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킬미나우


2016. 5. 1. - 7. 3.


2016. 6. 5. 캐스트 배수빈, 오종혁, 이지현, 이진희, 문성일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오랜만에 충무아트센터를 갔다.

2007년 올슉업 공연을 할 때, 엄청나게 많이 가고 그 이후로도 몇 번 갔었지만 꽤 오랫동안 발길이 끊겼었다.

엄청 큰 이유는 없고, 딱히 갈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갈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급작스레 아무런 생각없이, 연극 킬 미 나우를 보겠다며 간 충무아트센터에서는 뮤지컬 "뉴시스"와 "마이 버킷 리스트"도 하고 있었다.


두 개의 뮤지컬 모두 보면 좋은 뮤지컬이라고 생각했지만.

- 역시 한국 뮤지컬의 나쁜 점은 여성 캐릭터가 철저하게 부재하거나 거의 없는

- 내지는 여성 캐릭터의 매력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 하는 제작환경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 현재 충무아트센터에서 하는 뉴시스, 킬 미 나우, 마이 버킷 리스트 모두 남성이 주인공인 작품이어서

- 그리고 많은 뮤지컬/연극이 상업화를 시킬 때 여성보다는 남성 위주의 공연이 많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 이러한 현상은 특히 2인극에서 많이 보인다.

- 여성 관객이 많이 관람하는 문화이니, 여성의 취향에 맞는 남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공연을 만들겠다는 여러 기획사의 의지는 사실 매우 단순하고 어리석다.

- 여성이 투 톱이 되어 엄청난 서사극을 만들 수 있었던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에 이상한 멜로를 집어넣어 뮤지컬 자체를 망쳐버린 나라라 할 말은 없다만

- 조만간 모든 공연이 전석 매진되는 여성 2인극 공연이 나오면 좋겠다.


현장에서 여러가지 것을 판매하고 있었지만, 제일 마음에 들었던 컵 세트는 품절이라 못 샀다.

- 사실 품절이 아니었어도 안 샀을 것 같지만.

- 어차피 공연에 전반적으로 섹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콘돔"도 팔면 좋았을 것 같다.



킬 미 나우에 대한 블로그 후기를 몇 개 둘러보니, 현실적이다/슬프다는 이야기와 삶의 무게 뭐 이런 단어가 쓰여있다.


나는 연극을 보면서 현실적인 것과 비현실적인 것을 애매하게 왔다갔다하면서, 별로 공감되지 않는 내용때문에 짜증났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이 이 공연을 보면 짜증을 낼까, 아니면 잘 만들었다고 생각을 할까?

조이한테는 지체장애라고 하고 라우디 한테는 정신지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그건 이 극을 연출하고 연기하는 사람 모두가 "비장애인"이고 "장애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사람이라는 확증만 서게 되었다.


내가 현실적이라고 생각한 부분은 아무래도 장애인을 자식으로 둔 비장애인 부모가 "남성 장애인" 자식이 "성"에 관하여 눈을 뜨기 시작 할 때의 당혹스러운과 자위행위를 도와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

그리고 제이크가 아프고 죽고 싶은데 장애가 있는 아들 때문에 자살도 못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 주변에 장애인을 자식으로 둔 몇몇 분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사실 "장애인의 성/섹스"라든가 "내가 자식보다 하루만 더 살면 좋겠다."라는 발언이

- 부모이기 때문에 걱정이 되는 진실된 고민이라는 것을 알기때문이었다.


그러면서도 참 비현실적으로 느껴진 것은 이 극이 "캐나다"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 활동보조" 없이 제이크가 조이의 목욕을 시켜주고 "라우디"가 시설에서 생활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거 참 사회복지가 쓰레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캐나다에서도 "장애인 활동보조"가 한국보다 일찍 시작했기 때문에, 분명히 목욕이라던가 일상적인 활동보조인이 있을 것인데 활동보조인이 지원이 전혀 없는 조이의 일상생활과

캐나가에서 몇 십년 전 부터 한국에서 말하는 시설이라는 제도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시설생활"이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극작가가 장애에 대한 이해가 없어 비현실적인 상황을 만들어냈다고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단어선택의 문제.

조이의 장애에 대해 설명을 할 때, 제이크는 유전자 하나의 문제라고 말을 했지만 "유전자 하나가 덧붙여져서 장애인이 되었다."면 그것은 "단일유전자 장애" 내지는 "다운증후군" 이 되겠지만 현재 조이는 "단일유전자 장애"와 "다운증후군" 그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방면에서 라우디가 조이에게 "지체장애"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좀 더 정확히 말을 하자면 조이는 "뇌병변장애" 추정된다.

따라서 극 내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지체장애" 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좋지 않다.


라우디가 스스로 "정신지체"라고 말 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에서는 "정신지체"가 "지적장애"라는 단어로 바뀐지 오래이며, 라우디는 "태아알콜증후군"이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태아알콜증후군"은 지적장애, 소뇌증, 저체중, 짧은 안검열이라는 4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저체중과 안검열에 대한 부분은 성장을 하면서 의학/식이요법으로 해결이 가능한 부분이지만, 지적장애와 소뇌증은 전혀 아니다.

라우디가 고아이며 시설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것으로 염두에 두었을 때, 지적장애로 인한 사회생활의 어려움이 충분히 들어나지 않는다.

- 경미한 지적장애로 인한 사회성 발달의 어려움은 지역에서 사람과 어울려 살게되면 충분히 습득이 가능하나

- "시설생활"이라는 전제가 들어갔다면 극에서 라우디가 보여주는 사회성은 장애가 아닌 천재 수준이다.


조이가 신체적으로 장애인이고, 라우디가 정신 내지 지적장애인, 비장애인이었던 제이크가 질병으로 장애인이 되어가는 모습에서

개인의 내적갈등과 가족에서의 갈등은 충분히 다루어졌지만 [킬 미 나우]는 극을 보는 관객에게 이런 상황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어떤 사회적 구조가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은 할 수 없게 만든다.


나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실제 시설거주 경험이 있고, 중증장애인당사자가 많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그러지 않았다면, 나도 이 공연을 보고 울면서 기립박수를 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극이 끝나고 많은 사람이 울음을 터트리며 기립박수를 쳤지만, 나는 짜증만 났다.

공연이 재미가 없다거나 연출이 부족해서 혹은 배우가 연기를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한국에서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추상적인 연출과 연기를 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조이와 라우디가 하고싶어하는 섹스, 제이크와 조이의 안락사에 대한 고민이 당연한 것이다.

이 당연한 것을 너무 추상적으로 만들어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