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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선비 - 살아있는 조선의 청빈을 만난다, 개정판 ㅣ 조선을 움직인 위대한 인물들 1
이준구.강호성 엮음 / 스타북스 / 2013년 4월
평점 :
선비, 바르게 살고 바르게 죽다.
이 책에 나오는 40명의 선비 중 내가 그 이전에도 이름을 알고 있던 사람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일단 그 점이 부끄럽기도 하고 또한 놀랍기도 했다. 나름대로 역사에도 자신 있고, 유교적 문화의 세례를 받으며 자랐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나는 한참 멀었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온 선비들은 나의 이런 자만심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하나같이 자신에게 엄격하여 보는 내가 무서워질 정도로 청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 책은 단순히 조선의 선비들에 대해 다룬 것은 아니다. 정확한 이 책의 정의를 내리자면, 청렴한 조선의 선비가 될 것이다. 이들의 청렴함은 때로 무서울 정도여서 물자가 풍부한 우리의 기준으로는 거의 기행의 수준에 가까운 일을 벌이기도 한다. 그 청렴함이 거의 결벽처럼 느껴질 수준이어서 무섭게까지 느껴지니 말이다.
물론, 그러한 모습은 이 시대의 귀감이 되기 충분하다. 백성을 사랑하고 가진 자들에게 엄격하고 자신 스스로 백성의 입장에 서고자 한 치의 더러움도 용납하지 않는 사람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 시대의 사람들은 그저 자신의 배만 채우려 급급한데, 우리가 흔히 ‘옛날’이라며 얕잡아보는 조선시대의 선비들은 그토록 청렴하니,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나로서는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았다. 그것은 이 책이 너무 선비들의 청렴함에만 집중한 나머지 선비들의 인간다움이 많이 씻겨져 나갔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도 인간다운 따스한 마음이 있었을 터인데, 이 책에서는 그것보다는 그저 초인적인 가난을 견디고 또 그것을 식구들에게도 감당케 하는 모습만이 나온다. 그렇기에 존경스럽기는 하지만 결코 가까이 다가가기에는 어렵게만 느껴지고, 심지어 ‘아무리 그래도 매정한 것 아닌가’싶기도 하다.
따스함이 없는 청렴이라면 그저 기행에 불과하다. 지나칠 정도의 청렴 이면에 인간적으로 타인을 쓰다듬는 인간미를 부각시켜주었다면 우리가 아무리 투덜거리기 좋아하는 인간이라 하여도 이 40명의 선비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그러니 이 책은 청렴함에 대해서는 자세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으면서도, 그들의 따뜻함에 대해서는 추상적인 이야기만을 들려주는 경우가 많아 그것이 아쉬웠다. 그런 글로는 보통 사람들과 선비들의 거리감만 늘려서 ‘저 사람들이야 애초에 나와 다르니까’라는 인식을 낳을 수도 있을 것이다. 실재로 나 역시 어릴 적에는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러다 선비들이 쓴 연애시를 읽으며 그런 생각을 많이 고쳤지만. 그런 모습이 좀 더 보충된 책이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런 단점이야 조금 아쉬운 점이고, 이 책의 다른 장점에 비하면 결코 불쾌할 정도로 크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다. 딱딱한 문어체가 아닌, 마치 할아버지 선생님이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부드러운 문장을 써서 쓴 조선 선비 40명에 대한 이야기는 훈훈하면서도 서릿발 같은 교훈을 우리에게 남겨준다.
바르게 살고 바르게 죽은 선비들. 자신의 자리에서 그토록 최선을 다했던 우리의 선조들을 보며 오늘날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것. 이것이야말로 조선의 선비들이 자신의 삶이 남겨지길 바라 마지않던 그런 후세의 기록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