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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표류기 - 조선과 유럽의 운명적 만남, 난선제주도난파기 그리고 책 읽어드립니다
헨드릭 하멜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2월
평점 :
테라 펀딩에서 문자로 1만 원짜리 신세계 상품권을 보내주었다. 아마 무슨 이벤트에 응모해서 그런 것 같은데, 문제는 그 이벤트가 뭔지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게다가 신세계 상품권은 신세계 백화점에 가서 종이 상품권으로 바꿔 써야 하는 아주 귀찮은 일이 있었으나, 아무튼 나는 종이 상품권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에서도 신세계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서점에서 하멜 표류기를 샀다.
요즈음 하멜 표류기가 서점 도처에 깔려있었는데 알고 봤더니 tvN에서 하는 <책 읽어드립니다>라는 프로그램에 하멜 표류기가 다루어진 적이 있나 보다. 검색을 해보니 2020년 2월 4일 자 방송된 18회 방영분 주제가 하멜 표류 기고, 출연진은 설민석, 전현무, 이적, 윤소희, 소설가 장강명, 심리학자 김경일,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가 나온 것으로 확인되었다.
하멜은 네덜란드 사람이고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으로 동아시아 지역 중 타이완에서 일본으로 가는 도중 폭풍우로 배가 난파되어 동료 36명과 제주도에 도착하게 되고(1653년) 13년 동안 한국(그 때 당시 조선)에 억류되어 있다가 일본으로 탈출한 뒤(1666년) 1668년 귀국한 것으로 되어있다.
조선에 온 네덜란드 사람은 하멜이 처음이 아니다. 하멜이 도착하기 전 얀 야너스 벨테브레이(한글이름 박연)이 마찬가지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으로 무역을 하러 일본에 가다가 배가 난파하여 제주도에 도착하였고, 이후 조선에 귀화하여 조선인으로 살아간 것으로 나온다. 이 때문에 하멜 일행이 처음 도착했을 때, 박연이 제주도로 내려와 왜 하멜 일행이 제주도에 도착하게 되었는지 통역을 맡은 것으로 책에도 나온다. 희안한 것은 박연의 모국어는 네덜란드어인데 조선에 하도 익숙해져서인지 하멜하고 처음 만났을 때, 네덜란드어를 까먹어서 고생을 했다고 쓰여져 있었다.ㅋㅋㅋ
박연은 아예 조선으로 귀화해서 조선인의 신분으로 나름 관직에도 진출하였지만 하멜 일행은 조선에서 난민으로 살았다. 박연처럼 귀화를 하고 전쟁에 나가 공을 세웠다면 이래저래 편했을 수도 있고, 몇몇 관직에 있는 사람은 하멜 일행에게 기초 군사 훈련을 시켜보려고 했지만 결론은 하멜 일행의 거부로 실패한다. 하멜 일행은 조선에서 사는 것보다 네덜란드에서 사는 것이 좋았나보다. -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일본으로 탈출한 후 바로 네덜란드로 돌아간 것도 아니며, 하멜 표류기를 적은 것도 뭔가 뜻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조선에 난민으로 있었던 14년 간의 시간을 동인도회사에 임금으로 지불해달라고 요구하기 위해서 적은 거라서...
책을 읽다보면 난민의 위치에 있지만 하멜 일행에게 호의를 베풀어준 관리(대략 사또 위치)는 좋은 관리로 서울로 불려가서 높은 관직에 앉지만 하멜 일행에게 제대로 된 음식도 안 주며, 대차게 부려먹으려고 한 관리는 나쁜 관리라서 백성에게 원망도 많이 듣고 나쁜 짓을 한 것이 암행어사한테 걸려서 관리직을 파면당한다. 이래서 좋은 사람은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인데 나쁜 사람은 모든 사람에게 나쁜 사람인가보다.
하멜의 글을 보면 그에게 중국, 조선, 일본은 그냥 엇비슷한 나라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의 옷이나 풍습, 불교 사상을 일본이나 중국의 관습과 매우 유사하게 묘사해두었다. 아예 아니라고 할 수는 없으나 아예 맞지도 않을뿐더러 일본, 중국, 조선의 옷과 풍습은 아시아사람이 보기에는 그냥 다른데 유럽인은 구별하기 힘든 미묘한 지점이 있나보다. 불교를 보고 계속 우상숭배라고 하는 것은 상당히 불편했다. 불교와 기독교가 다른 종교인건데 기독교는 좋은 거고 불교는 자꾸 우상숭배라고 적어놨다.
이 책을 보고 아주 유익한 책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조선에서 난민을 어떻게 대우했는지를 난민의 시각에서 쓴 책이라고 읽으면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