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안개

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사랑은 그 후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안개처럼
몇 겁의 인연이라는 것도
아주 쉽게 부서지더라      / 류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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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모스는 아무것도 숨기지 않는다 / 이 규 리

    몸이 가느다란 것은
    어디에 마음을 숨기나
    실핏줄 같은 이파리로
    아무리 작게 웃어도 다 들키고 만다
    오장육부가 꽃이라,
    기척만 내도 온 체중이 흔들리는
    저 가문의 내력은 허약하지만
    잘 보라 흔들리면서 흔들리면서도
    똑같은 동작은 한 번도 되풀이 않는다
    코스모스의 중심은 흔들림이다
    흔들리지 않았다면 결코 몰랐을 중심,
    중심이 없었으면 그 역시 몰랐을 흔들림,
    아무것도 숨길 수 없는 마른 체형이
    저보다 더 무거운 걸 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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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무엇이 이렇게 / 이성복


어째서 무엇이 이렇게 내 안에서 캄캄한가
옅은 하늘빛 옥빛 바다의 몸을 내 눈길이 쓰다듬는데
어떻게 내 몸에서 작은 물결이 더 작은 물결을 깨우는가
어째서 아주 오래 살았는데 자꾸만 유치해지는가
펑퍼짐한 마당바위처럼 꿈쩍 않는 바다를 보며
나는 자꾸 욕하고 싶어진다
어째서 무엇이 이렇게 내 안에서 캄캄해만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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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적 읽다 만 모모를 다시 읽었다. 초등학교 시절이었던것 같다. 집에 있던 이 책을 읽으려 시도했었지만 그림도 거의 없고 재미가 없어 그만 두었던 것 같다. 

하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이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회색 신사가 모모에게 인형의 물건을 이것저것 꺼내 보이는 장면이다. " 뱀가죽으로 만든 핸드백, 미니 립스틱, 분첩, 작은 사진기, 깃털 모자..." 그 부분을 반복해서 읽으며 그 물건 하나하나를 떠올렸고 마치 내가 그 물건들을 가진다면 하고 상상했던 것 같다. 내가 모모였다면 단번에 회색 신사의 유혹에 넘어갔겠다.  그 때나 지금이나 평범하고...모모같은 아이는 될 수 없을지 모르지만 모모를 읽는 동안은 모모처럼 사랑스러운 존재가 되어본다. 느리게 걸으면서 그리고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가장 생각나는 부분은 모모가 니노와 이야기를 나누기위해 긴 줄에 서있는 장면이다. 뒤에서 잠시도 참지 못해 고함을 치는 사람들...내 안에도 그런 모습이 있다. 그런데 그렇게 아낀 시간들을 어디에 쏟고 있는지. 히죽거리며 tv앞에서 쏟고 있는지 아니면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여기저기 기웃거리느라 쏟고 있는지.

요즘 지하철을 기다리며 눈여겨보면   많은 무표정한 사람들을 보게된다. 만약 그 옆에 모모가 있다면 저 사람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내 옆에 모모가 있다면 난 어떤 이야기를 하고싶어할까. 모모같은 친구가 있는 사람은 행복할거다. 그리고 모모가 되어 줄 수 있는 사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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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박사의 선물 - 문학 파랑새 클래식 이삭줍기주니어 1
에밀리오 파스쿠알 지음, 하비에르 세라노 그림, 배상희 옮김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예전에 신문 칼럼에 소개된 내용을 보고 한 번 읽어봐야지 하다 잊고 있었는데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하여 읽게된 책이다. 하지만 그동안 잊고 있었던 것이 미안하게도 내 가슴을 뛰게 하였다. 아마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그리고 책을 통하여 사람을 어루만지길 원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보며 가슴이 뛰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의 첫장부터 16세의 주인공 울리는 가출을 결심한다.  많은 재능을 가졌지만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어머니의 불화속에 학교를 떠나 지하철역을 배회하던 소년은 한 장님을 만나게 되고 그를 위해 책을 읽어주는 일을 하게된다. 이 때부터  40여권의 책이 쏟아져 나온다. 대화를 통해 만나는 글귀들과 시구  하나하나가 너무 빛났다. 책의 삽화 또한 책 읽는 즐거움을 더하게 하고.

책 뒤편엔 이 책에 소개된 책들에 대한 간단한 설명도 실려 있어 내가 못 읽어 본 책들은 한 번 꼭 읽어봐야지 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울리 또한 그 책들을 통하여 자신과 세상을 다시 보게되고  여자친구와 아버지가 자신을 떠나도 홀로 설 수 있게 된다. 

많은 책들이 등장하는 것 이외에도 이 책에는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깊은 사랑이 담겨있다.  하지만 그 사랑이 처음에는 공감이 가질 않았었다. 함께 있어주는 것이 더 큰 힘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 이 책속에서는 '부모들은 떠나게 되어있어 그게 그들의 의무야' 라고 한다.  나도 아이들이 좀더 크면 그 사랑을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이 책 중에서 울리가 '자신의 책'인 '어린왕자'를 장님에게 읽어주고 그 것을 듣던 장님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꿈을 꾸면 꿀수록 우리는 깨어난다'라는 글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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