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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주의 선언 ㅣ 동물권리선언 시리즈 12
코린 펠뤼숑 지음, 배지선 옮김 / 책공장더불어 / 2019년 8월
평점 :
동물주의 선언은 프랑스의 정치 철학자 코린 펠뤼숑이 2017년 프랑스어로 출간한 것을 번역출간한 것이다. 알라딘에 나와있는 저자설명에서 '코린 펠뤼숑은 현재 프랑스에서 동물, 생명 윤리에 관련해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정치 철학자로 동물윤리학의 계보에서 3세대를 대표하고 있다. 동물윤리학의 3세대 철학자들은 동물문제가 인류 문제의 일부임을 주장하면서 동물문제의 정치화를 통해 동물문제를 포괄하는 새로운 사회규범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 동물권 운동은 아직 1세대가 점령하고 있는 중이다. 동물해방물결이나 DxE같은 2세대 동물권단체가 나타났고 반려동물이 아닌 축산동물에 대한 동물권을 이슈화시키며 상당히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2세대 동물권단체에 대한 반발이 강한 편이다. 아무래도 비건이나 축산동물에 대한 동물권 자체를 논의한다는 개념 자체가 논비건/비동물권 사람에게 매우 낯설어서 그런 것일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책공장 더불어에서는 유럽의 3세대 동물윤리학 서적을 번역해서 들고 나왔으니, 모두 다 같이 한국에서는 정말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공장더불어 자체가 1인 출판사이고 동물권리선언시리즈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으며, 이런 움직임을 매우 지지하고 있다.
동물권과 동물윤리학을 이야기하는 철학책에 대한 리뷰는 사실 매우 쓰기 어렵다. 그리고 철학책임에도 책이 매우 얇은 책은 정말 리뷰를 쓰기 어렵다. 코린 펠뤼숑의 동물주의 선언은 동물권과 동물윤리학에 대한 철학책인데 책 자체가 150페이지가 채 되지 않으니 정말 이 책을 몇 번을 읽고도 리뷰를 쓰기 쉽지 않았다. 매우 어려웠다.
동물권과 동물윤리학에 쓴 책이라도 피터 싱어의 동물해방이나 칼 사피나와 소리와 몸짓의 경우 상당히 두꺼운 편이며 자신의 주장에 대해 상당히 다양한 사례를 비전공자나 해당 내용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반면에 동물주의 선언은 정말 중요한 핵심적인 내용만 서술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군더더기 없고 깔끔하지만 동물권과 동물윤리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추천이 힘든 책이다. 이 책은 오히려 동물권 활동가가 읽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데 더 도움을 주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책 말미에 코린 펠뤼숑은 동물권단체 내부에서 중장기목표(동물해방)과 단기목표(동물복지 증진)를 설정하고 방향성을 제대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당연히 공감한다. 내가 우려스러운 부분은 중장기목표(동물해방)과 단기목표(동물복지 증진)의 설정과 방향성이 아니라 한국의 동물권 단체 내부에서 대표과 조직원 사이의 의사소통 문제이며, 실제 삶과 활동의 괴리감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2세대 동물권단체는 아직 규모가 작아서 걱정이 덜 된다. 문제는 앞으로 한국의 동물권 단체가 대중과의 의사소통을 할 때 중장기목표(동물해방)과 단기목표(동물복지 증진) 설득과 함께 단체 내부에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