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과 폭력 - 운명이라는 환영 우리 시대의 이슈 총서 2
아마티아 센 지음, 김지현.이상환 옮김 / 바이북스 / 2009년 11월
구판절판


사람들은 대부분 타인이다. (오스카 와일드)
사람들의 생각은 다른 누군가의 의견이고, 사람들의 삶은 모방이며, 사람들의 열정은 인용이다. (오스카 와일드)-20쪽

실로, 세계의 무수한 갈등과 만행은 선택이 불가능한 독보적인 정체성이라는 환영을 통해 유지된다. 증오심을 구축하는 기술은 다른 관계들을 압도하는 정체성, 이른바 지배적인 정체성의 마력에 호소하는 형식을 취하며, 또한 편리하게도 호전적인 형태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일반적으로 있는 인간적인 동정심이나 선천적인 친절함을 무기력하게 만들 수 있다.
-20-21쪽

쟁점
첫째, 정체성들이 확고히 다원적이며, 하나의 정체성의 가치는 다른 정체성의 가치를 제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둘째, 개인은 특정한 맥락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서로 다른 충성과 우선순위들에 상대적인 중요성을 어떻게 부여할지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58-59쪽

"공동체는 그 구성원들이 동료 시민으로서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뿐만 아니라 그들이 누구‘인가’를 기술하며, (자발적인 단체의 경우처럼) 그들이 선택하는 관계가 아니라 그들이 발견해야 하는 애착의 대상이고, 단순히 그들 정체성의 속성이 아니라 그 정체성 자체를 구성하는 요소"이다.
-81-82쪽

단일성의 환영은 인간을 여러 소속 관계를 지닌 개인이나 여러 상이한 집단에 소속된 사람으로 이해하기보다는 독보적으로 중요한 정체성을 부여하는 하나의 특정 집단의 구성원으로만 이해하는 추정에 의지한다. -95쪽

문명론적 접근은 단일 범주의 추정에 의존하는 것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점 외에도, 동일시된 각 문명 내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결함을 안고 있기도 하며, 개별 문명들 간의 광범위한 상호 관계를 간과하는 단점도 있다. -96-97쪽

우리의 종교적 정체성이나 문명적 정체성은 매우 중요하기는 하지만 수많은 정체성 중의 하나일 뿐이다.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이슬람교(또는 힌두교나 기독교)가 평화를 사랑하는 종교인가, 호전적인 종교인가("정말 어느 쪽인지 말해 달라?")하는 것이 아니라, 신앙심 깊은 무슬림이(또는 힌두교도나 기독교도가) 자신의 종교적 신념이나 관행을 개인적 정체성의 다른 특정들이나 (평화나 전쟁에 대한 태도와 같은) 다른 신조, 가치들과 어떻게 결합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종교적 소속 관계, 또는 "문명적" 소속 관계를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정체성으로 파악하는 것은 매우 문제 있는 진단이 될 것이다. -124-125쪽

세계를 종교에 따라 분할하는 것은 전 세계 사람들과 그들 간의 다양한 관계에 대한 심각하게 잘못된 이해를 낳는다. 그것은 또한 한 사람과 다른 사람을 나누는 하나의 특정한 구별을 확대하고 그 외의 모든 중요한 관심사는 배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137쪽

만약 인간에게 결정의 자유가 중요하다면, 그런 자유를 합당하게 행사해서 얻은 결과들 또한 존중해야지, 무조건적인 보존이 강요된 선례에 따라 그 결과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191쪽

특정 공동체 구성원들이 어떤 전통적 생활 양식을 자유롭게 추구하는 것을 사회에서 허락하지 않는다면 문화적 자유가 방해받을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191쪽

만약 개인이 (현재 진행 중인 전통에 구속되지 않고) 스스로 가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하는 대로 살도록 허용되고 장려된다면 문화적 다양성은 확대될 것이다. -192쪽

다양성은 또한 심지어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사람들의 자유를 증진하는 데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192쪽

사회적 억압이 문화적 자유의 부정이 될 수 있듯이, 한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다른 생활 양식을 선택하기 어렵게 만드는 순응주의의 횡포에서도 자유의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 -194쪽

또한 다른 문화와 다른 생활 양식에 대한 지식과 이해력이 결여되었을 때도 부자유가 초래될 수 있다. -195쪽

인간의 정체성이란 수많은 개별 형식을 취할 수 있으며, 사람들이 자신을 이해하는 방법을 결정하는 데 있어, 또 자신이 어느 특정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태어난 데 대해 어느 정도의 중요성을 부여할지 결정하는 데 있어 이성적으로 추론해야 함을 인식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197쪽

세계화된 경제에 참여하는 가난한 사람들이 좀더 부유해진다고 할지라도, 이것이 가난한 사람들이 경제적 상호 관계의 이익과 그 관계의 막대한 잠재력에 따른 이익을 ‘공평하게’ 나눠 가진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218쪽

가난한 사람들에게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덜 불균등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들이 실질적으로 더 나은 그리고 더욱 공정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가를 질문해야 하며,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그러한 상황을 이끌어낼 수 있는 국내외적 제도에 어떤 것이 있겠는가를 물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현실적으로 관여해야 할 지점이다. -221쪽

무쉬는 분노를 일으키는 정도로 충분하지만, 침해받았다는 느낌이나 신분이 강등된 느낌, 굴욕의 감정을 반란과 폭동에 더 쉽게 동원될 수 있다. -231쪽

세계의 약자들이 받고 있는 불평등하고 부당한 대우에 초점 맞추고 있는 "반세계화" 비판을 (이 비판에 세계적 윤리를 강력히 적용한다면) 진정한 반세계화라고 이해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우리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그 생각들은 적절하게 변경된 세계 질서 속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불행한 사람들을 더욱 공정하게 대우하는 것을 추구하고 기회를 더욱 공정하게 분배할 필요가 있음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236-237쪽

만약 한 개인의 정체성은 그 사람이 (언어, 계급, 사회관계에서부터 정치적 관점, 시민으로서의 역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맺고 있는 다른 모든 소속 관계는 간과된 채 공동체나 종교에 의거해 정의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또 개인의 정체성은 숙고와 선택에 의해서가 아니라, 물려받은 종교나 전통에 자동적으로 우선순위를 부여함으로써 정의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다문화주의의 도덕적, 사회적 주장들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255쪽

폭력을 양성하는 호전적인 기술은 사유할 자유와 침착한 이성적 추론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기본적인 본능을 일부 끌어들여 사용한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일종의 논리, 즉 ‘단편적’ 논리 또한 끌어들이고 있음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특정한 활동을 위해 분리된 특정 정체성은 대부분의 경우 새로 충원되는 사람의 진정한 정체성이다.
-2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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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이] 2010-02-27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싶었던 책이었난데ㅋ 아마르티아 센 좋죠!!ㅋ

마늘빵 2010-02-28 08:16   좋아요 0 | URL
글을 쉽게 쓰더라고요. 무슨 말을 하려는지 바로바로 눈과 머리에 들어옵니다. 생각보다 임팩트가 강하진 않았지만 두루두루 호감형 학자. ^^ 센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어요.

yamoo 2010-04-06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센의 책을 얘의주시하고는 있습니다..근데, 인용된 것이 책의 내용 그대로라면 읽고 싶은 마음이 샥~ 가시는데요..ㅎㅎ 번역이 영~

마늘빵 2010-04-07 09:44   좋아요 0 | URL
생각보다 쉽게 읽히고 재밌습니다. ^^ 이 책 읽고 센의 다른 책에도 관심이 가던데요. 경제학과 윤리학 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