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마음

  김현승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아버지의 동포(同胞)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英雄)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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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7-05-18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지..그 외로운 당신..
 
디즈니 고전명작 10종 세트 Vol.1 뉴패키지 (10disc) - 환타지아+백설공주와일곱난장이+밤비+신데렐라+이상한나라의앨리스+피터팬+덤보+피노키오+레이디와트램프+미키와콩줄기
스카이시네마 / 200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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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보자마자 구입했지요.

한 케이스에 10장의 dvd가 잘 고정이 되어 들어있어 보관과 사용에도 편리하구요

무엇보다 자리를 많이 차지하지않아 좋구요^^  폭이 3cm정도입니다.

아이들 영어공부삼아 보여주려고 구입했는데  남녀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화가 골고루 들어있어 아들 딸 모두 만족입니다. 놀라운 가격에 엄마도 물론 대 만족이구요.

화질과 음질도 좋은 편이고 영어, 한국어 더빙, 영어, 한글 자막 선택할 수 있어 활용하기에도 좋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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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받은 아이들 - 웅진 푸른교실 3 웅진 푸른교실 3
황선미 지음, 김진이 그림 / 웅진주니어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큰 애를 보는둣해 마음이 찡해져가며 읽었다. 

유치원 시절부터 우리 아이는 반에서 씩씩하고 인기 많은 한 아이의 이야기를 쉬지않고 했었다, 다른 유치원에 와서도 그와 비슷한 아이를 좋아하며 또 그아이의 이야기가 계속 됐었다.  자기와 다른 아이에 대한 호기심일까? 호기심을 넘어 부러움, 선망의 대상인 듯 느껴졌다. 그런데 그 애가 한동안 외국에 갔단다. 언제올까 늘 궁금해하며 그 아이의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다 세달쯤 지난 얼마전 외국에서 돌아왔다는 그 아이를 만났다. 우리 아이는 반가와 하며 이것 저것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고 좋아했지만 그애는 우리 아이에게 큰 관심이 없어 보였다. 내가 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물어보자 시큰둥 하게 대답하다가는 같이 있던 자기 친구와 쌩하니 자전거를 타고 가버렸다. 돌아온걸 확인해설까...그 이후론 그 아이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하지않은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니 아이가 학교라는 더 큰 집단 안에서 어떻게 자기 자리를 찾아갈지 염려가 되기도 한다. 그래도 민서처럼 자기 마음에 맞는 친구를 만날 수 있을지...아이들의 행동이나 심리에 대한 묘사가 사실적이고 마음에 많이 와 닿는다. 그런데 난 민서의 엄마처럼 적극적으로 돕고 위로하려고 나설 수 있을까... 엄마는 용감하다는데.

초대장을 받으려고 기다리는 모습, 찢어진 그림 공책에 같이 찢긴 아이의 마음, 요즘 세상과 어른들을 닮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서로의 색을 알아보는 아이들의 만남에 마음이 따뜻해져오기도 했다.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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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 바람벽이 있어

                                                          백석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十五燭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샤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
           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어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늬 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골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어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
               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쨈'과 陶淵明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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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져도 너를 잊은 적 없다 시가 있는 아침 1
이문재 엮음 / 이레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첫 시부터 나의 마음을 잡는다.

그 꽃 / 고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못한

그 꽃

해설이 곁들인 시선집을 별로 좋아하지않지만 이 시집의 '독후감'은 시를 읽고 느끼는데 방해가 되지 않아 우선 좋다.  시에 대한 설명이라기보다는 개인적인 느낌을 위주로 적었기 때문에 시를 읽은 후 서로 대화를 나눈다는 생각으로 읽으면 좋을 듯하다.     

이문재 시인은 시를 고를 때 평소 시를 잘 읽지않는 독자에게 다가가 말을 걸 수 있고 , 일상적인 삶의 문제를 돌아보게 하는 성찰의 힘을 가진 시를 기준으로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여기에 실린 시들은 너무 익숙하거나 또는 어렵지않으면서 마음에 오래 남기고 싶은 시들이 많다. 

이진명의 <'앉아서 마늘까'면 눈물이 나요 >를 읽으니 '부엌을 맴돌며 몹시 슬프게 지내는' 모습에 괜히 눈물이 나려하기도 하였다.


처음 왔는데, 이 모임에서는 인디언식 이름을 갖는대요

돌아가며 자기를 인디언식 이름으로 소개해야 했어요

나는 인디언이다! 새 이름 짓기! 재미있고 진진했어요



황금노을 초록별하늘 새벽빛 하늘누리 백합미소 한빛자리

(어째 이름들이 한쪽으로 쏠렸지요?

하늘을 되게도 끌어들인 게 뭔지 신비한 냄새를 피우고 싶어하지요?)


순서가 돌아오자 할 수 없다 처음에 떠오른 그 이름으로 그냥

‘앉아서 마늘까’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완전 부엌 냄새 집구석 냄새에 김빠지지 않을까 미안스러웠어요

하긴 속계산이 없었던 건 아니었죠

암만 하늘할애비라도

마늘짓쪄 넣은 밥반찬에 밥 뜨는 일 그쳤다면

이 세상 사람 아니지 뭐 이 지구별에 권리 없지 뭐


근데 그들이 엄지를 세우고 와 박수를 치는 거예요

완전 한국식이 세계적인 건 아니고 인디언적인 건 되나 봐요

이즈음의 나는 부엌을 맴돌며 몹시 슬프게 지내는 참이었지요

뭐 이즈음뿐이던가요 오래된 일이죠

새 여자 인디언 ‘앉아서 마늘까’였을까요

마룻바닥에 무거운 엉덩이 눌러 붙인 어떤 실루엣이 허공에 둥 떠오릅니다

실루엣의 꼬부린 두 손쯤에서 배어나오는 마늘 냄새가 허공을 채웁니다

냄새 매워 오니 눈물이 돌고 줄 흐르고


인디언 멸망사를 기록한 책에 보면

예절바르고 훌륭했다는 전사들

검은고라니 갈까마귀 붉은구름 붉은늑대 선곰 차는곰 앉은소 짤막소……

그리고 들 중 누구의 아내였더라 그 아내의 이름 까치……

하늘을 뛰어다니다 숲속을 날아다니다

대지의 슬픈 운명 속으로 사라진 불타던 별들


총알이 날아오고 대포가 터져도

‘앉아서 마늘까’는 불타는 대지에 앉아 고요히 마늘을 깝니다

눈을 맑히는 물 눈물이 두 줄

신성한 머리 조상의 먼 검은 산으로부터 흘러옵니다

요즘 내 맘에 와닿는 시를 찾아 읽는 맛을 조금 느끼고 있는데 이 시집을 통해 좋은 시들을 많이 만나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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