까지 쓸 정도였으니 말이다. 저자는 본래 이 책을 낼 때 마르크스의 경제, 정치, 사상에 대한 부분을 상당부분 집어넣으려고 했으나 출판사측의 요구로 지적전기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도 500쪽 넘는 분량으로 꽤 두꺼운 편인-평전치고는 두껍다고 할 수 없지만-이 책이 두세배 가량 늘어날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이 책은 서론, 청소년기, 정신철학, 청년 헤겔학파, 파리, 역사적 유물론, 1848년, 런던에서의 망명생활, 인터내셔널, 붉은 테러박사, 황혼의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르크스에 있어 사상적 전환점이 되는 시기를 기준으로 차례를 나눈 듯 하다.

이 책이 읽기에 어려운 것은 마르크스의 어렵고 딱딱한 사상때문만은 아닌 듯 하다. 저자 이사야 벌린은 평전쓰기로 유명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저자의 문체가 난해하기 때문에 책읽기가 퍽퍽한 것은 아닌듯하고 아마 번역의 문제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나의 무지함으로 비롯된 퍽퍽함을 일정부분 번역자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이를 확신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원전과의 비교는 불가능하고, 번역체가 딱딱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마르크스에 관한 책들 중에서는 이 책이 그나마 쉬운 책에 속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르크스의 생애에 대해 알고 싶다면 다른 책도 읽기 힘든건 매한가지이니까 이 책을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