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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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맨을 위한 아티스트 웨이
줄리아 카메론 외 지음, 원은주 옮김 / 웅진윙스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비즈니스맨을 위한 아티스트 웨이
오랜만에 보는 알찬 실용서
오랜만에 실용서 치고는 좋은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이른바 ‘모닝페이지’라고 부르는 아침에 자유롭게 (그러나 집중하여) 쓰는 3페이지의 글로 창조적이고 자유롭게 사는 방법을 알려준다. 여기까지는 딱히 다른 실용서보다 좋을 것이 없어 보인다. 이미 우리는 다른 많은 책들을 통해 각기 다른 도구들과 지침들을 수 없이 추천받아 왔지 않은가. 그러나 처음 말했듯이 이 책은 그런 흔한 책들과 달리, 보기 드물게 좋다. 사실,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특별한 제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책들과 달리 그 ‘모닝 페이지’의 활용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와 유용한 툴(tool)로 가득 채워져 있다는 점에 있다.
지금 당장 모닝페이지가 무엇인지, 그 활용법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바꾸는 지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책을 읽는 편이 나을 것이다. 서평은 책의 요약이 아니니까. 하지만 당신이 내가 본래 12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을 단 1주일 실행에 옮겨본 경험담을 듣고 싶은 의심 많은 사람이라면 이 서평을 계속 읽기를 바란다.
일단 나로서는 따로 모닝페이지를 쓰기에는 여러 악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첫 번째로 아침에 시간을 내기 거의 불가능했다. 나는 이미 학원 수강을 위해 매일 5시에 일어나고 있고 일을 마치고 나면 10시가 훌쩍 넘어 있는 경우도 잦았다. 모닝페이지를 위해 1시간 정도 더 일찍 일어난다면, 최악의 경우 4시간밖에는 자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었다. 잠이냐 모닝 페이지냐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자면 나는 당연히 잠을 선택할 터였다. 두 번째 문제점은 내가 이미 일기를 써 오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책에서는 일기와 모닝페이지가 다르다고 말하지만 내 일기는 조금 독특한 방식이어서 모닝페이지와 아주 비슷한 구조였다. 그것이 어째서 곤란한 경우냐, 라고 묻는다면, 내가 글 쓰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한 번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 거기에 매진하느라 2~3시간씩 다른 일은 못 하고 일기에 매달린다는 사실을 말해주겠다. 그런 이유로 나는 최근 일기장을 펴는 일 자체를 꺼리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책을 간단히 쭉 읽어나간 나는 몇 가지 사항만 내 삶에 맞게 변동시킨다면 이 프로그램을 충분히 따를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일단 나는 아침에 일어나 모닝페이지를 쓰는 대신 학원을 마치고 남들보다 일찍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에 도착했을 때 모닝페이지를 쓰기로 했다.(그동안 나는 그 시간을 인터넷을 하느라 소모시키곤 했다.) 그리고 모닝페이지(이자 일기)의 분량을 철저히 3페이지로 고정시키기로 하여 쓸데없는 시간의 낭비를 줄였다.
그렇게 해서 ‘아티스트 웨이’의 1주일이 지났다. 솔직히 아직까지는 삶의 드라마틱한 변화는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점차 내 삶이 정돈되는 기분을 느낀다. 프랭클린 다이어리를 사용하는 것처럼 스케줄을 정리하는 것과는 다른 느낌으로, 내가 내 삶(감정적인 면을 포함하여)을 조율하고 통제하고 있다는 기분이다. 물론 나는 여전히 분노하기도 좌절하기도 방황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닝페이지에 그러한 감정을 솔직히 적고 그 위에서 대안을 생각하는 일이 익숙해지면 더욱 나 자신을 정확히 바라볼 수 있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이전의 일기는 감정의 늪을 더 깊게 만들어 내가 끊임없이 그 구렁텅이에 빠지게 만들었다면 모닝페이지는 오히려 단단하고 다정한 시선을 나에게 베푼다. 나는 나머지 11주의 프로그램을 계속할 용의가 있고, 11주가 지나면 내가 분명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프로그램의 장점은 굳은 의지로 나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다정하고 부드러운 방법으로 자신을 현명하게 바꾼다는 것이다. ‘일단 마음가짐부터 바꿔라!’라고 시끄럽게 외치는 강건한 책들에게 지친 사람들이라면 12주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 책의 프로그램을 따라오는 것도 좋을 것이다. 밑져야 본전 아닌가. 하다못해 모닝페이지 덕분에 하루 1시간씩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라도 생긴다면 그것도 괜찮은 일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