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햄릿, 아바따

2018. 12. 7. - 16.

Cast
햄릿 - 임준식, 오필리어 - 구시연, 선왕/광대장 - 이주희, 오필리어의 영혼 - 이나겸,
거트루드 - 이선, 클로디어스/광대1 - 강진휘, 폴로니어스/무덤지기/광대2 - 김충근,
무덤지기/광대3 - 이미숙, 호레이쇼/광대4 - 추헌엽, 레어티즈/광대5 - 백유진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2018년 12월 8일 오후 3시 공연 관람.
2014년 초연했던 <햄릿, 아바따>를 2018년이 되어서야 볼 수 있었다.
초연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이번 공연에서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알 수 없다.

공연 시작 5분 전. 객석으로 들어갔다.
흰 천이 내려와 스크린처럼 무대를 덮고 있었고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파괴와 창조. 질서와 혼돈.
극의 전반적인 내용은 관객이 익히 알던 햄릿과 다르지 않았다.
극중 선왕의 출연 부분은 원작보다 더 늘어난 느낌이지만 그에 대한 설명은 원작 햄릿과 견줘보았을 때, 오히려 더 적거나 약간 다르다고 느껴졌다. 선왕이 궁내 극장을 하나 지었고, 극예술을 하는 극단을 지원했다는 것과 햄릿이 그 극단장에게 연기 수업을 받았다는 것 정도.

오히려 햄릿의 감수성에 대한 표현이 더 독보였다. 햄릿은 원작보다 더 극배우 같았고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감정 표현의 밀도도 달랐다. 햄릿과 오필리어가 함께 있고, 대화를 할 때 언어로서의 대화보다 상상과 몸짓으로서의 대화를 더 많이 했다는 느낌이었다.
햄릿은 왕자로서가 아닌 아들로서의 슬픔이 더 컸고, 오필리어를 사랑할 때, '장차 국가의 왕이 될 사람'이 아닌 그저 사람으로서 사랑했던 사람이었을까?

햄릿이 미쳐버린 사람인 척 연기를 하고 오필리어와 대화를 할 때, 햄릿과 오필리어 모두 진심을 이야기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이후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하고 진심도 진실도 이야기 할 수 없었다.

햄릿이 비극인 이유는 그저 주인공인 죽었거나 극 중에 나왔던 주요 캐릭터 대부분의 삶이 비참한 죽음으로 끝나서가 아니다.
클로디어스는 잠시잠깐이라도 어떠한 형태라도 사랑을 했던 왕비에게 진실을 말 할 수 없었고, 폴로니어스+레어티즈+오필리어 가족은 서로에게 상처만을 남기고 죽었으며, 햄릿과 오필리어는 서로 사랑을 했지만 진심도 진실도 이야기하지 못 한채 끝나버렸다는 것이 비극이다.

새로운 것이 창조되려면 먼저 파괴가 일어나야 한다. 시바신이 창조의 신이자 파괴의 신인 것처럼.
모든 사람이 죽음으로 귀결되는 파괴가 아니었더라면, 다른 창조가 생길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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