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 블러드 - 테라노스의 비밀과 거짓말
존 캐리루 지음, 박아린 옮김 / 와이즈베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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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최아서스가 추천을 해주어서 읽게 된 책이다. 책은 한 때 미국 실리콘밸리의 눈부신 유니콘이었던 스타트업 테라노스의 설립자 엘리자베스 홈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테라노스는 2002년부터 2016년까지 실제로 존재했던 회사이다. 이 회사가 촉망받는 유니콘이 되었던 이유는 피 한 방울로 질병을 예측할 수 있는 신기술을 만들었기 때문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이 기술은 거대한 '사기극'으로 밝혀졌다. 이 기술이 실제로 실현이 불가능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엘리자베스 홈즈의 어처구니 없는 경영 능력 때문에 기술이 되지 못 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나는 의학이나 이런 것과 관련한 지식이 전무하니까. 단지 내가 책을 다 읽었을 때 들었던 생각은 이 기술이 상용화 되지 않았던 이유는 거의 전적으로 엘리자베스 홈즈와 그의 애인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이유는 책에 온전히 적혀있다. - 참고로 이 책은 테라노스의 CEO였던 엘리자베스 홈즈의 인터뷰 기록은 전무하며, 그 곳에서 일을 했던 전직원의 시점에서 거의 모든 내용이 서술되고 있다. 저자는 엘리자베스 홈즈에게 여러 차례 인터뷰 요청을 보냈으나 모두 거절했다고 밝혔다.

엘리자베스 홈즈는 어떤 생각으로 '한 방울의 피로 질병을 예측할 수 있게 한다.'는 개념을 생각해냈는지 알 수는 없다. 여러 가지 추축 중 하나는 엘리자베스 홈즈가 원래 주사바늘을 싫어했다는 의견이다. 엘리자베스 홈즈가 공식적으로 인터뷰한 내용은 자신의 삼촌 중 하나가 암으로 죽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가까운 누군가가 예측가능하고 치료가능한 질병으로 죽게 하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 모티브인데 웃긴 것은 실제로 엘리자베스 홈즈와 '그 삼촌'이라는 사람은 별로 가까운 사람이 아니었다고 주변 가족은 증언하였다.

테라노스에서 일을 한 전직원의 증언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홈즈는 자기애가 무척 강한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자신의 의견이 옳다고 주장하였으나, 자신이 하고 싶은 신기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은 전혀 없어보였다. 여러 테스트를 거친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은 물론이며, 해당 분야의 석학을 초빙하는데는 선수였으나 실제로 그 사람이 기기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고쳐야한다고 하면 그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였다. 오히려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서 고성을 지르거나, 무논리로 대응하기 일쑤였다. 회사 내부에서 해당 기술에 대해 논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고쳐야 할 점을 지적하면 여러 가지 협박을 하며 해당 인원을 해고 하였다. 회사 내외부에서 그녀의 모습은 신기술의 보유한 기업의 CEO라기보다는 사기꾼의 기질을 가진 소시오패스처럼 보일 때가 부지기수였는데, 이 모습은 마치 전 직장(cxxx)의 대표의 모습과 유사해보였다. 게다가 작년 4월에 읽었던 유니콘이 되려다 실패한 옐로 모바일에 대한 책 '스타트업은 어떻게 유니콘이 되는가'와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아마 대다수의 망하는 기업/NGO/스타트업의 제일 큰 고질적인 문제는 '대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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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의 미래 시나리오 - 코로나19, 미중 신냉전, 한국의 선택
문정인 지음 / 청림출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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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중국의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원인불명의 폐렴이 퍼져나갔다. 초기에는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질병이었다. 그 때 당시 나는 스페인에 거주하고 있었다. 스페인에서는 이 사건을 '세계뉴스'의 한 부분으로 다루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은 안 나고 그나마 인터넷을 통해서 읽은 한국기사에서 스페인보다는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었다. 그 때만 해도 스페인은 커녕 한국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크게 이슈화되거나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2020년 2월, 한국에 확진자가 생겼고 이후 스페인과 이탈리아 곳곳에서 코로나, Covid-19 감염자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한 때 유럽 내 Covid-19 사망자 1위하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기도 했으며, 전세계는 국경을 폐쇄하기 시작했다.

'문정인의 미래 시나리오'는 코로나 직후의 현 상황과 그 이후 미래가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에 대한 예측서이다. 이 책은 예언서가 아니기 때문에 혹시나 그런 글을 기대하고 온 것이라면 '노스트라다무스'같은 키워드로 다시 검색하길 바란다.

이 책의 주제는 크게 2가지이다. 2020년 4월 JTBC에 방영되었던 '차이나는 클래스'에서 강연된 '코로나와 국제정치'에 대한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2020년 6월 KBS에서 '코로나19이후,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라는 특별프로그램에서 강연된 '코로나 시대의 미중관계와 한국의 선택'의 내용을 얼개로 1부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상을 바꾸다'와 2부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미중 신냉전의 미래'가 쓰여졌다.

저자는 정치외교학과 교수였으며, 한 때 통일외교안보특보를 지낸 적도 있는 사람이다. 정치학자라고 불러야 할지 아니면 연세대 명예교수라고 불러야 할 지는 잘 모르겠다. 저작의 이력을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상당히 '정치외교적'인 책이다. 그저 한국이라는 나라 안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한다거나 코로나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내용이 아니라 코로나 이전과 직후의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고 이 상황이 지나간 이후에 한국이라는 나라에 영향을 끼칠 정치적 변수를 여럿 제시하여 가장 좋을 것 같은 안을 쓴 것이다. 이 예측이 모두 다 맞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몇몇 부분은 아주 중요한 문제를 집어주었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성이라던가 동맹에 대한 부분, 그리고 한국의 위치에 대한 것도 있지만 국민 합의가 필요하다던가 환경이나 인권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는 부분을 짧지만 약간이라도 집고 넘어가는 부분도 있었다.

정치적이지 못 한 인간이라 이런 정치외교적인 글을 읽는데 약간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새로운 시각에서 본 세계는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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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12-31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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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지음, 안영옥 옮김 / 지만지드라마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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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스페인에 있을 때, 스페인 희곡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이 한국 무대에서 '베르나르다 알바'라는 이름으로 초연되었다. 정영주 배우님이 연출을 하고 사람을 모아 극이 올라갔는데, 남성의 이야기만 득세하던 한국의 무대공연에서 오롯이 여성 배우만이 출연한, 여성 연출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올해(2021년)에도 정동극장에서 2달 가량 재연을 하는데, 이번 공연은 못 보게 되었다. 정동극장에서 집적 예매하려고 사이트 가입까지 해두었건만, 1월과 2월은 바쁜 일도 없었건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보러가지 못하고 도서관에서 희곡집만 빌려 읽었다.

극은 베르나르다 알바의 두 번째 남편이 사망하여 장례식을 치르는 날부터 시작을 한다. 베르나르다 알바의 두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 정확하게 서술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두 번의 결혼이 베르나르다 알바라는 사람의 명성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도 알 수 없다. 이 극에서 남성은 여성의 시각에서 그려질 뿐이다. 극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베르나르다 알바의 두 남편의 재산은 모두 첫째 딸에게 상속이 되었다는 점, 베르나르다 알바는 여성의 정절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며 자신이 낳은 5명의 딸에게 그것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집 안에서의 베르나르다는 독재자이며, 다른 사람이 자신의 말을 거역하지 못하도록 상당히 억압적인 말투를 사용하고 있다.

갈등의 원인은 베르나르다의 독재자스러운 면모와 딸 3명이 한 남성에게 애정을 갈구하면서 나타난다. 페페 엘 로마노. '엘 로마노'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사람은 로마에서 온 남성이다. 로마에서 안달루시아 지역으로 이주를 한 '대사에 따르자면 꽤나 매력적인' 남성은 베르나르다 알바의 첫째 딸에게 청혼을 한 상태이다. 문제는 이 남성의 결혼 목적은 돈이며, 실제적인 관심은 막내딸에게 있으며, 셋째 딸 역시 이 남성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하나의 남성에 세 명의 여성이 달려들었는데, 모두 같은 집 사람이라는 것부터 비극의 서막을 알리고 있다. 결론적으로 페페는 사라지고(베르나르다 알바의 총에 맞아 죽었는데, 총을 피해 달아났는지 알 수 없음), 첫째 딸은 결혼을 못 하고, 막내 딸은 죽었다. 베르나르다 알바의 독재자같은 성격이 문제였는데, 돈을 목적으로 결혼을 하려고 한 페페 엘 로마노가 문제였는지는 알 수 없다.

뮤지컬로 이 상황이 어떻게 구현되고, 어떤 감정으로 갈등을 풀어냈는지 알 수 없지만 1900년대 초반 스페인 안달루시아 작은 마을에서 성별로 사람을 구분하고 성별정체성을 강요하는데서부터 이미 문제의 발단이 생긴 것이 아닌가싶다. 어쨌거나 스페인은 '유럽의 아시아'라고 불릴만큼 의외로 보수적인 면이 강한 나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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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 구석의 채식 식당
오다 아키노부 지음, 김민정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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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류의 책은 먼저 찾아서 읽는 편은 아니다. 도서관에 갔다가 발견, 말 그대로 발견을 하게 되면 주워와서 읽는다. 시부야 구석의 채식식당 역시 도서관에서 다른 책을 빌리다가 발견하여 주워왔다. 그냥 읽어보고 싶었으니까.

도쿄 시뷰야에서 채식식당을 운영하는 오다 아키노부는 애초에 비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밴드를 하던 사람이었고 음악과 관련된 잡지에서 일을 하다가 알게 된 외국(주로 미국인) 뮤지션 때문에 채식, 완전 비건에 대해서 접하게 되었다. 일본에는 거의 가지 않아서 비건식당이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오다 아키노부가 처음 비건에 대해 접했을 무렵에는 채식 식당이 거의 없었으며, 비건에 대한 인식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채식 식당이 있어도 가격은 비싸고 접근이 어려운 곳에 위치해있어서 홍보가 덜 되어 있던 것도 있다.

책에서는 오다 아키노부가 본격적으로 채식 식당을 하기 전 음악과 관련된 일을 에세이 식으로 풀어낸 이야기가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채식 식당에 대한 이야기가 책의 뒷편 절반 동안 나오지만 사실 이 책은 채식식당 운영에 대한 내용이거나 비건에 대한 내용은 전혀 아니라고 느껴졌다. 오히러 오다 아키노부라는 사람이 어쩌다보니 채식식당을 운영하게 된 내용이다. 거창하게 비건이 몸에 좋다느니 뭔가 동물권에 대한 투쟁적인 이유때문에 비건, 채식식당을 하게 된 것이 아니라 가랑비에 옷이 젖어버리듯 채식식당을 하게 된 사람이라서 채식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생각하고 추구하는 채식식당에 대해서 편안한 글로 잘 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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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틈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지넷 윈터슨 지음, 허진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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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아 시작된 프로젝트, 셰익스피어 다시 쓰기의 첫 번째 주자는 재닛 윈터슨의 '시간의 틈'이다. 나는 이 책을 다시쓰여진 셰익스피어 시리즈 중 거의 제일 마지막에 읽었다. 욘 뵈스더가 쓴 책은 아마 안 읽을 것 같아.

'시간의 틈'은 한국에서 거의 극으로 올라가지 않은 '겨울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은 책이다. 기본적인 줄거리는 아주 친한 두 남성이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이 자신의 아내와 자신의 제일 친한 친구가 바람을 피웠다는 오해에서 사건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공감은 되지 않았다. 사건이 발단이 되는 두 남성 중 하나는 바이섹슈얼로 추정되며, 다른 한 명은 완전 게이로 확정된 캐릭터였다. 자신의 아내가 게이 친구와 바람을 폈을거라 의심하는 것부터 공감이 되지 않았으며 유전자 검사까지 받아들이지 않는 '개념없음'에 약간 화가 났다. 게이 남성과 아내인 사람도 옷을 벗고 침대에 누워있었기 때문에 의심을 받을만 했는데, 도대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버려진 아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나름 건강하게 자랐으며 성인이 되어 사실을 알았을 때, 부모를 생각보다 쉽게 용서하였다. 나는 이게 그렇게 쉽게 용서되는 일인지 잘 모르겠다. 물론 '겨울 이야기' 자체가 희극으로 끝나는 내용이기는 한데, 그럼에도 용서가 너무나 쉬웠다는 생각이 든다.

셰익스피어 다시 쓰기로 쓰여진 책 모두 나에게는 공감이 잘 안되는 내용이라 집중하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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