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의 경제 - 과거 위기와 저항을 통해 바라본 미래 경제 혁명
제이슨 솅커 지음, 최진선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코로나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 사람은 ‘곧’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환상은 얼마 가지 않았다. 전문가를 적어도 2년에서 많게는 5년까지 코로나가 지속할 것이라 예견했다. 그러다 백신 전쟁이 시작되었고 나라마다 백신을 개발하느라 혈안이 되었다. 지금은 백신이 개발되어 접종이 시작되었지만, 미래는 여전히 암울하다. 백신이 코로나의 종말을 가져오지 못한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언젠가는, 그렇다. 언젠가는 코로나가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코라 나가 사라지면 또 따른 바이러스가 생길 것이고, 현재처럼 전 세계적 팬더믹 현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은 누구나 상식이 되었다. 사람들은 질문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경제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이 책을 통해 읽을 수 있다. 물론 미래의 일이니 어찌 ‘정답’이 되겠는가. 하지만 미래 전문학자이자 경제전문가의 안목이니 주의하여 볼 필요가 충분하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책 표지에 ‘불확실한 미래 경제를 통시적으로 꿰뚫는다!’라고 적었는데, 통시적이란 말은 역사적이란 말과 비슷하다. 역사 속에서 재앙의 시기에 국가들이 어떤 형태로 대처했고, 대응했는지를 다룬다. 후반부는 이러한 역사적 조명을 통해 현재와 미래의 변화를 예견한다. 저자는 현재 코로나 팬더믹으로 인한 위기 상황을 과거의 역사를 통해 조명한다. 즉 경제적 위기는 민생들을 도탄에 빠뜨렸고, 그 위기를 잘 극복하지 못한 나라들은 혁명과 반란 등으로 대응함으로 나라가 사라지기도 하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갔음을 밝힌다. 결론에 해당하는 Part 4에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다룬다.


서두에서 솅커는 ‘위기’를 설명한다. 현실적이고 직설적인 표현으로 ‘먹고사는 문제’라고 말한다. 


“정부정책과 사회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요인은 무엇일까? 경제학자들은 ‘먹고사는 문제’를 가장 먼저 꼽는다. 사람들에게 음식이나 기본적인 필수품이 공급되지 못하면, 사회는 불안감으로 뒤덮이고 혼란을 초래한다는 것이다.”(23쪽)


솅커는 코로나 팩더믹으로 인해 미국 내에 몇 가지 변화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는데, 첫 번째가 ‘이타주의로 전환’(27쪽)을 들었고, 두 번째는 ‘국가 내 국민의 결집력’(28쪽)을 들었다. 세 번째는 ‘산업이나 문화의 방향이 미래지향적’(29쪽)으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한국 사람인 나로서는 약간 이해하기 힘든 문화적 측면이긴 하지만 자유주의와 개인주의가 극도로 발달한 미국에서는 큰 변화로 여길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코로나를 삶을 변화시켰다는 점은 분명하다.


Part2에서는 통시적으로 위기의 문제를 나라들이 어떻게 해결했는가를 살핀다. 위기는 먹고사는 문제이며, 먹고사는 것이 해결되지 않을 때 혁명이 일어났음을 주목한다. 미국의 독립전쟁, 프랑스 혁명,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 독일과 쿠바 등의 혁명의 이유를 경제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예를 들어 1905년 러시아가 농민들에게 행한 착취와 공장 노동자들에 대한 살육은 니콜라스 2세의 몰락에 불을 붙였다.


“군사 전쟁의 패배, 정부의 억압, 정치적 발언권의 결여 등은 후기 농노제도를 따르던 농민들을 경제적으로 더 불행하고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이런 열악한 경제 상황은 다른 혁명들과 마찬가지로 혁명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65쪽)


결국 역사는 경제 위기를 벗어나려는 몸부림이라 정의할 수 있다.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나라는 결국 패망의 길로 들어선다. 반대로 경제적으로 안정을 찾은 나라는 위기가 되지 못한다. 저자는 이러한 예를 1968년 일어난 시민 저항운동이 기존의 혁명이 아닌 다만 운동으로 머물렀던 이유를 경제적 안정에서 찾는다.


“밝은 경제 상황은 사회의 불안을 가라앉혔다. 시위가 정부를 전복시키는 폭력적 혁명으로 변하도록 방패막이 되어주었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수많은 저항과 혁명 사례들과는 달리, 국민은 먹고사는 문제로 고민하지 않았다. 단지 시민권을 향한 움직임만이 더욱 결렬해지면서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전운동이 거세지는 와중이었지만, ‘경제’가 견고했기에 미국 정부와 정치 체제는 안전하게 유지된 것이다.”(82쪽)


먹고사는 문제, 이 책은 바로 이 문제를 화두로 다음 이야기를 끌고 간다. 사실 Part 3과 Part 4는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이 부분은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해 보기를 추천한다. 몇 가지만 언급하면 이렇다. 코로나 19 팬더믹으로 인해 실업 문제, 즉 먹고사는 문제가 대두되었다. 직장 폐쇄와 실직 등으로 지금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위기로 다가온다. 당연히 실업수당을 신청할 것이고, 정부는 각종 수당을 지불할 것이다. 그로 인해 돈의 가치는 하락하고 인플레이션이 도래한다. 솅커는 팬더믹 상황 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과 반목을 제시하면서, 직업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예언한다.


솅커는 확실히 천재다. 물론 솅커 외에도 팬더민 이후의 변화를 전망한 이들이 많다. 하지만 솅커는 좀 더 현실적 측면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다양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증명한다는 점에서 실용적이다. 후부에서는 직업과 실업의 문제를 언급한다. 이 부분을 전문적으로 다룬 책은 솅커의 다른 책 <로봇 시대 일자리의 미래>에서 확인해 보자. 하여튼 이 책은 이전에 읽었던 책보다는 학문적이며 통시적이다. 경제의 변화에 민감한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과 투자자들에게 유용한 거시적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림책이 말을 건네다
황진숙 지음 / 부크크(bookk)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실전은 항상 어렵습니다. 수도 없이 책을 읽고, 독서지도사 2급을 가지고 있지만 거의 장롱면허와 다르지 않습니다. 몇 번을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나누고 싶었지만 너무 어려웠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어렵습니다. 책을 나누는 것도 훈련이 필요한가 봅니다. 우연은 아닐 겁니다.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가지고 수업한 이야기를 모은 책이 출간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당장 신청했습니다. 아이들과 그림책으로 수업하는 선생님은 어떻게 할까? 부풀어 오른 호기심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저자는 서두에서 ‘주위에 선물처럼 주어진 모든 것들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눈을 갖고’ 싶다고 말하네요. 저 역시 그 눈이 필요합니다. 사소한 것을 주의 깊게 보는 눈 말입니다. 아마도 저자는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읽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말한듯합니다.


책을 모두 4부로 나누어 스무 권의 그림책을 나눕니다. 1부는 ‘마주보다’, 2부는 ‘손잡다’, 3부는 ‘놀다’, 4부는 ‘친구되다’입니다. 그런데 아직 그림책 나눔이 서툴러서 그런지 어떤 기준에서 나누었는지 알 길이 없다. 하여튼 어떻게 진행하는지 궁금해서 한장 한장 꼼꼼히 읽어 나갔습니다. 다행히 현장에서 진행하는 방식을 그대로 옮겨 놓아 인도법을 배우려는 이들에게는 유용할 것 같습니다.


“꽃에서 나온 코끼리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선생님은 그렇게 물었다. 아이들의 대답은 기발하다. 

“벌이 좋아할 것 같아요.”

“몸에서 좋은 냄새가 날 것 같아요.”


아직 책을 읽어보지 않는 나에게 대화들이 낯설고 어색하지만 아이들의 기발함과 순수함은 그대로 전해옵니다. 그림 독서모임을 인도할 때는 인도자가 책을 읽고 어떤 질문을 만들고, 어떤 대답을 할 것인지 예상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게 사실 너무나 어렵습니다. 노련한 인도자들이야 잘 하겠지만 나와 같은 초보들은 진땀이 흐릅니다. 저자는 글을 마무리하면서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질문을 예시로 제시합니다.


Q. 꽃에서 나온 코끼리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Q. 표지 그림 속 소년의 마음은 어떨 것 같나요?

Q. 무엇인가를 조마조마하게 지켜 본 적이 있나요?


그림책을 보여주면서 아이들의 생각을 묻고, 그들의 진심어린 이야기를 들으며 수업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정말 뜻밖의 질문과 대답을 하거든요. 그림책으로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진행할 교사들이나 상담사들에게 꽤나 유용한 책입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서론이나 1장 정도를 할애하여 이 책의 용도와 수업 진행 방식 등을 설명해 주는 부분이 있었다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모르고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는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어서 아쉽습니다. 그리고 자기 고백적 서술보다는 그림책 수업 진행 방식을 배우기 위해 책상에 앉아있는 이들을 위해 강의하는 방식으로 풀어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길 위에서 만난 독립운동가 - 이야기가 있는 답사 여행
김학천 지음, 황은관 그림 / 선율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 이 말이 왜 이렇게 마음에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너무 사실적이라서 그럴까? 아니면 아직도 청산하지 못한 일제의 잔재 때문일까? 수년 전 한국 근대사를 공부하기 위해 여러 자료를 찾아가면서 가슴이 아파서 중단해 버리고 말았다. 가슴 아픔에는 주체할 수 없는 분노도 있고, 한국 근대사의 기묘한 운명도 뒤섞여 있다. 물론 과거고 지금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한국이기에 과거를 단지 몽환적 흐릿한 기억으로 담고 싶은 마음도 적지 않다. 한국의 근대사는 알면 알수록 아프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독립을 위해 자신들의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고 바쳤던 독립운동가들이 후손들에게 잊히고 버림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독립운동가를 망각하는 것에 저항하여 써 내려간 삶의 흔적이다.


저자인 김학천은 우연한 기회에 대구 역사 유적지 탐방을 맡게 되면서 지금까지 역사관련 안내사로 활동하고 있다. 소위로 임관하여 군 복무 기간에도, 한일여자중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도 내려놓지 않았다. 보다 전문적으로 가르치고 싶은 욕심에 국내 문화유산 해설사 과정까지 밟은 것을 보면 역사에 대한 저자의 사랑이 대단함을 알 수 있다. 프롤로그를 읽다 독립운동가들의 흔적을 찾아 나서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 또한 실감한다. 하지만 저자는 포기하지 않고 마침내 한 권의 책으로 담아냈다. 책의 속성이 그렇듯 그동안 찾고 정리한 사료들을 버리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정된 지면 안에 담아야 하는 한계로 인해 많은 것을 추려야 했고,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그렇게 16명의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를 추려 담았다.


책은 네 가지 주제로 분류했다. 1장에서는 오해와 비난, 체포와 테러의 위협 속에서도 목숨을 걸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웠던 이들을 소개한다. 안중근, 여운형, 김구, 김원봉이 그들이다. 2장에서는 세상과 소통하고 후학들을 길러내 정신적 힘을 길렀던 이들을 찾아간다. 손병희, 한용운, 이상룡, 이상재가 그 주인공들이다. 세 번째 주제는 삶으로 독립운동을 실천했던 헐버트, 안창호, 김마리아, 이육사이다. 저자는 외국인이었던 헐버트를 독립운동가로 넣음으로 한국을 한국인보다 더 사랑했던 헐버트의 기억하려 한다. 마지막 4장에서 다루는 내용은 자립의 길을 걸어간 이들로 스코필드, 최준, 유일한, 조아라이다.


독립운동가들은 가까이 있었다. 저자는 그들의 일대기와 중요한 사건들을 짚어나가면서 그 시절 사건 현장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백범 김구가 해방 후 경고장에서 저격을 당해 숨을 거둔다. 저격 현장이 지금의 강북삼성병원에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뿐 아니라 호인 백범이 백정(白丁)과 범부(凡夫)에서 따온 말이라고 한다. 분명 <백범일기>를 읽었는데 왜 이리 낯선 것일까? 역사를 좋아하지만, 한국 근대사에 관한 책을 거의 읽어보지 못한 나에게 저자의 친절한 정보들은 적지 않은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부끄러웠다. 특히 임청각에 대한 이야기는 미안한 마음이 절로 들었다. 독립운동가가 많이 나와 눈엣가시 같았던 그 집을 의도적으로 망가뜨리기 위해 마당 한가운데로 철로를 놓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우리의 무관심이 아직도 복원되지 못하게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아담한 책이다. 조금 빠르게 읽는 독자라면 두 시간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하지만 독립운동가 한 명 한 명을 천천히 읽어나가려면 시간이 필요할성싶다. 이미 알고 있고, 미처 알지 못한 내용이 간소하게 정리되어있다. 현장을 직접 찾고 문헌을 뒤져가며 찾아낸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는 흥미로움을 너머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체성을 잊지 말라 당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리의 발견 - 앞서 나간 자들
마리아 포포바 지음, 지여울 옮김 / 다른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이라 무엇일까? 신비적 존재로 여겨져 왔던 인간은 과학의 발달로 분자들의 집합체에 불과한 것일까? 사실 이러한 해설은 인간을 설명하기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저자인 마리아 포포바는 지독한 독서가이자 비평가이다. 그녀가 쓴 문예비평 사이트인 ‘브레인 피킹스’는 미국 의회 도서관의 영구적인 디지털 기록보관소 명단에 올라가 있을 정도로 정평이 나있다. 도대체 그녀는 인간, 아니 사람을 어떻게 본 것일까?


요하네스 케플러, 마리아 미첼, 허먼 멜빌, 엘리자벳스 배럿 브라우닝, 마거릿 풀러, 찰스 다윈, 윌리어미나 플레밍, 해리엇 호스머, 에멀리 디킨슨, 레이첼 카슨, 익숙하지만 낯선 이름들이 목차를 대신하고 있다. 800쪽이 넘어가는 분량이 나를 놀라게 하기는 했지만, 내용은 더욱 놀라웠다. 치밀하게 조각된 인간에 대한 세공은 책을 덮고 나면 영롱한 빛을 비춘다. 물론 기독교인으로서 인정하지 못한 부분도 적지 않지만 말이다. 인간이 얼마나 아름답고 위대한가를 적나라하게 폭로하는 시사뉴스이기도하다.


“새로운 것을 발견할 때의 순수한 설렘, 미지의 것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암석에서 지식의 작은 조각을 직접 깎아낼 때 느껴지는 희열이었다.”(53쪽)


이 문장을 이 책의 주제라고 말하면 억지일까? 비록 정답은 아니지만 상당히 의미 있는 문장임에 틀림없다. 이 책의 소개되는 인물들은 보이지 않는 천장을 뚫고 하늘로 비상하려 했고, 한계의 편협을 깨고 무한의 세계로 도약하려 했던 인물들이다. 이 문장은 정확히 그렇게 말한다.


“당시 교사는 여자가 결혼하면서 남편의 경제적 원조를 받기 전까지 잠시 거치는 직업으로 여겨졌지만 바로 한 세대 이전에 엘리자베스 피보다 이 관습을 뒤집고는 교육을 결혼으로가는 기착지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종착지로 만들었다.”(193쪽)


그러니까 저자는 인간의 존재물음에 대한 답으로서 요하네스 케플러로 시작된 인간탐구를 해양생물학자 레이첼 카슨까지 이어오면서 답을 준다. 아이러니함은 마지막 주자인 레이첼 카슨이 암으로 생을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어떻게 마무리할까? 사뭇 궁금했다. 슬프게도 비극으로 끝난다. 청아하게 아름다운 비극으로.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나도 죽으리라. 당신도 죽으리라 우주적 관점에서 아주 잠깐 자아의 그림자 주위로 뭉쳤던 원자들은 우리를 만들어낸 바다로 돌아가게 되리라. 우리 중에 살아남게 될 것은 기슭 없는 씨앗과 우주먼지뿐이리라.”(834쪽)


이 책의 주인공은 단연코 마거릿 풀러이다. 안타깝게 그녀는 미국으로 향하던 엘리자베스호에서 생을 마감한다. 어쩌면 이 책은 인간의 무용성(無用性)성에 관한 것인지도 모른다. 책의 마지막 장에 이르면 저자의 깊은 한숨이 들린다. 절망 속에 숨겨진 초연의 한숨이다. 


“그동안에도 세계 어디선가에서는 누군가 사랑을 나누고 있으며 누군가는 시를 쓰고 있다.”(833쪽)


필자의 어리석음 때문인지 저자의 ‘주장’보다는 ‘문장’에 밑줄이 그어진다. 나만 그럴까? 인간의 본질을 통찰하는 문장들은 떨리는 손으로 밑줄을 긋게 한다. 허무한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놓치고 싶지 않아 밑줄 친 문장을 덧댄다.


관측된 자료를 면밀하게 분석하는 성실함은 교향악적 상상력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30


예술은 인간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인간의 마음을 통해 세계의 모습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156


친숙한 것들과 완전히 동떨어진 사건과 만날 때, 현실의 지도가 변화하고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되도록 떠밀린다. 295


미국에는 호스머를 위한 자리가 없었다. 지금 호스머는 기쁜 마음으로 문화적 난민이 되었고 로마의 퀴어 예술가드이 모인 하위문화의 메카에 정착했다. 43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리학을 만나 행복해졌다 (특별판 리커버 에디션, 양장) - 복잡한 세상과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심리법칙 75
장원청 지음, 김혜림 옮김 / 미디어숲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사야 돼! 말이 필요 없는 책이다. 정보형인 나의 두되는 잡다한 지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 해놓은 책들을 보면 환장을 한다. 진심으로 환장한다. 이 책의 인기는 300개가 넘는 리뷰만으로 충분하리라 믿는다. 저자인인 장원청은 중국인이다. 그는 런민대학에서 사회학과 석사 학위를 받고, 심리와 경제 분야 도서를 저술하기도 하고 번역도 한다. 이런 책은 저자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깊은 학문을 난해하고 분석한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꽤나 쓸모 있고 유용한 책인 것은 분명하다. 비슷한 책을 두 권 정도 더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나의 성향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여겨진다. 내가 이런 유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먼저는 깊은 연구로 나아기에 좋은 단서 또는 방향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칼럼이나 블로그 또는 강연을 할 때 즉석해서 써먹을 수 있는 명료성과 단순성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책을 읽어왔던 터라 좋기는 하지만 그리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목차를 보는 순간이 입이 떨 벌어졌다. 지금까지 읽어왔던 심리학 서적과는 사뭇 다른 달랐다. 방대한 양과 풍부한 예를 들고 있어 ‘딱 한 권이면 되겠다’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익숙한 용어가 많다. ‘미러링 효과’를 비롯해, ‘이기적 편향’ ‘머피의 법칙’ ‘바넘 효과’ ‘오컴의 면도날’ ‘마태효과’ 등은 익숙하다. 그런데 이 책은 지금까지 생전 들어보지 못했던 낯설 용어도 즐비하다. 예를 들어 ‘걷어차인 고양이 효과’ ‘개변효과’ ‘루서피 효과’는 처음이다. 모두 13가지의 주제로 분류하여 찾아보기 쉽도록 꾸몄다. 이 책은 애써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필요가 없으며, 차례대로 또는 한꺼번에 읽지 않아도 된다. 읽고 싶은 곳을 골라 읽어도 되고, 필요할 때 찾아 읽어도 무당하다. 다른 글을 쓸 때 참고할 내용이 많아 흡족하다. 몇 가지 주제를 정리해 보자.


앵커링 효과


앵커링 효과는 처음 접한 숫자나 정보에 기준하여 이후의 정보다 상황을 판단하는 것이다. 이전부터 알고 있던 내용이지만 흥미로운 예가 있어 소개한다.


A직원과 B직원이 있는 사장은 B직원이 항상 매출이 높은 것을 이상히 여기고 둘의 일하는 방식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두 직원은 별다른 차이가 없는데 질문이 달랐다. B직원이 매출이 높은 이유는 앵커링 효과 때문이었다.


A직원: 달걀프라이를 원하시나요?

B직원: 달걀프라이를 1개 드릴까요? 아니면 2개 드릴까요?

A직원의 질문에 손님들은 ‘예’ ‘아니요’로 답했다. 그러나 B직원의 질문에 70%는 ‘1개만이요’ 또는 2개요‘라고 답하고 오직 30%만 ’달걀프라이는 없어도 돼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즉 B직원의 질문은 손님들로 하여금 질문에 생각의 범위를 제한 시켰던 것이다. 이러한 예는 대부없체나 카드 업체에서도 사용하는 대화 기법이라고 한다. 질문을 통해 생각을 통제할 수 있음을 보여준 예다.


만디노 효과 또는 미소효과


만디노 효과는 미국의 작가인 만디노이 이름을 따서 명명된 것이다. 미소는 강한 전염성이 있어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감정과 반응을 이끌어 낸다는 것이다. 파산직전에 있던 회사를 단지 미소 만으로 일으켜 세운 짐 대니얼의 이야기다.


짐 대니얼은 회시가 큰 위기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경제적 위기를 돌파할 방법을 모색했다. 한 관리사의 건의를 듣고 회상의 상징을 웃는 얼굴로 바꿨다. 문서나 게시판 등에 이미지를 넣었고, 대니얼 자신도 억지로라도 웃으며 직원들을 만나고 대했다. 그러자 아무런 투자가 없었음에도 생산율이 80%나 들어나는가 하면 회사 분위기도 상당히 좋아졌다. 결국 채 5년도 되지 않아 모든 부채를 갚았을 뿐 아니라 흑자로 돌아섰다. 단지 미소 만으로 말이다. 성공하고 싶은 자 오늘부터 웃는 연습부터 하자.


이러한 정리법은 살아가면서 겪는 다양한 상황들을 명료하게 정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삶은 의외로 복잡하고 난해하다. 우리는 타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왜 저럴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과도하게 단순화 시키는 것 같지만 실제로 심리학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학문이 아니다. 그렇다고 절대화 시킬 필요는 없다.


한 참을 읽어도 더 읽고 싶은 책이다. 당장 써먹고 싶은 내용이 가득하다. 분명 많이 팔렸을 것이다. 다시 자료가 있나 싶어 찾아보니 번역자의 말에 중국에서 150만부가 팔렸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10만 부 넘게 팔린 책이라고 한다. 나만 좋은 것이 아닌 것이다. 좋은 책은 독자들이 알아본다. 복잡한 세상, 재미나게 살고 싶은 이들에게 기꺼이 이 책을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