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을 위한 철학통조림 - 담백한 맛 1318을 위한 청소년 도서관 철학통조림 3
김용규 지음 / 주니어김영사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철학통조림 조리사 김용규가 전작인 <도덕을 위한 철학통조림> 두 권을 통해서 '윤리학'을 쉽게 풀어냈다면, <지식을 위한 철학통조림>을 통해서는 '인식론'을 풀어내고 있다.

  인식론이라는 것은, 영어로 epistemology 라 하여, 과학을 뜻하는 그리스어 episteme 와 담론을 뜻하는 그리스어 logos의 결합으로 이루어져있다. '인식의 일반적인 과정에 대한 분석이나 연구'라는 의미로, '지식이론' 과 '인지학'과 동의어이다. 작게는 '과학적 정신'에 대한 분석. 과학이 사용하는 방법, 과학적 위기, 과학의 역사를 연구하며, 어떤 특정한 과학에 대한 철학적 연구(수학 철학, 역사 철학, 생물 철학 등)도 포함한다. (엘리자베스 클레망의 <철학사전> 참조) 

  <지식을 위한 철학 통조림( 담백한 맛 )> 에서는 그리스 신화인 프로메테우스로부터 시작하여 지식이란 무엇인가를 묻고, 그리스 소피스트의 궤변, 소크라테스의 산파술, 플라톤의 상기론, 아리스토텔레스의 진리론, 베이컨의 귀납법, 데카르트의 연역법까지를 다룬다. 각각의 장 뒤에는 '보너스캔'이라 하여 저자 김용규가 먼저 낸 책 <알도와 떠도는 사원>에 등장시킨 알도와 레나를 등장시키며 해당 장에서 이야기한 바를 하나의 에피소드를 만들어 소설 속에서 쉽게 재현해냈다. 또한 연극이 벌어지는 각 장면은 프로메테우스의 경우 코카서스산, 소크라테스의 경우 감옥, 플라톤의 경우 동굴, 아리스토텔레스의 경우 아테네 학당 등 각각의 등장인물들과 매우 관련이 깊은 곳을 택함으로써 해당 철학자의 삶의 터전과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하였다.

  앎이란 무엇이고, 지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은 고대 그리스 신화와 소크라테스에게서 시작하여, 이후로는 어떻게 하면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의 앞에 사물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가를 따져 묻는 데카르트에 이른다. 또한 <지식을 위한 철학 통조림> 2권인 '고소한 맛'에서는 믿을 만한 지식은 무엇인가, 진리는 어떻게 인식하는가, 우리가 믿고 있는 지식이란 변하지 않는 진리인가, 아니면 변하지 않는 진리라 믿는 것인가, 등등을 따져묻는 칸트와 비트겐슈타인, 포퍼, 쿤, 마투라나에 이르며 과학철학의 부분을 건드린다. 사실 철학에 있어 인식론이란 과학철학, 심리철학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처음에는 단지 앎이란 무엇인가, 라는 단순한 질문으로 시작하였지만, 점차 논의가 세분화되고 확장되며 과학와 마음의 영역까지 끌어들이게 된다. 또한, 존재론, 형이상학, 윤리학 등등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철학의 분야를, 심리철학, 과학철학, 해석학, 인식론, 윤리학, 정의론, 정치철학 등등으로 나누지만 모든 것은 결국 한 지점에서 만나게 되어있다. 2권의 끝에서 생물학자인 마투라나가 등장하는 것은 뜻 밖의 사건은 아닌 셈이다.

  프로메테우스부터 데카르트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장들은 별개로 독립되어 존재하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소피스트에게서의 지적되는 문제점은 소크라테스에게로, 소크라테스의 한계점은 플라톤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며 데카르트에 이른다. 고로 하나의 장에 한 명의 철학자가 등장한다고 하여 따로 읽어서는 안되고,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스토리로 구성되어있다고 봐야한다.

  김용규는 내게 기존에 알고 있는 철학사의 단편적인 지식들을 하나로 꿰어주는 마법사이다. 그 누구도 철학사를 하나의 스토리로 인식하게끔 가르쳐주지 않았으며, 나의 짧은 철학적 지식이란 것도 각각의 조각들로 바다를 표류하고 있다. 결국 공부는 스스로가 해야하는 것이고, 조각난 지식들을 꿰어 맞추는 것도 내가 해야 할 일이지만, 이런 책들을 만나면 조각난 퍼즐은 한결 맞추기 쉬워진다. 청소년용 철학서라 하지만 잃어버린 조각들을 찾기 위해 바다 위를 유영하는 나같은 이들을 위해 안성맞춤인 책이다. 책이 청소년용이라 하여, 유아용이라 하여 그네들만 읽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아주 유치한 동화라 할지라도 그것이 내게 유용하다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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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4-22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와 홍이에게도 유용하겠죠? ㅎㅎㅎ

마늘빵 2007-04-22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 요고 근데 대략 고등학생 수준에서 봐야할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