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캠페인이 끝나고, 육체의 힘듦이 정신의 피로까지 밀려와 퇴근 후 영화를 보러갔다.


같은 감독의 [보리밭은 흔드는 바람]을 2006년 겨울, 친구와 함께 봤고 매우 우울했던 기억이 남아있지만 딱히 다른 영화를 보고싶지 않았다.

- 당시 영화를 같이 봤던 친구는 [보리밭은 흔드는 바람]이 재미없다고 했고, 나는 그 내용은 온전히 받아들이기에 너무 어렸다.


영화의 시작과 동시에 너무 슬픈 기억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기초생활수급과 장애 등급 유지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정말 기초적인 생활을 위해 돈을 아끼기 위한 노력에 대해서 나는 너무 많이 들었고 봤다.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살던 사람이 지역으로 나왔을 때, 새로운 집을 마련했는데 제대로 된 물품이 없고 고장이 나 있는 상태일 때, 수급비때문에 구청에 가면 구청 직원이 얼마나 답답하게 이야기를 하는지, 심지어 척추가 부러져 1급 장애인이 된 사람이 장애등급 연장을 위해 CT를 찍어 보냈는데 척추가 나아져서 장애 정도가 약화되는게 아니냐는 의사의 질문까지.


다니엘은 영화 마지막즈음에 가서 사회복지사에게 "사람이 자존심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은거다."라고 말을 하지만, 자존심 세우다가 모든 것이 아닌 목숨이 진짜 끊어질 수도 있다.


케이트가 돈이 없어 몸을 팔고 번 300파운드로 두 아이가 먹을 수 있는 과일을 살 수 있다는 말과 함께 울음을 터트릴 때, 그 사람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 두 아이를 먹이기 위해 자신이 굶었고, 생리대 살 돈이 없어 결국 훔쳐야했고, 큰 아이의 신발 깔창이 떨어진 것 때문에 놀림을 받자 아이를 위해 자신의 자존심을 버린 사람.

- 다니엘이 케이트에게 줄 책꽂이를 만들었는데, 그 책꽂이는 받을 수 있었을까?


다니엘이 죽은 직접적인 사인은 심장마비겠지만, 우리 사회는 모든 사람의 숨통을 조이고 서서히 죽여버리고 있다.


"I am a man, not a dog." 나는 사람이다. 개가 아니다.

-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면 개한테도 독하게 대하지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