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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재테크
박경민 지음 / 책든사자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아트 재테크
기초적인, 너무나도 기초적인, 신(新) 재테크의 비법
아트 재테크.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종류의 재테크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자신의 문화적인 식견을 돈으로 연결시킬 수 있으니 이만한 매력적인 재테크가 없어 보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신의 눈을 완전히 믿지 않는 이상 도전하기가 힘든 것이 바로 이 아트 재테크다.
그러므로 아트 재테크에 대한 책을 사려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뉠 것이다. 이미 어느 정도의 정보를 수집해놓고 좋은 작품을 물색해나가는 상태에서 정말 ‘고수다운’ 테크닉을 전수받으려는 사람, 그리고 아직은 자신의 눈에 대해 자신이 없지만 기초적인 지식을 쌓아 미래의 컬렉터로 거듭나려는 사람.
이 책은 엄밀히 따지자면 양쪽 다 아니다. 이 책은 제3의 부류, 즉 아직 아트 재테크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사람을 위한 책이다.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듯하지만, 사실 정말 그럴까? 아직 일반인의 인식이 높지 않은 상태에서 일반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책까지 사게 만드는 일은 사실 쉬운 일은 아닐 텐데 말이다. 게다가 이 책은 나처럼 이미 아트 재테크에 대해 기본적인 상식선의 이야기를 아는 사람에게는 그다지 새로울 내용이 없다. 비법이라고 내놓은 것은 사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이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라.’ 이건 모든 재테크의 기본 아닌가. 우리가 궁금해 하는 것은 ‘그렇다면 어떻게 비싸게 팔 것인가? 어디서 싸게 살 것인가?’이다. 책에 물론 몇 가지 팁이 나와 있긴 하지만, 무언가 대단한 것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러운, 당연한 이야기이다. 이를테면 자신의 안목을 키우라든지, 불행한 인생의 작가에 투자하라든지, 아트 페어에 가보라든지 하는 식의 이야기. 이것으로 탐욕스럽기까지 한 <실용서> 독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내 생각에는 한 권으로 된 이 책의 내용을 1/5로 줄이고, 나머지 2/5는 구체적인 사례를, 2/5는 미래 시장 예측이나 전망 등과 함께 유력한 작가 군(群)을 소개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만들었어야 한다. 책이 책이니만큼 구체적인 작품의 사진을 넣어 독자들의 눈을 훈련시키는 것도 좋았을 것이다. 실용서의 내용은 꽉 들어차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은 풀어져 있다. 이런 식으로는 독자들은 지갑을 열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시작이다. 내가 알기로는 아트 재테크에 관한 책은 이 책이 처음(혹은 적어도 선두주자들 중 하나)으로 알고 있다. 그런 까닭에 저자가 독자들을 너무 과소평가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트 재테크에 관심을 가질만한 식견을 가진 독자들은, 저자의 생각보다 더 영리하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관심이 없던 내가 읽어도 이 책은 너무 개괄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실용서가 아닌 인문서적 같다.
정말 아트 재테크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일독을 권한다. 그러나 이미 아트 재테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정보를 수집하던 사람에게는, 글쎄, 책을 권하기 망설여진다. 물론 개론서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깔끔하게 읽을 수 있겠지만 새로운 정보는 없음을 명심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