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살상수학무기 - 어떻게 빅데이터는 불평등을 확산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
캐시 오닐 지음, 김정혜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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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제기 자체는 당연히 소중하고 의미있다.
큰 틀에서는 글쓴이가 지적하는 바에 동감한다.

그러나 대안은?

가뜩이나 음모론과 가짜뉴스, 선동에 취약한 우리 공론장에서는, 기술에 대한 과장된 공포가 깨어있는 입장으로 추앙되고 논의를 지배, 중지시켜 버리는 경우가 많다(그러나 기술도, 제도도 일방향적이지만은 않다).

기술의 영역에서 만큼이나 인권의 영역에서도, 얼치기 전문가를 경계해야 한다. 기준은? 당장 이해하기 쉽고 내 평소 생각에 와닿는 말보다는 현업에 오래, 최근까지, 또는 현재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 개중에서도 입장을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내는 사람들의 말에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즉, 말보다는 실력과 전문성으로 시장과 업계에서 꾸준히 평가받고 있는 사람들. 특히 우리는, 스스로를 언론에, 자신의 본업과 무관한 분야에 관해서까지 자주 노출시키는 사람들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는 속고 산 역사가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일단 실무자, 직업 전문가의 말을 의심, 배척부터 하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도 글로벌 경쟁에 노출된 이래, 영 이상한 일이 오래 지속될 수 있기에는 어느덧 꽤나 시스템이 갖춰졌고 생각보다는 투명하게 잘 굴러가고 있는 편에 속한다(적어도 문제가 있으면 언젠가 드러나게 되어있는 수준은 된다).

구체적 근거와 이성, 기본적 신뢰의 바탕 위에서 논의를 진행시킬 필요가 있다.

책 자체에 관해서는 다른 기회에 정리하기로 하되,

(비록 주관성이 강하고 한계가 많더라도) 기존 시스템의 우선권을 유지한 채로, 충분한 표본과 피드백을 바탕으로 통계분석시스템을 개선해 나갈 수 있는 유예기간(grace period) 같은 것을 분야마다 두는 방법을 고민해봄 직하다.


(2020. 2. 3. 추가)

저자는 알고리즘에, 진화하는 인간의 도덕적 상상력을 기입하자고 주장한다. 이익보다는 공정성, 인간적 가치, 윤리적 잣대로 알고리즘을 감사audit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정성 점수를 매기자고도 한다.

그러나 그 공정성은 누가 판단하는가. 점수화할 수 있을 만큼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윤리적 잣대가 있는가. 인간적 가치의 섣부른 개입이 알고리즘을 또다시 왜곡하는 것은 아닐까.

위에 쓴 것처럼 긍정적 피드백 루프를 충분히 거치는 것 외에, 인간이 차선책으로 민주주의라는 제도와 가치에 합의하였듯, 다른 가(중)치를 기입하여 서로 다른 되먹임 경로로 나아간 알고리즘 간 경쟁을 하게 해보는 것은 어떨까. 특정 알고리즘이 놓치는 부분을 다른 알고리즘으로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 의사결정의 어느 단계에서 인간을 개입시킬 것인가도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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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1-16 0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으면서.. 아 맞는데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냥 모호한 대안으로는 해결될 일이 아니고 빅데이터를 피해갈 수는 없는 것이고... 고민이 많이 되었던 책입니다. 그래서 별 다섯을 못 주기도 했었구요.

2020-01-24 0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두를 죽이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 TMI, 초연결 네트워크 사회의 보안과 생존 전략 에이콘 해킹과 보안 시리즈
브루스 슈나이어 지음, 김상현 옮김 / 에이콘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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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이 필요 없는 보안 전문가의 책을, 믿을 만한 역자가 옮겼다. 글쓴이는 말할 것도 없고, 옮긴이의 행보를 주목할 만하다.

https://blog.aladin.co.kr/SilentPaul/10739185


한가지 덧붙이자면...

업계 최고 보안 수준에 투자하는 것만큼이나, 번역서를 내면서 주석까지 챙기는 것이 가성비가 많이 떨어지는 작업이기는 하나, 조금 아쉽다.

이 책은 특히 출처 다수가 기사나 블로그 글이고, 주석까지 챙겨 볼 사람이면 어차피 영어로 써있으나 우리말로 옮기나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겠는데,

번역이 선택적으로 되어 있고(출처만 표시한 것 외에 글쓴이 자신이 덧붙인 말도 있는데 어떤 것은 번역되어 있고, 어떤 것은 번역되지 않았다), 내용이 똑같은 주석이 다시 나오는 등(하나는 문맥상 잘못 들어간 것임이 명백했다) 확인 작업을 거치지 않은 흔적이 간혹 눈에 띈다.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특정 주석 하나가 큰 의미를 가질 수도 있는데, 일단은 온전히 옮겨 붙여지기라도 하면 좋겠다.

물론 이 책은 여느 책들에 비하면 대단히, 지극히 훌륭한 상태이고(읽기 좋게 편집도 잘 되어있고, 역자가 인터넷 주소도 일일이 확인한 모양이다), 우리 출판계 일반에 대해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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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31 1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라딘 크레마 사운드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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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쓰지도 않았는데 정상 작동 중 액정 절반이 나갔다.
킨들에 비해 실망스러운 점이 한둘이 아닌데, 달리 대안이 없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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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 수면과 꿈의 과학
매슈 워커 지음, 이한음 옮김 / 사람의집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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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향한 부정적, 반직관적 태도를 무너뜨리자.
(445쪽, counterintuitive를 옮긴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더 이상 수면 소홀을 초인적 노력이라 찬양하지 말자.
(437쪽 이하에, 존스홉킨스 병원을 창립한 Big Four 중 하나인 William Stewart Halsted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외과 학과장 재직 중이던 1889년 5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살인적인‘ 외과 수련 프로그램을 짰는데, 실은 코카인, 모르핀에 의존한 중독자였다.
잠을 적게 잔 것으로 알려진 에디슨도 사실은 렘수면과 꿈이 주는 창의성을 조금 난폭한 방식으로 적극 활용했던 사람이었다. 322쪽)


모두가, 특히 세상 모든 관리자들이 읽었으면 한다.
(잠의 중요성을 깨달은 여러 조직 얘기가 나오지만, 밤잠을 7시간씩 20일 이상 계속 잔 직원에게 하루당 25달러, 최대 500달러 보너스를 주는 Aetna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460쪽. 미국 올 때 선택 가능한 보험사 중 하나였는데 이를 읽고 나니 저 곳을 고를 걸 그랬나 싶다.)


덧. 전자책(크레마) 터치 기능은 여전히 불만스럽고(화면 윗부분에 밑줄 긋기가 어렵다), 각종 차트가 괴발개발 그려져 있어 충격적이었지만, 색인까지 꼼꼼히 단 것에는 점수를 주고 싶다.

뒤늦게 알았는데 종이책에 따른 쪽수가 표시되지 않아 아쉽다(위 쪽번호들은 전자책을, 나머지 항목은 원본, 100%로 설정하고 여백을 10으로 볼 때의 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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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 수면과 꿈의 과학
매슈 워커 지음, 이한음 옮김 / 사람의집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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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 7.

15장

잠에 투자하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이 단어들이 거슬린다면, 수면 건강을 귀하게 여기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잠이 부족하면 자신의 직업을 덜 좋아하게 된다.
이기적이고 게으른 해결책을 선호하게 만든다. 기회주의적, 비윤리적이고, 정직하지 않은 선택을 하게 한다.

수면 부족이 대부분 국가에서 GDP를 2퍼센트 넘게 앗아간다고도 한다(411쪽).

˝Lack of Sleep Costing UK Economy Up to £40 Billion a Year˝, RAND Corporation (Nov. 30, 2016)
https://www.rand.org/news/press/2016/11/30/index1.html

경영자와 직원 모두 과로와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것은 최악의 상호작용을 낳는다.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을, 사람들에게 잠을 충분히 자게 함으로써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마저 든다.

수업 시작 시각부터 8시 55분, 9시로 늦춰야 한다.
출근 시각을 각자의 수면 리듬과 여건에 맞추어 조정할 수 있게 하고, 회의나 협업이 필요한 작업은 공통의 근무시간에 몰아서 하자.
낮잠도 권장하면 좋겠다.

한 톨 잠이 마지기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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