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가격표 - 각자 다른 생명의 값과 불공정성에 대하여
하워드 스티븐 프리드먼 지음, 연아람 옮김 / 민음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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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문명를 바탕으로 하고 개인의 사유재산을 늘리는 환경이 활개를 치는 신자유주의에서는 이 세상의 모든 존재에 가격을 정한다. 목이 마를 때 마시는 물 한 모금, 배가 고플 때 먹는 음식 한 입에도 가격이 정해져 있다. 어느 나라에 가건 특정 재화가 정해져 있어서 그 재화를 지불하지 못 하면 사람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심지어 자연환경에도 가격을 매겨 경제적 가치가 낮다고 평가되는 자연은 그 경제적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개발'을 한다. 자연이 있는 그대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 가치를 증명해야하는 시대이다. 심지어 지금 숨을 쉬면서 글을 쓰고 있는 나와 내가 쓴 글을 읽는 당신이라는 존재에도 가격이 정해져 있다. '나'와 '너'의 직업이 무엇인지, 한 달에 얼마를 버는지, 어느 정도의 학력 수준이 있는지, 몇 살인지에 따라 목숨에 가치가 붙는다.


희안하게도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자연적으로 가지는 권리가 존재한다는 '천부인권론'에 대해 동의하고, 자연권적인 법칙에 따라 볼 때 모든 사람이 동일한 가치의 '천부인권'을 가지고 있다. 근데 희안하게도 우리의 목숨 값은 전혀 같지가 않다. 책에서도 나온 사례처럼 911테러 같은 사고로 희생된 희생자로도 그 사람의 나이와 직업, 부양가족의 숫자에 따라서 보상금은 달라졌다.

우리는 모든 삶이 동등하다고 이야기하지만, 불의로 사고로 사람이 희생되었을 때 상당히 불평등하게 생명의 값어치가 정해지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심지어 웃기게도 소방관이나 사회복지사, 경찰관 같은 사람보다 단지 연봉을 많이 받는 이유로 펀드 매니저 같은 투자자가 더 높은 생명값을 가지고 있다는 결론을 얻기도 한다. 생명에 대한 가치가 직업의 사회적 기여가 아닌 당시 벌어들이고 있는 연봉으로 환상되는 것이다.

천부자연권과 천부동물권까지 바라보자는 외침이 그 사람의 연봉과 월급에 따라 생명의 값어치가 달라지는 사회를 맞닥뜨리면 솔직히 짜중나고 화가난다. 자연도 동물도 사람도 자신의 값어치를 경제적으로 증명해야만 인정받는 현실은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물질문명을 자연문명으로 바꾸기 위해 어떤 노력과 논리가 필요할 지 고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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