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반감기 - 세상의 변화에는 공식이 존재한다
새뮤얼 아브스만 지음, 이창희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과학계량학(Scientometrics)'을 알기 쉽게 풀어 쓴 책으로, 지식의 탄생과 성장, 소멸에 관한 흥미로운 통찰로 가득하다.

  가히 '과학에 관한 과학', '지식에 관한 지식'이라 칭할 만하다.

  쓸모가 대단히 크고, 별점을 아낌없이 주고 싶다.


  앞선 분들의 평가가 박한 것이 다소 의외인데, 개인적으로는 의미 있는 깨달음을 많이 얻었다. 자료를 찾던 중에 우연히 만났고, 반갑게도 찾고 있던 내용이 풍부하게 다루어지고 있어 쏠쏠히 잘 활용하였다. 연구자라면 각자의 분야에서 소용될 바를 충분히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 시대의 깨달음이 깊어질수록 관련 서적이 많이 출간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책에 넘쳐나는 연구들에 대한 출처 표시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아 궁금한 연구들을 역추적해야 한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원서에는 각주가 달려 있는지 모르겠는데, 조만간 시간을 내어 인용된 문헌들을 정리해 보고 싶다).


  참고로, 영남대 박한우 교수께서 지난 3월, 이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데릭 솔라 프라이스 상' 후보로 선정되었으나, 아쉽게도 수상에는 실패하였다. 현재까지 아시아 국가 수상자가 없는데, 가까운 미래에 좋은 소식이 있으시기를 바란다.


  관련 기사 : "영남대 박한우 교수 '데릭 솔라 프라이스' 상 후보 선정", 뉴시스 (2017. 3. 3.)

  http://www.newsis.com/view/?id=NISX20170303_0014741332&cID=10810&pID=10800


  역대 수상자 명단 : https://es.wikipedia.org/wiki/Medalla_Derek_de_Solla_Price (위키에도 독일어, 스페인어 페이지 정도가 있을 뿐이다. 『Social Theory and Social Structure』, 『과학사회학』 등을 저술한 사회학자 로버트 킹 머튼이 1995년 Anthony F. J. Van Raan과 함께 공동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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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카플란 인공지능의 미래 - 상생과 공존을 위한 통찰과 해법들
제리 카플란 지음, 신동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적절한 깊이로, 관련 이슈들을 골고루 다루고 있다.

  참고문헌도 앞선 책에 비하여 많이 보강되었다(다만 그 번역은 여전히 미흡하다. 같은 출판사에서, 같은 역자가 번역한 것인데, 마찬가지로 각주를 거의 신경쓰지 않은 듯하다. 애초에 대중서로 나온 책으로, 저자가 엄청나게 많은 각주를 단 것도 아닌데, 단행본 한 권에 대한 독서가 후속 독서와 학습의 기초가 된다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저자의 내공이 1년 사이에 상당히 깊어졌다는 느낌도 든다(『Humans Need Not Apply: A Guide to Wealth and Work in the Age of Artificial Intelligence(인간은 필요 없다)』는 2015년 8월에, 『Artificial Intelligence: What Everyone Needs to Know(인공지능의 미래)』는 2016년 10월에 출간되었다).


  옥스포드 대학 출판부 'What Everyone Needs to Know' 시리즈의 하나인데, 시리즈 다른 책들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아래에 열거한 책들 외에도 많은 책들이 나와 있고, 또 출간될 예정이다. 알라딘에서도 검색되는 책들과, 알라딘에서는 검색되지 않지만 2017년에 나온 책들의 목록이다(최신순). 2015년 11월에 나온 『Climate Change: What Everyone Needs to Know』가 베스트셀러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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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필요 없다 - 인공지능 시대의 부와 노동의 미래
제리 카플란 지음, 신동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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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이리되어 버린 탓일까.

  그가 내놓은 분석과 전망들이 더 이상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부의 집중, 양극화에 대하여 내놓은 해법들도 마음을 잡지 못한다.

  인공지능 기술 시대는 성큼 현실로 다가왔는데, 우리의 인식과 깨달음은 한참 뒤처져 있는 느낌이다.


  어쨌든 일별해두어야 할 책이라는 것은 분명하기에, 그의 다음 책을 바로 이어서 보기로 한다.




덧0. 미주의 가독성이 너무 떨어진다. 조금만 더 편집에 신경을 써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덧1. 인공지능의 법적 책임과 관련하여 급소로 작용할 곳은 형사보다는 오히려 민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메모만 하여 둔다.

덧2. '억지(deter)'는 목적 수행을 제약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람도, 회사도, 인공지능도...

덧3. 초단타매매와 양자물리학의 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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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노 (2disc) - 아웃케이스 있음
제이슨 라이트먼 감독, 엘렌 페이지 외 출연 / 에스엠픽쳐스(비트윈)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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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을 담은 전개와 뻔하지 않은 결말이 반갑다. 즐겁고 또 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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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우레처럼 다시 올 것이다 - 엄원태 시집 창비시선 363
엄원태 지음 / 창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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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원태 선생님의 네 번째 시집. 직전의 『물방울 무덤』(창비, 2007)과는 시선과 시각이 다소 달라진 느낌이다. 서늘하다.

  "시는 단지 '말해지는' 것이 아니라, 시인이 제 몸을 잃어가면서 마련하는 풍경"이라고 하는 양경언 평론가의 해설이 마음을 붙잡는다.


  지금 여기 (90쪽)


  우연 아닌 삶이 또 있을까마는

  단순한 방문객으로 살기엔

  내 눈은 너무 많은 것을 보았고

  몸의 감각 지나치게 예민하여

  괴로움 또한 적지 않았다

  나를 가둔 방은 춥거나 더웠으며

  음식은 식었거나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어떤 날은 국물에서 바퀴벌레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여기의 단 한번뿐인 이 삶은

  대체로 살아볼 만한 것이었으니,

  태초에 별들 사리를 흐르는 음악같은 것이 있어

  그 무시무종의 음률을 따라

  나는 왔고 또 돌아가리란 걸 겨우 이해하고 나니

  오고 감 또한 본래 없는 것이라 한다


  이 무상(無常)을 견딜 방편이란

  오로지 내가 당신을 껴안는 것

  도리없이 끌어안는* 것이니

  지금 여기 이 삶은

  너와 나라는 우주가 덩어리째 유정**하여

  서로 끌어안아 얽히고설킨 하나였고 하나님이었다는

  그 근원을 향해 가고 가는

  도정(道程)에 다름 아닐지니

  이 초라한 간이역***일지언정

  잠시 머물렀다 가는 것

  또한 그리 나쁘지 않으리라


*, *** 심보의 「지금 여기」에서.

** 문인수의 시 「달북」에서.

  

  2013년에 나온 시집인데, 다음의 시는 2016년 판 바슐라르라 해도 좋을 듯 싶다.


  아름다운 얼굴 - 촛불 앞에서 (90쪽)


  이 반투명의 흰 몸뚱어리는 오래된 기억의 숲을 거느린다. 몸의 미립자들은 숲의 낡은 목책(木柵)을 부수고 일시에 어둠을 터뜨릴 듯 몰려나온다. 갇혀 있던 희고 작은 애벌레들이 꼬물대며 길 위로 쏟아지는 심상을 내포한다는 점에서, 촛불은 혁명이다.

 

  그대의 흰 얼굴과 짙은 눈썹은 가장 견고한 신념의 한 양식을 보여준다. 그것은 동성애적 연정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한다. 그대는 자신의 열정을 온전히 자신에게로 되돌려놓음으로써 무화(無化)될 수 있는 자세를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지사(志士)이다.

 

  이것은 삶의 태도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아니, 존재한다는 엄연한 사실 자체에 대한 지극한 이해의 한 모습이다. 그 집중력! 그대가 나를 꼼짝 못하게 하는 부분이다. 오로지 소멸을 지향하는 집중력이야말로 존재의 근원적인 에너지라는 이 역설을, 고요히, 그러나 전심전력 타오르는 촛불에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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