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노
조 라이트 감독, 피터 딘클리지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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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몽 로스탕의 희곡 시라노를 2022년 영화화한 피터 딘클리지 주연의 뮤지컬 영화 시라노를 봤다. 2022년에 영화관에서 보려고 했는데 뭔가 시간이 안 맞아서 보지 못했었다. 희곡 자체의 내용은 상당히 단순하지만, 주인공 시라노에 캐스팅 된 피터 딘클리지의 연기가 설득력이 있었던 영화였다. 희곡에서는 단순히 코 때문에 못 생겨서 사랑하는 여성에게 다가가지 못 하는 시라노였다면 영화의 시라노는 매사에 글도 잘쓰고 말도 잘 하며 근위대로 근무하며 무술능력도 있으며 자신감도 넘쳐 보이지만 장애로 인한 콤플렉스 때문에 고백을 하지 못 하는 사람으로 시라노를 그렸다. 피터 딘클리지의 연기가 아니었다면 설득력이 떨어지는 설정이었을 것 같다. 영화의 전개 측면에서는 너무 단순화된 것이 아닌가 싶지만 탁월한 영상미, 영상에 어울리는 음악, 음악에 어울리는 춤, 캐릭터에 어울리는 배우 때문에 원래 가지고 있는 희곡보다 좋은 퀄리티를 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록산의 경우 진실된 사랑을 원한다고 하지만 보고싶은 연극 티켓을 얻거나 편안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공작에게 물질적인 지원을 받고, 시라노에게서는 친한 마을 오빠라는 이유로 심리적 안정을 받으며, 잘생긴 크리스티앙에게는 사랑을 받는데 정작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주지 않거나 파악하려고 들지 않는 모습에서 자신을 사랑하는 모든 남성에게 민폐스러운 캐릭터로 비추어진 것은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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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노 열린책들 세계문학 27
에드몽 로스탕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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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프랑스의 실존인물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를 모델로 삼아 쓴 희곡 에드몽 로스탕의 시라노. 한국에서도 동명의 뮤지컬로 제작된 적이 있으며 1990년과 2022년에 영화화 되었다. 영화평 자체는 1990년에 제작된 프랑스 영화가 더 좋지만 아무래도 2022년 피터 딘클리지 주연의 미국 영화가 최근 제작되어 익숙하다. 내용 자체는 모두 알겠지만 못생긴 외모를 가진 시라노(희곡에서는 코가 이상하게 생겼다고 함)가 짝사랑하는 록산이 사랑하는 크리스티앙을 대신하여 록산에게 연애편지를 써주다가 세 명의 사람이 모두 진정한 사랑에 대해 생각한다는 내용이다. 이 진정한 사랑의 끝이 제대로 맺어지는 것도 아니고 죽음으로 끝나거나 홀로 남겨져서 문제지. 시라노라는 희곡 자체가 매력적이기는 하나 에드몽 로스탕은 시라노 외의 작품은 모두 흥행하지 못 했다는 것을 보면 딱히 대중적인 글을 잘 쓰는 인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시라노 얼굴의 최대 단점이 '코'라는 점은 희곡 내에서의 내용이고 이 내용을 가지고 LGBTQAI+나 다른 여러 방면으로 각색을 하면 참 좋은 연극/뮤지컬이 될 거라 생각하는데 한국에서 뮤지컬화 된 시라노는 아무래도 상상력이 부족했는지 배우의 얼굴에 분장으로 큰 코를 만들어 붙이는 것으로 대신하여서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아예 시라노와 록산을 동성으로 만들었거나 유색인종과 백인의 결혼이 불법이었던 미국을 배경으로 했다면 더 좋은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연애는 조작이 가능하지만 감정은 조작이 불가능하다는 좋은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희곡이지만 셰익스피어나 안톤 체홉의 희곡처럼 걸작이라고 평할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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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 라이터의 글쓰기 수업 - 고객 경험을 위한 마이크로카피 라이팅
앤디 웰플.마이클 J. 메츠 지음, 심태은 옮김 / 유엑스리뷰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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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는 User Experience의 줄임말로 사용자가 어떤 시스템, 제품, 서비스를 직·간접적으로 이용하면서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 지각과 반응, 행동 등 총체적 경험을 의미한다. 여기서 사용자 경험은 HCI(Human Centric Interface, 인간 중심 인터페이스) 연구에서 사용된 개념이며 아직도 많은 사용자 경험의 원리가 컴퓨터 공학 분야의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개발에서 비롯되고 있다. 'UX'가 아닌 '글쓰기 수업'에 초점을 맞추고 책을 골랐는데 실상 컴퓨터 공학이나 AI관련 지식이 매우 미약하기 때문에 책을 받아들이는데 한계가 있었으며 매우 난해하고 어려운 책이라고 생각하였다. UI(user interface, 휴대폰, 컴퓨터, 내비게이션 등 디지털 기기를 작동시키는 명령어나 기법을 포함하는 사용자 환경)에 대한 지식이 있거나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이라면 매우 유용하게 쓸 수 있었겠지만 나에게는 너무 막연한 내용이었다. 물론 스마트폰을 시작으로 다양한 스마트 기기의 종류가 늘어나고 있고 이에 따른 애플리케이션에서의 UI와 UX가 중요해지고 있는 시대이다. 앞으로 어떤 업무를 하던지 간에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하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에 UI와 UX에 대한 기본적이 이해를 가지고 일을 한다면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과 소통이 보다 편해질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조금 더 쉬운 책이 필요했을 것 같다. UX라이터의 글쓰기 수업은 좋은 책이나 나에게 한계가 있다는 것을 내가 모르고 있었던 것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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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꽃향기를 만난 순간'은 원래 퀴어 미디어 전문 OTT GagaOOLala에서 2021년 공개된 대만 퀴어 드라마라고 한다. 원래는 6부작으로 만들어진 드라마인데 이거를 합쳐 1시간 40분 정도 되는 영화로 만들었다. 영화를 보면서 내용이랑 연출은 좋은데 중간중간 뭔가 끊어진 느낌이 든다 싶었는데 6부작 드라마를 영화로 만들다보니 그 연결성이 애매하게 되었었나보다.

영화의 장점은 아무래도 영상, 그리고 영상과 잘 어우러지는 음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상 자체도 배우의 미묘한 감정선을 잘 따라가게끔 만들어졌고 그에 어울리는 음악이 흘러나와서 좋았다. 고등학교 시절 배구부로 만났던 두 여성에 대한 내용인데 영화에서는 배구하는 장면은 딱히 많이 나오지 않는다. 팅팅이 이밍에게 반하는 순간만 배구 경기 장면이고 그 외로는 거의 배구 연습 장면이다. 배구 연습 장면조차 두 사람의 감정을 엿보게 해주는 순간이라 두 시퀀스 정도만 넣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배구부인데 하라는 배구는 안 하고 하교길에 데이트하는 모습이 더 많이 보였던 2人.

영화 초반부터 팅팅은 이미 자신을 정체화하고 직진으로 이밍에게 들이대는데, 이밍은 팅팅의 직진 사랑을 다 받아주면서 자신을 헤테로섹슈얼로서만 정체화하였다는 것이 당황스러웠다. 드라마를 안 봐서 모르겠지만 이밍은 자신이 팅팅을 사랑하는 것과 별개로 '헤테로만이 정상이라는 사회적 규범'에서 벗어날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고, 그 이유 중에 하나가 가족관계에서 오는 것 아닌가 싶다. 영화 내에 나오는 대화로 짐작해보건데 이밍은 배구를 좋아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원하는 모습을 가족, 특히 아버지에게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고 아버지의 말에 거의 무조건 복종하는 모습을 보였다. 보다 자유스럽게 살아와서 자신의 감정을 스스럼없이 보여주는 팅팅과 달리 이밍은 자신을 숨기는데 더 익숙한 사람이었나보다. 그러다보니 팅팅을 향한 감정을 무조건적으로 '우정'으로 강제 개념화 시킨 것이 아닌가싶다. 대학생 시절 이밍이 팅팅에게 말한 '동성에게 느끼는 감정은 우정일 뿐 사랑이 아니다.'라는 대사를 이밍의 남평이 이밍에게 했을 때, 이밍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지 궁금하다. 우리는 시간이 지나고 어른이 되면 무언가 달라질거라 생각하지만 사실 달라지지 않는 부분이 더 많다. 팅팅과 이밍도 본질적으로 달라진 부분은 없었다. 그저 달라지려고 애쓰려다 제자리로 돌아온 것 아닐까?

대만에서 동성결혼 법제화가 2019년이 아닌 2009년이나 1999년에 통과되었다면 이밍과 팅팅 모두 상처를 덜 받는 선택을 할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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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실험실 -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가 찾은 최고 기업들의 혁신 비결
스테판 H. 톰키 지음, 안진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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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는 미국의 캘리포니아주(州) 샌프란시스코만(灣)을 둘러싼 샌프란시스코반도 초입에 위치하는 샌타클래라 일대의 첨단기술 연구단지이다. 반도체 및 IT기업 대부분이 몰려있으며 이 중에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도 포진해있어 실리콘밸리 자체가 IT와 첨단산업으로 혁신을 일으키는 곳의 대명사가 되었다. 실리콘밸리의 실험실은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기업이 어떻게 혁신을 일으키고 살아남을 수 있었는가에 대해 분석해둔 책이다. 스테판 H. 통키가 이전에 쓴 책은 '실험의 중요성'인데 해당 책에서는 디지털 실험 툴이 기업의 연구와 개발을 혁명적으로 바꾸고 산업 전반에 변혁을 가지고 올 것이라고 하였다. '실리콘밸리의 실험실'은 전작에 이어서 보다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한다고 생각한다.

  1. 실험은 테스트 가능한 가설을 토대로 하는가?

  2. 실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에 따르겠다는 약속이 되어 있는가?

  3. 조직이 이 실험을 진행할 수 있는가?

  4. 결과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

  5. 원인과 결과를 이해하는가? > 종속변수(결과)와 독립변수(원인)이 확인되었는가?

  6. 실험으로 최대한의 가치를 도출했는가?

  7. 조직 차원에서 실제로 실험 결과에 따른 결정을 내리고 있는가?

책에서는 위의 기본적인 7가지 툴을 토대로 개념을 정리해간다. 너무 복잡하여 원인과 결과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 실험 대신 조직 내에서 가능하고 원인과 결과를 빠르게 파악 가능한 작은 실험 여러 개를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조직의 혁신을 위해 제일 좋다고 제안한다. 실험 결과를 조직에서 받아들일 경우에는!

CEO나 대표의 의견이라고 할 지라도 실험을 통해 해당 의견이 긍정적인 평가를 얻어야지만 사업이 진행가능하다는 사례는 꽤 흥미로웠고 실험이 실패로 끝났을 경우,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실패로 새로운 교훈을 얻었음을 배우는 과정임을 조직에서 받아들여야 성공적인 실험이 존재한다는 사례에서는 '한 번 실패는 영원한 실패'로 받아들이지 않아야 함을 배웠다. 실리콘밸리가 혁신적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는 기술적인 우월함도 있겠지만 실험과 실패로부터 배우며 성공을 조직적으로 받아들이며 평등한 원칙 아래서 조직이 행동하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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