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고 - 900일간의 여정이 내게 일러준 것들
정은애 지음 / BOOKERS(북커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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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코로나가 시작되고 여행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2년 동안 외국 여행은 커녕 한국 여행도 제대로 못 나갔으니 오죽할까. 이번에 BOOKERS에서 출간한 사진에세이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고' 읽으면서 이 사람은 Covid-19가 오기 전에 딱 적합할 때 세계여행일 잘 다녀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려 900일간 세계여행을 돌아다니면서 시작부터 끝까지 최소한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할 수 있었으니까.


책을 읽으면서 든 또 다른 생각은 사람은 각자 다르다는 생각이었다. 나도 외국 여행을 다녀봤지만 나하고 이렇게 동선이 1도 교차하지 않는 사람은 또 처음이었다. 내가 1년 동안 살았던 발렌시아야 워낙 한국인이 적게 찾는 도시라서 그렇다 치는데, 900일간의 세계여행이면서 프랑스 파리나 이탈리아 밀라노에도 방문하지 않은 사람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보통 세계여행에세이에서 나와 일정이 겹치는 곳은 이 2곳의 나라일 확률이 높았을거니까. 아마 정해진 예산이 남보다 비교적 적었다고 생각한 탓에 비용이 비싼 나라를 패스하고 꼭 가고싶은 곳만 가게 되니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밀라노를 제외한 것 일수도 있다. 관광객이 과도하게 많이 몰리는 곳이기는 하지만 저자에게는 꼭 가고싶은 매력적인 도시는 아니었으리라.

일반적인 여행에세이와 결이 다른 점은 좋았다. 보통의 여행에세이라면 내가 다른 나라에 가서 외국인과 친구가 되었다거나 특별한 모험을 했다는 내용이 많거나 여행에세이를 빙자한 관광에세이였거나 관광지 소개였는데, 이 책은 의외로 자신의 이야기가 많이 들어있었다. 900일간의 여행을 통해서 내면적으로 변한 모습과 관계에 대해서 다시 재정립하는 모습을 정리해둔 글이 좋았다. 너무나 개인적인 일이라서 아니면 남에게 말하기 부끄러운 이야기라서 쓰지 않았을 것 같은 몇몇 내용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가 이 여행에세이를 쓴 이유는 모험을 자랑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기 위함이 더 먼저이지 않았을까 싶다. 카메라를 정면으로 찍은 사진보다는 자신 스스로의 모습이라고 생각된 사진을 보다 많이 실은 것도 마음에 들었다.


책의 말미에 쓴 내용처럼 잠시 스쳐지나가는 화양연화가 아닌 매일을 화양연화로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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