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비룡소 창작그림책 20
이수지 글 그림 / 비룡소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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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그림책에 재미난 환타지 동화는 별로 없나...하는 아쉬움이 있었는데(아, 있지, 구름빵!!!) 이 책을 만나니 반가웠다. 

부모와 함께 간 동물원에서 아이는 동물들과 어울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엄마, 아빠는 사색이 되어 아이를 찾기에 바쁘다. 두가지 이야기가 병행되는 구조가 언뜻 존 버닝햄의 '샐리~' 시리즈를  연상시킨다.

부모가 속한 현실 세계는 무채색으로, 아이가 속한 상상의 세계는 화려한 색채로 표현되었는데 부모의 품에 안겨 뒤돌아보는 아이와 어서 빨리 동물원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듯한 부모의 상반된 모습이 마음에 남는다. 아이를 그리워하는 고릴라도...

단순한 내용이지만 이 책을 읽으며 아이의 세계를 인정하고 그것을 충분히 즐길 시간과 여유를 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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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공주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35
김승희 지음, 최정인 그림 / 비룡소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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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창 공주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바리공주를 사주었다.

5살 아이가 보기에는 내용이 좀 길지만 주문한 엄마입장에서는실속있는 책이다.

옛스러운 우리 말도 좋고 원색적(?)이지만 아름다운 그림도 여러 장 볼 수 있어 만족이다. 책내용 보기가 없어 매우 아쉽다.   

아이는 계속 ''어떻게 아기를 버려~" 하며 열심히 듣는다. 7살 큰아이는 오히려 가만히 있는데. 딸이어설까..

뱀에 물리라고 뱀 밭에 버리고 대나무에 찔려 죽으라고 대나무 밭에 버리고, 결국은 바다에 던지고...읽어주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어쩜 이럴수가...하다가 문득 아이의 마음에 상처주는 나의 말과 행동도 생각나고. 나는 부모에게 어떤 딸인가도 생각하게 된고

각 장의 그림마다 바리공주의 표정도 너무 생생하게 표현되었다. 놀란듯 눈물을 흘리고 있는 표지의 그림을 보고 있으니 우리 아이에게는 이렇게 눈물 흘릴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게 된다. 버림받은 아픔을 지니고도 꿋꿋하게 험한 길을 간 건 부모의 사랑을 뒤늦게라도 얻고 싶어서일까 아니면 죽어가는 부모에 대한 연민에서일까  그 길을 통해 마음 속의 한이 풀어졌으려나..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 아이가 이런 효녀가 되길 바라진 못하겠고...그저 강인하고 아름답게 커갔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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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家庭)

박목월

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전등이 켜질 무렵을
문수(文數)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십구 문 반(十九文半).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육 문 삼(六文三)의 코가 납작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얼음과 눈으로 벽(壁)을 짜 올린
여기는
지상.
연민(憐憫)한 삶의 길이여.
내 신발은 십구 문 반.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버지가 왔다.
아니 십구 문 반의 신발이 왔다.
아니 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 어설픈 엄마이지만 아이들의 마음에 미소짓는 얼굴로 남아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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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

열정이 식은 뒤에도
사랑해야 하는 날들은 있다
벅찬 감동이 사라진 뒤에도
부둥켜안고 가야 할 사람이 있다

끓어오르던 체온을 식히며
고요히 눈감기 시작하는 저녁 하늘로
쓸쓸히 날아가는 트럼펫 소리

사라진 것들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풀이란 풀 다 시들고
잎이란 잎 다 진 뒤에도
떠나야 할 길이 있고

이정표 잃은 뒤에도
찾아가야 할 땅이 있다

뜨겁던 날들은 오지 않겠지만
거기서부터 또 시작해야 할 사랑이 있다      도종환 <슬픔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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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  시                      

                                    남진우

 물고기는 제 몸 속의 자디잔 가시를 다소곳이 숨기고

오늘도 물 속을 우아하게 유영한다

제 살 속에서 한시도 쉬지 않고 저를 찌르는

날카로운 가시를 짐짓 무시하고

물고기는 오늘도 물 속에서 평안하다

이윽고 그물에 걸린 물고기가 사납게 퍼덕이며

곤곤한 불과 바람의 길을 거쳐 식탁 위에 버려질 때

가시는 비로소 물고기의 온몸을 산산이 찢어 헤치고

눈부신 빛 아래 선연히 자신을 드러낸다

 

* 죽어서야 비로서 가시를 뺄 수 있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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