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 개인전

'무' 보다 못한 것

2018. 12. 5. - 29.

갤러리 가비

 

 

 

다큐멘터리와 파인아트를 명확하게 나눌 필요가 없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사실적이라는 다큐멘터리와 회화 같은 순수 예술에 더 가깝다는 파인아트의 경계는 원래 없다.
하늘 안에 사는 새와 바다 안에 사는 돌고래에게 사람이 만든 국경이 의미가 없듯이.

'그는 게이 같았다.'라는 말을 작가노트에 적고, 자기변명과 가감없이 드러낸 것이 좋았던 전시였다.

 

 

Less than Nothing, KIM Jinhyuk (1994~), the Exhibition, Gallery Gabi.
'무'보다 못한 것, 김진혁 개인전, 갤러리 가비
2018. 12. 5[wed] ~ 12. 29[s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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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where Down The Line by AERØHEAD https://soundcloud.com/aerohead
Creative Commons — Attribution-ShareAlike 3.0 Unported — CC BY-SA 3.0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
Music promoted by Audio Library https://youtu.be/OHBS-Hb5j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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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햄릿, 아바따

2018. 12. 7. - 16.

Cast
햄릿 - 임준식, 오필리어 - 구시연, 선왕/광대장 - 이주희, 오필리어의 영혼 - 이나겸,
거트루드 - 이선, 클로디어스/광대1 - 강진휘, 폴로니어스/무덤지기/광대2 - 김충근,
무덤지기/광대3 - 이미숙, 호레이쇼/광대4 - 추헌엽, 레어티즈/광대5 - 백유진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2018년 12월 8일 오후 3시 공연 관람.
2014년 초연했던 <햄릿, 아바따>를 2018년이 되어서야 볼 수 있었다.
초연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이번 공연에서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알 수 없다.

공연 시작 5분 전. 객석으로 들어갔다.
흰 천이 내려와 스크린처럼 무대를 덮고 있었고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파괴와 창조. 질서와 혼돈.
극의 전반적인 내용은 관객이 익히 알던 햄릿과 다르지 않았다.
극중 선왕의 출연 부분은 원작보다 더 늘어난 느낌이지만 그에 대한 설명은 원작 햄릿과 견줘보았을 때, 오히려 더 적거나 약간 다르다고 느껴졌다. 선왕이 궁내 극장을 하나 지었고, 극예술을 하는 극단을 지원했다는 것과 햄릿이 그 극단장에게 연기 수업을 받았다는 것 정도.

오히려 햄릿의 감수성에 대한 표현이 더 독보였다. 햄릿은 원작보다 더 극배우 같았고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감정 표현의 밀도도 달랐다. 햄릿과 오필리어가 함께 있고, 대화를 할 때 언어로서의 대화보다 상상과 몸짓으로서의 대화를 더 많이 했다는 느낌이었다.
햄릿은 왕자로서가 아닌 아들로서의 슬픔이 더 컸고, 오필리어를 사랑할 때, '장차 국가의 왕이 될 사람'이 아닌 그저 사람으로서 사랑했던 사람이었을까?

햄릿이 미쳐버린 사람인 척 연기를 하고 오필리어와 대화를 할 때, 햄릿과 오필리어 모두 진심을 이야기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이후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하고 진심도 진실도 이야기 할 수 없었다.

햄릿이 비극인 이유는 그저 주인공인 죽었거나 극 중에 나왔던 주요 캐릭터 대부분의 삶이 비참한 죽음으로 끝나서가 아니다.
클로디어스는 잠시잠깐이라도 어떠한 형태라도 사랑을 했던 왕비에게 진실을 말 할 수 없었고, 폴로니어스+레어티즈+오필리어 가족은 서로에게 상처만을 남기고 죽었으며, 햄릿과 오필리어는 서로 사랑을 했지만 진심도 진실도 이야기하지 못 한채 끝나버렸다는 것이 비극이다.

새로운 것이 창조되려면 먼저 파괴가 일어나야 한다. 시바신이 창조의 신이자 파괴의 신인 것처럼.
모든 사람이 죽음으로 귀결되는 파괴가 아니었더라면, 다른 창조가 생길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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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러미 프로젝트 - 그리고 래러미 프로젝트 : 십 년 후
모이세스 코프먼.텍토닉 시어터 프로젝트 지음, 마정화 옮김 / 열화당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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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초. CGV 명동 씨네라이브러리에서 2018서울프라이드영화제를 하였다.
영화제에서 영화는 보지 못 하고(보고 싶은 영화는 시간이 안 맞고, 시간이 될 때 하는 영화는 보고 싶지 않고), 서울 프라이드 스테이지로 진행하는 [래러미 프로젝트, 십 년 후] 낭독극을 보았다.
- 영화제에서 영화 안 보고, 생일 당일 본 공연은 증오/혐오 범죄 십 년 후 낭독극.

아직 보지 못한 래러미 프로젝트 희곡과 래러미 프로젝트, 십 년 후 희곡이 책으로 출간되어 구매를 한 후 읽기 시작했다.
- 사실 낭독극 하던 날, CGV 명동씨네라이브러리에서 책을 팔고 있었는데 구매를 깜박해서 그냥 알라딘에서 구매.

[래러미 프로젝트, 십 년 후] 낭독극을 볼 때, 십 년 전 사건에 대해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래러미 프로젝트를 보지 못했으니까.
[래러미 프로젝트, 십 년 후]를 보면서 알게 된 사실은
1. 1998년, 매튜라는 게이 남성이
2. 애런과 러셀이라는 두 명의 사람에게 강도 + 폭행을 당했고,
3. 사건 발생 대략 일주일 후 죽었으며
4. 매튜의 죽음 이후 애런과 러셀은 강도, 유괴, 살해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살고 있으며,
5. 해당 사건은 LGBTQAI에 대한 증오/혐오 범죄 판결이 났다는 것이었다.

책이 집으로 배송되고 난 뒤, 읽는 것을 여러 번 주저거렸다. 낭독극을 보던 날, 배우의 입으로 전달되던 언어에서 느껴진 슬픔이 예상보다 오래 기억났다.

1998년 당시. 글에서 느껴졌던 인상은 거센 바람의 가진 태풍이 몰아치고 있는 마을 같았다. 상처가 났고, 아무도 괜찮지 않았다.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피해자를 아는 사람과 가해자를 아는 사람 모두.
래러미에 있는 사람은 모두 서로가 서로를 알고 있었다. 몇 세대가 그 마을에서 나고 자랐으며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기에 거의 모든 사람이 피해자를 알거나 가해자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상처 난 자리가 어떤 이유에서든 괜찮지 않다고 말했다. 모두 조금씩, 아니 아주 많이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매튜 셰퍼드가 병원에 실려왔던 날, 그를 처음 살폈던 의사는 피해자 매튜를 치료하기 전 가해자 애런을 치료하고 있었다. 의사에게는 매튜도 애런도 그저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아니었다.
래러미 프로젝트에서는 극 내내 충격과 공포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P58 캔트웨이 의사
어린애 둘이에요! 둘 다 내 환자였고 둘 다 애들이라고요. 둘 다 돌봤다고요…. 두 애의 몸을요. 그리고 … 잠깐이나마 신께서 저희를 보실 때 이렇게 느끼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모두 다 그분의 아이들이고… 우리의 몸… 우리의 영혼…. 그리고 정말 엄청나게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둘 다요.

p84 로저 슈미트 신부
다이크. 그런 멸칭이 폭력이라는 거 아세요? 바로 폭력의 씨앗입니다. 혹시라도 여러분들이 제가 말한 것 중 어떤 거라도. 어. 아시죠, 어떤 식으로든, 아주 작은 형태라도 그런 종류의 폭력 키우는 데 사용한다면 전 엄청 화낼 접니다. 전 엄청나게 분노할 거예요. 그건 아셔야 합니다.

 


 

사건 발생 10년 후, 래러미는 괜찮아지고 싶었고 괜찮아 보이는 마을이 되고 싶어 했다. 매튜에게 발생했던 모든 일이 사실 '증오범죄'가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우리 마을에는 '증오'란 없다고.
어떤 사람이 잘 짚어냈었다. '약물'이나 '마약'과 관련된 범죄라면, 그저 '단순 강도' 사건이라면 해결하기 쉽지만 '증오범죄'는 그렇지 않아서 그런다고 말이다.
1998년 마을을 관통했던 상처는 눈에 보이지 않는 흉터가 되어 남아있었다. 모두 '이제는 괜찮다.'라고 말을 해도 전혀 괜찮지 않아 보였다.
그래도 시간은 지나 있었고 어떤 부분의 조금의 변화가 생겼다. 그리고 서서히 변화를 받아들였다. 상처는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흉터가 되어 있었다.

 


 

p153~4 로저 슈미터 신부
에런 매키니 와 러셀 핸더슨은 우리 사회가 만든 산물이에요. 그들도 우리의 형제예요. 어떤 식으로든 용서를 해 주자고 말하는 건 결코 아닙니다. 그렇게 듣는다면, 날 오해하는 거예요. 그렇지만 이해한다는 게 동의한다는 걸 의미하진 않아요. 이해한다는 게 관대해지라는 뜻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또한, 이해한다는 게 자기 자리에 앉아 결정할 수 있는 그런 것도 아닙니다. 에런을 이해하려면, 찾아가 봐야 합니다. (중략) 에런은 우리의 형제입니다. 러셀은 우리의 형제입니다. 그레그, 에런은 나와 다른 게 아니라 훨씬 더 많이 나와 닮았어요.

p162 존 도스트
어떤 면으로, 네 '우리 마을 래러미에 마약 문제가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게 더 받아들이기 쉽거든요. 그건 고칠 수 있는 거니까요. 혐오, 특히 동성애 혐오는 그보다 더 통제가 안 되는 것이죠.

 


 

증오/혐오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나와 무척이나 닮았다. 증오와 혐오는 통제할 수 없다. 하지만 누군가를 무언가를 증오하고 혐오한다고 그에게 피해를 주어야 할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 폭력의 씨앗은 뿌리가 깊다.

매튜가 죽고 난 뒤, 매튜의 가족과 친구는 증오범죄방지법을 만들기 위하여 싸웠고, 2010년이 되어서야 미국에 증오범죄방지법이 생겼다. 매튜가 죽고, 12년이 지난 후였다.

한국에서는 2018년에도 증오할 자유를 혐오할 자유를 달라고 거리에서 외치는 사람이 있다. 얼마 전, 통영에서도 그런 사람을 봤다. 예쁘장한 통영 바다 앞에서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하며, 성소수자 차별을 이야기하였고 성소수자를 차별해도 되는 사람이라고 규정하였다. 그 사람과 나는 얼마나 다른가? 아니, 얼마나 비슷한가?

우리 모두에게는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 서로가 서로를 차별하지 않도록. 로저 슈미트 신부의 말마따나 서로의 의견에 동의하고 관대해지자는 것이 아니라, 그저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고 말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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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버는 집짓기 - 독한 건축주들의 절대 손해 안 보는 노하우
서동원 지음 / 비앤컴즈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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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나의 관심분야가 아닌 책을 읽어본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자주 만나기 힘드니, 책이라도 읽는다.
친친디CM그룹의 서동원대표가 쓴 돈버는 집 짓기는 내가 평소에는 잘 읽지 않는 책의 종류였다.

 

친친디는 친절한 친환경 디자인 하우스 프로젝트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그저 '물려받은 임야에 집을 지어보자.'라고 시작했던 집 짓기가 매스컴을 타게 되어 결국 회사까지 차리게 되었다는 이야기에 황당하기도 했다.

 

그래도 책을 읽다 보니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이상'이나 '상상'과 '현실'이 얼마나 다른지 알려주는 부분도 있었고, 실제로 집을 짓게 되었을 때 중요한 건축법이나 행정에 대한 부분도 잘 나와있었다.

나도 그렇지만 집을 실제로 지어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떤 집을 짓고 싶다, 가지고 싶다는 꿈이나 희망은 있지만 그 꿈과 희망이 실제로 만들 때 부딪히거나 생각해야 할 부분을 놓치기 십상이다.
이를테면 책에는 집을 짓을 토지를 찾을 때, 유의점을 적어둔 것이 있다. 이런 부분은 우리가 실제로 살면서는 알기 쉬워도 살기 전에 보기 힘든 부분이 아닐까 생각했다.

사실 평소에 '내 집을 직접 짓고 싶다.', '내 건물을 직접 짓고 싶다.'라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았었다.
집이나 건물을 직접 짓는다는 것 자체에 크게 관심이 있지 않았으니까.
돈 버는 집 짓기를 읽어보니, 그냥 내 집을 직접 짓는 것보다는 만들어진 집에 들어가 사는 것이 속 편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니 집을 직접 만들어서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지 간접 체험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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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엣 1 - 관 속에서 만난 연인
앤 포티어 지음, 서현정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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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줄리엣이 있기 전에 내가 있었다.'라는 문장 때문에 도서관에서 빌려온 앤 포티어의 책, 줄리엣.
책을 몇 장 넘겨보고서는 이 책이 내가 몇 년 전, 교보문고에서 읽었던 책이라고 바로 알아차렸지만.

셰익스피어에 대한 이야기는 참으로 차고 넘친다. 마치 예수처럼.
셰익스피어가 실존 인물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있다. 어떤 학자는 셰익스피어가 지은 작품이 어떤 사람이 살아생전에 쓸 수 있는 작품의 수, 그 이상이기 때문에 셰익스피어가 실존 인물이 아니라고 한다.
셰익스피어가 쓴 몇몇 작품은(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등) 초기 작품이 있고 셰익스피어가 각색해 만든 희곡이라고 한다. 다만,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워낙 유명하여 대다수의 사람은 그의 희곡이 원본인 줄로만 알고 있다.

앤 포티어의 줄리엣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사실 셰익스피어 원작이 아닌 원본이 따로 있다는데서 영감을 얻고 쓴 소설이다.

미국에서 줄리로 살던 줄리에타가 이탈리아로 가서 자신의 뿌리를 찾는 내용이 약간의 하이틴 로맨스물, 추리소설, 역사극이 한데 뒤엉켜서 나온다. 여기에 쌍둥이 동생 제니스까지.
2권짜리에 재미있을 듯 지루한 전개 때문에 '아니, 이 내용을 이렇게나 길게 써두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처음 읽었을 때도 엄청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두 번째로 읽으니 이 책은 나의 취향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책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영화화가 된다는 이야기가 나왔던 것 같은데 영화화가 된다는 거랑 그 내용이 실제로 영화가 되는 것은 언제나 다른 문제니까.
로미오와 줄리엣을 약간 현대적이고 다른 버전으로 읽고 싶은 사람에게는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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