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퀴어페미니스트 매거진 펢 2021.10 - Vol.5 가족구성권
펢FeRM 편집부 지음 / 언니네트워크(잡지) / 2021년 10월
평점 :
품절
아니 뭐. 사실 제목에 '각성하라'라는 거창한 단어를 쓸 생각 따위는 1도 없었다. 각성이란 게 내가 하란다고 할 것도 아니니까. 근데 네이버 도서검색에서 '퀴어페미니스트 매거진 펢 2021년 10월호'가 검색이 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네이버 각성하라'를 쓰고 싶어져 버렸다. 국회는 각성하라. 네이버도 각성하라. 2017년 6월에 발행된 퀴어페미니스트 매거진 펢은 도서검색이 되는데, 2021년 10월에 발행된 퀴어페미니스트 매거진 펢이 네이버에 도서 등록이 되지 않은 것은 네이버의 농간인지 아니면 그냥 생각이 퇴보한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퀴어페미니스트 매거진 펢 2021년 10월호'를 당장 네이버에서 도서검색할 수 있게끔 해두어라. 네이버에서 퀴어가 불편한 건지 페미가 불편한 건지 아니면 2개를 합쳐 둔 게 불편한 건지 알 수 없으나 알라딘에서도 도서검색이 되는 책이 네이버에서 도서검색 등록을 안 해두었다니 통탄할 노릇이다. 다시 한번 찾아보니 알라딘을 제외한 교보문고와 예스24에도 퀴어페미니스트 매거진 펢이 검색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정말 통탄스러운 나라이구나.
2021년 11월 27일. 페미니스트 책방 꼴에 들러 언니네트워크 17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고 정가 17,000원을 카드로 긁어 구매한 퀴어페미니스트 매거진 펢의 2021년 10월호의 주제는 '가족구성권'이다. 가족구성권(家族構成權)이라 함은 한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사람과 파트너로 삼아 결혼 등의 다른 관계를 맺고, 생물학적 자녀를 갖거나 입양을 통해 다음 세대를 양육할 권리를 말한다. 영국에서는 시민 동반자 법, 미국은 시민결합 제도, 호주의 사실혼, 프랑스의 시민 연대협약으로 성소수자를 비롯한 다양한 방식의 가족 구성을 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며 아시아 국가 중에는 대만이 유일하게 동성 결혼 법안을 통과시켜 성소수자의 가족 구성권을 확보하였다. 한국을 비롯한 일본, 태국과 같은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는 아직 동성 결혼을 비롯하여 다양한 사람의 가족 구성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가족 구성권'이 중요한 이유는 그저 성소수자의 동성 결혼을 국가에서 '허가해달라'라는 차원의 의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2004년 건강가정기본법에서는 제1조 목적에서 '이 법은 건강한 가정생활의 영위와 가족의 유지 및 발전을 위한 국민의 권리ㆍ의무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의 책임을 명백히 하고, 가정문제의 적절한 해결 방안을 강구하며 가족 구성원의 복지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지원정책을 강화함으로써 건강가정 구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로 해당 법령을 정의하였다. '건강한 가정생활의 영위'를 위하여, '가정문제의 적절한 해결 방안을 강구'하기 위하여, '건강가정 구현'을 위하여 오히려 다양한 '가족 구성권'이 더 중요하지 않나 싶다.
펢 2021년 10월호 38p에 '성소수자 커플이 이성의 부모가 제공하는 부모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양육자로서의 자질을 의심받는다면 애당초 이성의 부모가 성별에 따라 다르게 양육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정상인지 질문해야 한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이 문장을 읽고서 한국에서 2014년 10월에 개봉한 영화 '초콜렛 도넛'과 2016년 7월에 개봉한 영화 '로렐'이 생각났다. 영화 '초콜렛 도넛'의 경우 게이 남성 부부가 임시 위탁으로 함께 살게 된 지적장애인 청소년을 입양하려다 실패한 내용이고, 영화 '로렐'에서는 레즈비언 부부 중 파트너 한 명이 죽고 난 이후에 남은 사람이 연금을 정당하게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그린 영화이다. 둘 다 가족 구성권과 관련이 있는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초콜렛 도넛'의 경우 '성소수자 커플이 이성의 부모가 제공하는 부모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라는 편견을 엎는 내용이 나온다. 지적장애인 청소년 당사자에게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교육받을 권리를 제공하는 것은 성소수자 커플인 게이 부부였으며 이 사실은 지적장애인 청소년 당사자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그를 지원하는 교사도 인정한 사실이었다. 그런데 영화에서 법의 편견 어린 잣대로 게이 부부가 지적장애인 청소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며 해당 부부에게서 양육권을 박탈하고 지적장애인 청소년을 원가정으로 돌려보내는 장면이 나온다. 지적장애인 청소년이 원가정으로 돌아갈 때 그 사람은 '이곳은 나의 집이 아니다.'라고 정확하게 말을 하지만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영화 '로렐'에 equality rights라는 단어가 나온다. 다른 말로 social equality, 사회적 평등이라고도 한다. 사회적 평등(social equality)은 특정 사회 내의 모든 개인이 동등한 권리, 자유, 지위를 갖는 상태를 말하며, 여기에는 시민의 권리, 표현의 자유, 자율성, 공공재 및 사회서비스에 대한 동등한 접근이 포함된다. 사회적 평등은 법적으로 강제된 사회적 계급이나 카스트의 경계와 양도할 수 없는 개인의 정체성에 의한 차별의 부재를 요구한다. 예를 들어, 사회적 평등의 옹호자들은 성별, 인종, 나이, 성적 지향, 출신, 계급, 소득이나 재산, 언어, 종교, 신념, 의견, 건강, 장애 또는 종에 관계없이 모든 개인에 대한 평등을 법 앞에 두고 믿는다.
특별한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정당하고 평등한 처우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