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자려다 한 해 마지막 날이라 하니 왠지 잠이 오지 않아 가볍게(?) 읽어치울 책을 한 권 빼들었다. 이 분의 놀라운 이력에 흥미를 느껴 산 책이다. 알라딘 평점도 나쁘지 않고. 그런데...


  석좌교수님께서 하고 싶은 말씀이 많으셨나 보다...

  별의별 이야기를 다 욱여넣으셨다.


  솔깃한 대목도 없지는 않은데 헛웃음이 나오는 뜬금포가 많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1960년대 한국에서는 국내 대표적 대기업이 밀수를 하다가 탄로나고, 충분히 이익을 내고 있는 기업들이 독성 폐기물을 하천에 방류하다가 발각되는 등 많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었다. 이런 비리들은 이익 최대화 목적함수를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인용자 추가: 자, 여기서부터 심호흡) 철학자 칸트는 『순수이성 비판』, 『실천이성 비판』 등 저서를 통해서 인간의 이성을 비판했다. 이성은 인간의 가장 소중한 속성의 하나이지만, 그것이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인간에게 이성이 중요한 만큼, 자본주의 체제 속의 기업에게는 이익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익 최대화 목적함수가 사회에 많은 부작용을 일으킨다면 그것 역시 비판받아야 한다."(책 145쪽)


  도대체 칸트는 왜 구태여 끌어다 쓰신 건지;;; 게다가 저 두 권이 '인간의 이성을 비판한 책'이라고 요약하면 될 책인지;;; (하지만 아직 『판단력 비판』이 남았으므로 충격받기엔 이르다...)


  이런 문단도 있다.

  "자유경쟁 사회에서는 아무리 성실하게 노력하는 사람도 자기보다 더 유능한 사람이 나타나면 패자(loser)가 되어 도태된다. 이는 실존철학에서 말하는 부조리(不條理, L'absurde)의 하나이다. 실존주의 작가 카뮈(albert Camu)에 따르면, "부조리란 인생에서 의미를 찾으며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인간을 좌절시키는 세계의 비합리성(irrationalness)"을 말한다. 이런 비합리성 때문에 고통을 받는 사람들에 대하여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세계는 고뇌하는 인간에게 아무것도 줄 것이 없다"고 했으며, 키르케고르(Søren Kierkegaard)는 "지성인은 패배 속에서 승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 지성인의 패배, 지성의 희생은 신(god)이 가장 기뻐하는 것"이라고 은유적으로 말했다."(책 157쪽)


  부조리하게 동원된 까뮈(Albert Camus), 하이데거, 키르케고르에게 괜히 미안해진다.


  하지만 칸트 선생님에 비하면 뭐...

  "(...) 칸트는 인간의 정신적 능력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상상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 중요한 상상력도 자기완성(self-completion) 능력은 없다. 인간이 상상해낸 것이 언제나 실현 가능하고 실제 환경에 부합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상력은 그 실현 가능성을 검증받기 위한 '탐색시행'을 필요로 한다. 이런 이유로 상상력은 11장의 탐색시행으로 이어진다."(책 208쪽 10장 Intro의 후반부) 


  자, 이제 3대 비판서를 완성시킬 때가 되었다.

  "이런 상상력의 오류는 과학과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칸트는 『판단력 비판(Kritik der Urteilskraft)』을 통하여 인간의 판단력을 비판했다. 인간의 상상력도 이런 비판을 받아야 한다. 상상력의 오류가 천동설(天動說)이나 지구 평면설(平面說)처럼 오류 그 자체에 그치면 다행이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인류에 치명적인 폐해를 주는 일도 많다. 역사적인 사례를 하나 살펴보자."(책 232쪽)


  이어지는 '역사적 사례'에는 "히포크라테스의 잘못된 상상력"이라는 작은 제목이 붙어 있는데, 히포크라테스의 상상력에서 출발하여 2천여 년 동안 의료계에서 활용된 방혈요법 때문에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인후염에 걸렸다가 2.5리터 피를 뽑고 이틀만에 사망했다는 '역사적 사례'이다... 상상력으로 가닿기에는 역사적 연대가 너무 떨어져 있는 거 아닌지...


  그 밖에도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웹상에는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로 입학하셨다가 1학년을 마치고 물리천문학과로 전과하셨다는 정보와 두 학과 다 학사를 졸업하셨다는 정보가 함께 있는데, 어쨌든 물리학을 전공하시고(전체 수석으로 졸업하셨다 한다ㅎㄷㄷ) 전기공학 박사이신 분답게, 자연과학, 공학 원리도 논거로 많이 활용된다. 이 분 책 중에 제목에 혹해 산, 『계량적 세계관과 사고체계』라는 책도 집에 있는데, 여튼 과학기술 이야기는 재미있게 읽을 만했다.

  다만, 이걸 당신의 경영학 이론에 갖다붙이시는 과정에서 때로는 무리수(교수님처럼 "irrational number"라고 부연해봄) 내지는 유사과학(pseudoscience)스럽게 되어버리는 것은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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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공 2019-01-01 05: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고 특이한 이력을 가진 분이다라고 생각은 했었는데 왠지 손이 안가더군요. 혹시 이분이 <니체는 나체다>를 쓴 저자의 스승이 아니실지 ㅋㅋㅋ 여튼 써주신 글을 보니 왠지 이분이 스승이실듯 ㅋ

묵향 2019-01-01 13:50   좋아요 0 | URL
Nykino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니체는 나체다』 리뷰 쓰신 것을 읽어보니, 딱 그 느낌이 맞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책 181쪽 이하에 실제로 ‘나력(裸力, naked strength)‘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부분도 일관됩니다.

˝(...) 나력의 개념은 인간이 창조한 작품에도 적용될 수 있다.수에즈 운하 개통을 경축하는 행사에 쓰기 위해 베르디에게 위촉하여 작곡된 오페라 <아이다>는 경축 행사가 끝난 뒤, 즉 옷을 벗은 지 100년이 넘었지만 오늘날까지 인류의 사랑을 받고 있다. 모차르트의 레퀴엠도 마찬가지이다. 한편 링컨 대통령은 남북전쟁의 격전지 게티즈버그에 국립묘지를 헌정하는 연설에서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부는 영원히 멸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그 행사가 끝난 지 200여 년이 지난 오늘에도 나력을 유지하고 있다.˝(책 182쪽)

이렇게 떠오르는 대로 읊으시면 나력의 산물 아닌 작품이 없을 것 같은데... (경영학 책들이 대개 그런 면들이 좀 있지만) 10년마다 내신다는 대작으로서는 싱거운 책입니다. 역시 꼭 읽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초란공 2019-01-01 14: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려한 이력을 상세히 밝히셨기에 조사하보면 왠지 재미있을 것 같은 분입니다. 하지만 한가지 부러운건 화려한 이력이기보다 지하 벙커보다 더 두꺼울것 같은 이 자신감/절대무한긍정의 태도라고 할까요. 대부분 무기력하고 우울한 저로서는 ㅋㅋ 내심 배우고 싶은 점입니다. ^^아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묵향 2019-01-01 23:42   좋아요 1 | URL
이전에는 책만 있으면 우울과 무기력을 언제라도 털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 편이었는데, 세상살이가 늘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더라구요~ 윤 교수님도 짧지 않은 세월 중에 그런 시기가 분명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새해에도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프로폴리스 2019-02-14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문사회학 하시는 교수님들은 글쎄요..제가 아는 선에서는 대개가

묵향 2019-02-15 10:14   좋아요 0 | URL
윤석철 교수님은 경영학과 교수님이시지만, 물리학과를 졸업하시고 전기공학 박사시라고 하네요~
 
 전출처 : 묵향 > * 꼭 읽어야 할 책

  이건 1년 전이네...


  '지난 오늘'은 그 오늘이 지나면 다시 공유할 수가 없게 되는 것 같다.
  『프랑스 아이처럼』은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 볼 때마다 그저 많이 안아준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아래는 종전 글을 거의 그대로 옮겨와 페이퍼로 정리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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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가 태어나고부터 나 자신과 인간의 생물성과 사회성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부쩍 많아졌다. 출생(혹은 발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는 삶의 과정이 무변광대하게 열린 질문이라는 생각도 많이 든다.


  후성유전학(epigenetics)에 터 잡고 있는 태아 프로그래밍(fetal programming)과 메틸레이션(methylation) 등을 다룬 1부는 물론, 아이의 감정조절 능력, 공감 능력, 창의성 계발과 배움의 동기 부여 등 발달 단계를 다룬 2부까지, 통념을 거슬러 중심을 잡을 수 있게 해주는, 쪽쪽이 주옥같은 책이다. 페이스북 등지에서 EBS 다큐 <퍼펙트 베이비>의 인상 깊은 클립들을 접할 기회가 왕왕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하여 전체 맥락과 내용을 정리할 수 있어 더욱 뜻깊게 느껴진다. 다양한 실험 결과들을 통해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였다.


  좌절을 딛고 새로운 희망을 다짐하는 회복탄력성(psychological resilience)이 강한 사회(개인적 차원에서나 사회적 차원에서나), 타인을 밟고 올라서기보다는 공감하고 배려하는 사회를 앞당기기 위하여(하다못해 '욱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아이를 키우건 키우지 않건 읽어볼 필요가 충분한 책이다.


(...) 모든 아기들은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받아들일 준비를 갖추고 태어나서 스스로 그것들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좌절하고 실패도 경험하지만, 금세 털어내고 일어나 거듭 도전한다. 인간에게는 회복탄력성이라는 놀라운 감정의 메커니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모의 과도한 기대 혹은 정반대인 방임과 무관심은 아기가 실망하고 좌절했을 때 다시 원상태로 돌아올 수 있는 힘을 잃게 만든다. 다시 말해, 아기의 노력이 막다른 지점에 이르렀을 때 균형 감각은 깨지고 무한할 것 같았던 능력은 소멸해가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지금 부모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숨어 있다. 바로 아기의 발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더불어 넘치지 않는 보살핌과 부족하지 않는 애정의 '균형 감각'이다. 결국 부모는 조력자로서의 역할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


  아기가 가지고 있는 놀라운 능력들이 잘 펼쳐지고 발전해가는 원리는 이처럼 단순하다. 초기 환경의 열쇠는 부모가 가지고 있다. 시장은 무조건적인 보살핌이었으나, 점차 용기를 내어 아기의 삶과 분리되어야 한다. 아기도 언젠가는 청소년이 되고, 부모와 같은 독립적인 어른이 되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


  실험 결과, 감정조절 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이 실패 상황에서 덜 좌절하고 더 도전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서울여대 아동학과 남은영 교수는 감정조절 능력이 높은 아이들의 동기 수준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감정조절을 잘 하는 아이들은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을 회복시킬 수 있는 회복력이 높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에 대해서도 두려운 마음을 갖지 않게 됩니다. 그런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아이들의 경우, 불편한 감정을 다시 원래의 평정심으로 회복시키는 데 시간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걸립니다. 이러한 경험들이 누적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이 다가오면 그것을 즐기려는 마음보다는 실패했을 때의 두려움과 그 두려움을 회복시키는 과정의 힘들었던 기억이 먼저 떠오르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동기를 저하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더불어 아이들은 아기 때부터 조금씩 키워온 감정조절 능력을 발판으로 점차 다른 사람의 감정도 내 것처럼 이해하는 공감 능력을 발전시켜 나간다. 결국 공감 능력과 내적 동기 모두 잘 쌓아올려진 감정조절 능력이 전제되어야 발달할 수 있는 것이다. 숙명여대 아동학과 이영애 교수도 "아무리 뛰어난 지능을 가진 아이라 하더라도 정서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회에서 함께 어울리며 행복한 삶을 살 수 없다."고 설명한다.


  완벽한 아이는 어떤 모습일까? 자신의 감정을 적절한 방법으로 표현할 줄 알고, 상황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잘 조절하며, 타인을 배려할 줄 알고, 실패를 딛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아이. 그런 아이가 바로 모든 부모가 바라는 퍼펙트 베이비 아닐까? 정답은 바로 아이의 행복에 있다.


- 2부 닫는 글 중에서 발췌



  김민태 PD는 다음과 같은 책들을 쓰기도 하였다.




  유사한 주제를 다룬 책들로, 다음과 같은 책들이 눈에 띈다. 종전 글에서 책을 추가하였다. 올해 나온 책 중에 양성평등 말하기에 관한 『부모의 말이 아이를 틀에 가둔다』에 흥미가 간다.

  사이토 다카시가 작년에 『공신 엄마들의 3가지 말 습관』이라는 책을 낸 것도 새로이 알았다. 이 분은 참 뭐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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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향 2019-01-20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blog.aladin.co.kr/SilentPaul/10571913 으로 다시 작성하였습니다.
 
 전출처 : 묵향 > * 민주주의와 반증가능성

  이 날 책을 읽을 때 으슬으슬 춥더니 결국 몸살이 났던 기억이 난다.

  무리하게 1년을 쥐어짜내고 보면, 이맘때쯤 쉬면서 꼭 많이 앓곤 한다.
  여유가 너무 없다.

  여하간 북플 '지난 오늘' 기능을 활용하여 페이퍼처럼 쓴 리뷰들을 다시 페이퍼로 정리하려고 한다.

  (아래도 종전 글을 거의 그대로 옮겨오면서 보강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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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 포퍼(1902~1994)의 말년 인터뷰와 에세이를 담은 책으로, 1992년 이탈리아에서 처음 출간되었다. 1, 2부는 이탈리아 언론인 Giancarlo Bosetti와의 대담을, 3부는 '민주국가의 이론과 실제에 대한 반성', '자유와 지적 책임'이라는 두 편의 에세이를 수록하고 있다. 칼 포퍼 정치사상의 완성되고 정리된 모습을 개략적으로 살필 수 있다.

 

  포퍼에 따르면, '누가 지배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은 서투른 정식화이다. 군주정, 과두정, 민주정을 비교하여 '철인통치'를 주창한 플라톤에서부터 비롯된 이런 형식의 물음과 해결책들은, 언제나 최악의 불행을 야기했다.

  민주주의의 본질 역시 '국민주권'이나 '국민에 의한 지배'가 아니다. 그는 과학철학에서 택한 전략대로 민주주의도 부정적(否定的) 방식으로 접근한다. 포퍼가 말하는 민주주의의 핵심은 '제거할 수 없는 정부', 다시 말해 '독재'와 '부자유', '법의 지배가 아닌 다른 지배의 형식'을 피할 수 있는 힘, 즉 '심판가능성(= 반증가능성)'에 있다. 사람은 언제나 틀릴 수 있고, 실수와 오류를 통하여 배울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만이 폭력 아닌 이성으로 정치개혁을 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제공한다. 처칠의 표현처럼, "민주주의는 최악의 정부 형태이다. 다른 모든 정부 형태를 제외하고."

  어떤 개인이나 집단도 진리를 독점할 수 없다. 공동의 노력으로 진리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려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 따름이다. 영구불변의 절대적 진리는 있을 수 없다. 얼마간 반증을 견디고 있는 잠정적 진실만 있을 뿐이다. 목표는 추상적 선의 실현이 아니라, 구체적 악의 제거에 놓여야 한다. 그 성패는 '의사결정의 제도적 틀로서 비판과 토론이 얼마나 현실적 힘을 가지고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비판적 이성/합리주의, 즉 사실의 존중, 비판과 토론에 열린 태도, 오류 가능성에 대한 관용의 마음, 그리고 무엇보다, '이타적 개인주의' 윤리이다. 요컨대, 민주주의는 '국민법정(popular tribunal)'이어야 한다.

 

  칼 포퍼의 책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번역되어 있다. 번역되지 않은 것은 The Self and its Brain (NY: Springer, 1977); The Open Universe: An Argument for Indeterminism (From the Postscript to the Logic of Scientific Discovery) (Totowa, NJ: Rowman and Littlefield, 1982); Quantum Theory and the Schism in Physics (Totowa, NJ: Rowman and Littlefield, 1982); Realism and the Aim of Science (From the Postscript to the Logic of Scientific Discovery) (Totowa, NJ: Rowman and Littlefield, 1983); The Myth of the Framework: In the Defence of Science and Rationality (London: Routledge, 1996); Knowledge and the Body-Mind Problem (London: Routledge, 1996) 등이다. (추가) 2018년에 『포퍼 선집』이라는 것이 나오기는 하였는데 어떤 글들이 수록되어 있는지 확인하지 못하였다. 『현대과학철학 논쟁』은 토머스 쿤과 임레 라카토슈, 파울 파이어아벤트 등의 논쟁을 담은 책이다.



"우리의 문명이 살아 남으려면 우리는 먼저 위대한 인물에 맹종하는 습관부터 타파해야 한다. 역사에 관한 예언자로 행세하기를 중지할 때, 우리는 운명의 창조자가 될 수 있다. (...) 사회가 예술작품처럼 아름다워야 한다는 견해는 흔히, 너무나 쉽게 폭력적 조치를 초래한다. 지상에 천국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는, 인간만이 그의 동료를 위해 준비하는 지옥을 만들 뿐이다. 우리의 가장 큰 불행은 오히려 어떤 선한 의도에서, 즉 동료들의 참담한 운명을 개선하고자 하는 우리의 조급함에서 비롯되었다." (4쪽)

"통치자는 도덕적으로나 지적으로 평균 이상인 자가 거의 없었고, 더러는 평균 이하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물론 최선의 통치자를 얻기 위하여 노력해야 하겠지만, 그와 동시에 최악의 통치자에 대비한 원칙을 채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탁월하고 유능한 통치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가냘픈 희망에 우리의 모든 정치적 노력을 건다는 것은 나에게는 미친 짓으로 보인다." (41쪽)

"인류의 구체적 역사가 있을 수 있다면 그것은 모든 사람의 역사여야 할 것이다. 그것은 모든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의 희망과 투쟁 그리고 수난의 역사일 수밖에 없다." (155쪽)

"합리적 접근법은 내가 틀릴 수 있고 네가 옳을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우리는 공동의 노력에 의해서 진리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60쪽,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을 재인용)

"이 책을 이루고 있는 논문들과 강의는 매우 간단한 주제의 변주들이다. 그것은 우리가 우리의 실수로부터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182쪽, 『추측과 논박』 머리말 중에서)

"우리의 행정은 소수 대신에 다수를 옹호한다. 이것이 민주주의라 불리는 이유이다. 법률은 개인들의 사적 분쟁에서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정의를 행사한다. 그러나 우리는 탁월한 자의 주장을 무시하지 않는다. 어떤 시민이 뛰어나면, 그는 다른 사람에 앞서서 국가에 봉사하도록 요청된다. 그러나 그것은 특권으로서가 아니라 그의 장점에 대한 보상일 뿐이다." - 페리클레스(203쪽)

(7-1) "우리는 마르크스의 성실성을 인정하지 않고서 그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내릴 수 없다. 그의 열린 마음과 사실에 대한 감각, 그리고 쓸데없는 말장난에 대한 혐오, 특히 도덕적 훈화조의 말장난에 대한 혐오는 그를 위선과 표절에 대해 싸우는, 세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투사의 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는 억압받는 사람들을 도우려는 불타는 열의를 가지고 있었으며, 입으로써가 아니라 행위로 자신을 증명할 필요를 깊이 느꼈다. 그의 재능은 주로 이론적인 데 있었으므로, 억압받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려는 투쟁을 위한 과학적 무기라고 그가 믿는 것을 주조해 내는 데 엄청난 노력을 바쳤다. 진리를 모색하는 성실성과 지적 정직성은 그를 그의 많은 추종자들로부터 구별해 준다. (7-2로 이어짐)

(7-2) 지적 원천에서는 헤겔의 철학과 거의 동일하다 하더라도, 마르크스주의에는 말할 것도 없이 인도주의적 충동이 밑에 깔려 있다. 더구나 헤겔 우파와는 대조적으로 마르크스는 인간의 사회적 문제 가운데 가장 절박한 문제에 합리적 방법을 적용하려는 정직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노력의 가치는 그 노력이 대부분 실패에 그쳤다는 사실에 의해 감소되지 않는다. 과학은 시행착오에 의해서 진보한다. 마르크스는 그런 시행착오를 시도해 보았던 것이다. (7-3으로 이어짐)

(7-3) 경제적 힘이 모든 악의 뿌리에 놓여 있다는 독단은 없애버려야 한다. 오히려 모든 악의 뿌리에 놓여 있는 것은 모든 형태의 통제되지 않은 힘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해하여야 한다. (...) 경제적 힘이 위험스럽게 되는 것은 돈이 직접 권력을 살 수 있게 된다든지, 생존하기 위해 자신을 파는 경제적 약자를 노예화함으로써 권력을 간접적으로 살 수 있게 될 때이다. (...) 우리는 경제적 힘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제도를 세워야 한다. 그리고 경제적 착취를 방어할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상 7-1~3은 239쪽에서 인용)

"선거일은 새로운 정부에 적법성을 부여하는 날이 아니라, 과거 정부를 우리가 재판하는 날, 즉 과거 정부가 그동안 자신들이 해왔던 일들에 대해서 설명해야 하는 날이다." (249-2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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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용 2019-01-06 0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이번 연휴때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을 읽었는데 말이죠 ㅎㅎ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1부밖에 읽지 못하고 다시 생산에 집중을..

묵향 2019-01-06 12:42   좋아요 0 | URL
영어로?? 단숨에 읽기는 좀... 옛날 판 민음사 한글 책이면 더더욱ㅎㅎ 씩씩하게 생산하시기를 응원함!
 
 전출처 : 묵향 > * 리처드 파인만의 物理學

  싸이월드, 페이스북에도 흩어져 있던 책 후기 정리와 알라딘 서재, 북플 활용에 관하여 이런저런 시행착오가 있었다.

  북플에 '지난 오늘' 및 '공유하기' 기능이 생겨 이를 활용해보려 한다.

  다만 서재 ↔ 북플 간 자연스러운 연동이 되지 않는 때가 있다는 점은 아쉽다. 언젠가 개선되면 좋겠다.


  (언젠가 하고 싶었던 일인데... 2년 전 추억으로 뜬 김에, 아래에 종전 글을 거의 그대로 옮겨오면서 재정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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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권으로 나온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1963)』(이른바 '빨간 책') 중 비교적 이해가 수월한 여섯 장을 발췌하여 재편집한 책이다. 화학, 생물학, 지질학, 천문학을 넘나들며 왜 물리학(物理學, physics)이 자연(physis)과 사물(物)의 이법(理)에 관한 근본 학문인지를 알게 해준다. 파인만 강의 시리즈를 접하기 전에 가볍게 준비운동을 하는 책 정도로 볼 수 있겠다.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를 다룬 책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우선 '빨간 책'은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1, 2학년생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칼텍 학부생들이 점차 물리학에 대한 흥미를 잃어가는 것을 우려한 학교 측에서 파인만에게 특별히 강의 개설을 부탁한 것이었다. 파인만이 오로지 학부생만을 위한 수업을 개설한 것은 위 빨간 책 강의 단 한 번뿐이었다고 한다. 파인만의 강의는 뉴욕타임즈 기자가 "이론 물리학자와 서커스 광대, 현란한 몸짓, 음향효과의 절묘한 결합"이라고 평할 정도로 다이내믹했고, 인기가 많았다. 강의실은 늘 만원이었지만(그래서 파인만 본인은 눈치채지 못하였지만), 안타깝게도, 실제로는 학부생들의 출석률이 점점 떨어지고, 수강생 중 대학원생과 교수의 비율이 점차 높아졌다고 한다. 『파인만의 물리학 길라잡이』는 위 강의록에 딸린 문제풀이집으로 제4권 정도에 해당한다.

 굿스타인 부부의 『파인만 강의(Feynman's Lost Lecture, 1996)』는, 위 빨간책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누락되어 잊혀진 '행성운동에 관한 강의록'을 편집·재구성한 것이다. 칼텍에서 역사학을 가르치던 주디스 굿스타인 교수는 대학 공문서 보관 책임을 맡게 되었는데, 위 빨간책 출간을 책임졌던 당시 물리학과 학과장 로버트 레이턴의 서류철을 정리하던 중 위 강의록을 발견하였고, 그녀의 남편으로서 칼텍 물리학과 교수였던 데이비드 굿스타인 교수가 남아 있던 녹음테이프, 칠판 사진 등을 바탕으로 이를 보완하였다. 1장은 뉴턴 이전까지 우주관 변화, 2장은 파인만의 일생, 3장은 파인만의 타원 법칙 증명을 다루고 있다.




 『파인만의 또 다른 물리이야기』는 위 『파인만의 여섯 가지 물리 이야기』의 후속편에 해당하는 책으로, 역시 빨간 책에서 상대적으로 쉬운 내용을 추린 것이다. 주로 '상대성 이론'을 다룬다. 『물리법칙의 특성(1965)』은 파인만의 코넬대학교 '메신저 강좌' 강의록이다('메신저 강좌'는 코넬대학교 수학과 교수였던 Hiram Messenger가 1924년 설립한 기금으로 진행되는 '명사 초청 강의' 같은 것으로, 1945년 강좌에는 오펜하이머, 1976년 강좌에는 노암 촘스키 등이 연사로 초청되었다. 상세는 링크 클릭). 대상은 학부생과 일반인이었다. 번역본이 두 종 나와 있다. 『파인만 적분론』이라는 책도 있다.



 아래 책들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묶은 것이다. 『발견하는 즐거움』은 에세이와 강연문을 모은 책이다. 나노테크놀로지 시대의 개막을 알린 기념비적 강연, "바닥에는 충분한 공간이 있다"가 수록되어 있다.




 파인만의 에세이집은 사이언스북스 '리처드 파인만 시리즈'를 보면 된다. 그런데 위 시리즈에 붙은 번호는 혼란스럽다. 『파인만!』은 『파인만 씨 농담도 잘 하시네!』, 『남이야 뭐라 하건!』을 묶여 파인만 서거 20주년 기념 특별판으로 재출간한 것이다. 또한 위 시리즈 중 『미스터 파인만!』은 『남이야 뭐라 하건!』과 같은 책이다. 2018년에 『클래식 파인만』으로 다시 나왔다.




 그리고 파인만의 일생을 다룬 책들이 있다. 이 부분은 2018년에 다시 정리하면서 조금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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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묵향 > [100자평] 미술 시장의 법칙


 『미술경제학』 28~30쪽에서 발췌...


  시장이 미술의 질적 수준을 떨어뜨린다는 생각은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다. 미술시장은 수준 낮은 미술품을 생산하도록 만드는가? 그러나 이 질문은 시장의 기능에 대한 일종의 오해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 시장은 수요에 반응하는 일종의 기구이다. 만일 저급한 미술품에 대한 수요가 존재한다면 그것이 공급될 것이고, 고급 미술품에 대한 수요가 존재한다면 그것이 공급될 것이다.

  (...) 낮은 수준부터 높은 수준까지 다양한 미술수요가 존재할 때 시장제도는 그 모든 수준의 미술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특정한 미술만 생산이 가능한 후원제도와는 상당히 다르다. (...) 시장제도는 대량소비되는 저급한 미술만이 아니라 고상한 미술에 대한 엘리트 수요에 대해서도 작동한다.

  (...)

  미술경제학은 미술시장을 연구대상으로 한다. 경제학 이론과 방법론을 활용하여 현대 미술시장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도출하여 정책대안을 제시한다.

  미술경제학은 상품으로서의 미술품, 그리고 그것의 경제적 가치(economic value)에 관심을 갖는다. 미술품의 본래적 가치인 예술적 가치(aesthetic value)를 평가하지 않는다.

  (...)

  그러나 경제적 가치와 예술적 가치가 완전히 무관한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대중시장에서 제품가치는 다수의 일반 소비자가 결정하고, 부자시장(deep-pocket market)에서의 제품가치는 돈과 자산이 많은 소수의 부자 소비자가 결정한다. 경제적 가치와 예술적 가치의 괴리현상은 대중시장에서 더 크게 발생한다. 부자시장에서는 양자의 수렴현상이 더 강하다(Hans Abbing, 2004). 음반시장과 같은 대량생산된 대중시장에서 경제적 가치와 예술적 가치의 괴리가 크게 발생한다. 반면 미술시장에서는 예술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가 수렴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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