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지음, 안영옥 옮김 / 지만지드라마 / 2019년 8월
평점 :
내가 스페인에 있을 때, 스페인 희곡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이 한국 무대에서 '베르나르다 알바'라는 이름으로 초연되었다. 정영주 배우님이 연출을 하고 사람을 모아 극이 올라갔는데, 남성의 이야기만 득세하던 한국의 무대공연에서 오롯이 여성 배우만이 출연한, 여성 연출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올해(2021년)에도 정동극장에서 2달 가량 재연을 하는데, 이번 공연은 못 보게 되었다. 정동극장에서 집적 예매하려고 사이트 가입까지 해두었건만, 1월과 2월은 바쁜 일도 없었건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보러가지 못하고 도서관에서 희곡집만 빌려 읽었다.
극은 베르나르다 알바의 두 번째 남편이 사망하여 장례식을 치르는 날부터 시작을 한다. 베르나르다 알바의 두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 정확하게 서술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두 번의 결혼이 베르나르다 알바라는 사람의 명성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도 알 수 없다. 이 극에서 남성은 여성의 시각에서 그려질 뿐이다. 극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베르나르다 알바의 두 남편의 재산은 모두 첫째 딸에게 상속이 되었다는 점, 베르나르다 알바는 여성의 정절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며 자신이 낳은 5명의 딸에게 그것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집 안에서의 베르나르다는 독재자이며, 다른 사람이 자신의 말을 거역하지 못하도록 상당히 억압적인 말투를 사용하고 있다.
갈등의 원인은 베르나르다의 독재자스러운 면모와 딸 3명이 한 남성에게 애정을 갈구하면서 나타난다. 페페 엘 로마노. '엘 로마노'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사람은 로마에서 온 남성이다. 로마에서 안달루시아 지역으로 이주를 한 '대사에 따르자면 꽤나 매력적인' 남성은 베르나르다 알바의 첫째 딸에게 청혼을 한 상태이다. 문제는 이 남성의 결혼 목적은 돈이며, 실제적인 관심은 막내딸에게 있으며, 셋째 딸 역시 이 남성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하나의 남성에 세 명의 여성이 달려들었는데, 모두 같은 집 사람이라는 것부터 비극의 서막을 알리고 있다. 결론적으로 페페는 사라지고(베르나르다 알바의 총에 맞아 죽었는데, 총을 피해 달아났는지 알 수 없음), 첫째 딸은 결혼을 못 하고, 막내 딸은 죽었다. 베르나르다 알바의 독재자같은 성격이 문제였는데, 돈을 목적으로 결혼을 하려고 한 페페 엘 로마노가 문제였는지는 알 수 없다.
뮤지컬로 이 상황이 어떻게 구현되고, 어떤 감정으로 갈등을 풀어냈는지 알 수 없지만 1900년대 초반 스페인 안달루시아 작은 마을에서 성별로 사람을 구분하고 성별정체성을 강요하는데서부터 이미 문제의 발단이 생긴 것이 아닌가싶다. 어쨌거나 스페인은 '유럽의 아시아'라고 불릴만큼 의외로 보수적인 면이 강한 나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