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딕을 읽기 전, 아니 사실 몇 년 전부터 고래에 관한 책을 한 권씩 읽고 있었다. 주로 고래의 생태나 종분류 등에 대한 내용이었다. - 내 블로그에서 고래를 검색하면 '고래의 노래', '고래, 고래와 돌고래에 관한 모든 것', '걷는 고래'라는 책이 검색된다.
그 책을 읽어서인지 모비딕은 읽고 싶지 않았었다. 고래잡이배의 선장 에이해브가 자신의 다리를 없애버린 흰색 향유고래 모비딕에 대한 복수를 그린 대서사시이고 운명적인 비극을 그린 소설이라 칭찬하지만 살아있는 생명을 돈을 벌기위해 죽여버리는 포경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에이해브가 애초에 고래를 죽이려고 하지 않았다면 그가 다리를 잃지도 않았을거다. 에이해브의 비극은 흰색 향유고래 모비 딕이 아닌 자기 자신이 잘라버린 것이다. 실제로 향유고래는 긴수염고래처럼 조용한 성격이 아니었으며, 포경선의 경우 고래를 잡을 때 일부러 어미 고래 근처에 있는 어린 고래를 상처입힌 뒤 덩치가 큰 어미 고래를 유인하여 죽여버리는 방법으로 고래를 많이 잡았다. 어느 고래가 어린 새끼가 죽을 위험에 처해있는데 가만히 있겠는가.
거의 1,000페이지에 달하는 모비딕을 읽으면서 그 누구에게도 공감이 가지 않았으며, 스스로의 잘못 때문에 다리를 잃었으면서 모비딕을 향한 복수를 불태우는 에이해브를 저주했다. 유럽에서는 스페인 북부에 있는 빌바오에서 시작된 근대 포경 때문에 전세계에 있는 모든 고래 죽을 위협을 당했고, 멸종위기에 처했다. 포경산업 덕분에 고래를 더 연구할 수 있지 않았느냐느 빌어먹을 말도 안 되는 소리 따위는 거부한다. 포경산업이 아니었어도 과학이 발전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포경없이도 연구할 수 있는 분야만이 개척되었을 뿐이다. 포경산업으로 고래 연구가 발전되었다는 이야기는 마치 아동 납치 뒤 장기를 다른 사람에게 이식하고 납치는 범죄지만 장기이식이 발전하는데 공을 세웠다는 이야기처럼 말도 안되는 헛소리일 뿐이다.
이 책이 너무 두껍고 방대하여 읽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고래를 돈이나 적으로 생각하고 함부로 사냥을 하는 인간이 역겹고 꼴보기 싫어서 너무나 읽기 싫었다. 모비 딕에 나오는 캐릭터 중 그나마 고래는 고래일 뿐이며 모비 딕을 사냥하는데 반대하는 스타벅 또한 그저 돈으로서 고래를 쫒는 고래잡이일 뿐이니까.
내가 여러 종류의 고전소설을 읽었지만 모비딕처럼 더럽고 역겨운 책은 오랜만이었다. 다시는 너와 볼 일이 없길 바란다 허먼 멜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