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어느 날 갑자기 메르스가 갑툭튀 나왔다.

정말 갑자기 툭 튀어나왔다.

그리고 낙타우유를 먹지 말고, 낙타와 접촉하지 말고, XX대공원에 있는 낙타는 감금되고, 지하철과 버스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신문과 뉴스에서는 환자가 몇 명이고, 어떻게 전파되었고, 몇 명이 죽었다는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누가 잘못했고 보건당국의 대책은 부실하며,

어떤 사람은 몇 달전부터 계획했던 외국여행을 해당국가의 입국거부로 못 가게 될까 걱정 중이고,

어떤 사람은 빨리 외국으로 대피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나는 여기저기서 갑자기 튀어나온 메르스보다,

몇 달 전부터 아니 작년부터 급작스레 퀴어퍼레이드를 막으려는 호모포비아의 혐오가 무섭다.


1999년, 아니 2000년인가? 처음으로 시작되었던 퀴어문화축제가 2015년 16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몇 년전까지 호모포비아 세력은 퀴어에 대한 혐오를 들어내기는 했어도, 엄청 극성스러운 정도는 아니었다.

인터넷 댓글로 "더럽다."거나 각종 욕설과 혐오를 표출하기는 했어도 극성스러운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극성스러운 행동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은 어떤 드라마에 성소수자(게이) 의사 커플이 나오자,

드라마보고 본인의 아들이 게이에 오염되면(아니, 전염된다는 표현을 사용했었나?)

누가 책임질 것이냐 하는 현수막을 여기저기 걸고, 신문에 광고한 것이었다.


사실 이때부터 눈치를 깠어야 한다. 아... 호모포비아 세력이 본격적인 행동을 할 것이라는 것을


작년에 퀴어퍼레이드 개막식 때 XXX의 사진을 찍어야하여 신촌에 갔다.

퀴어를 반대하는 호모포비아 여럿이 축제의 진행을 다양한 방법으로 막고 있었다.

축제 부스 한 복판에서 기도집회를 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고,

개막행사를 하는 무대 앞에서 진을 치며 내가 XXX의 공연 리허설 사진을 찍자 대뜸 왜 사진을 찍냐며 화를 내고,

퍼레이드 트럭 앞에서 누워서 퍼레이드의 앞길을 몇시간이고 막았다.

덕분에 늦게 시작한 개막행사가 끝날때까지 퍼레이드 트럭은 신촌거리를 달리는 중이었다.


2015년은 상황이 더 나빠졌다.

호모포비아와 경찰이 아예 합동으로 퀴어문화축제를 차별하고 나선 것이다.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 개막식 신청접수를 하자 왜 그런 축제를 허가하느냐며 항의성 민원은 물론이고

아예 서울시청 앞에서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농성을 하기 시작했다.

- 서울 시청 앞을 지나가며 퀴어반대농성장을 볼 때마다 매번 걷어차고 싶었다.


심지어 6월 28일 진행되는 거리 퍼레이드를 위한 집회신청을 막기 위하여

호모포비아 세력이 며칠 밤을 노숙을 해가시며, 다른 집회신고를 하려고 하는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 남대문경찰서는 호모포비아 세력한테 귀뜸을 해줘서 며칠 밤을 줄서서 노숙하게 해줬다지?


대략 30분 전에 한겨레에 뜬 뉴스를 빌리자면 대구 퀴어축제에서도 거리 퍼레이드가 시위 신고 금지가 되었다.

(관련기사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695076.html)


그리고 내일 서울광장에서 있을 퀴어문화축제 개막식은 "인터넷 생중계"로 진행된다고 한다.ㅋㅋㅋㅋㅋ


이 상황이 너무나 웃긴 것은 그 수많은 시간 동안 호모포비아의 공격에 굴복하지 않고

축제를 진행하려고 일을 한 조직위의 노력과는 별개로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정말 갑툭튀 메르스 때문에 축제가ㅋㅋㅋ 개막식이 인터넷 생중계로 변경되었다.ㅋㅋㅋㅋㅋ


모든 사람이 메르스가 무서울 것이다.

약이 있는지, 이동경로가 어떻게 되는지, 예방은 할 수 있는 것인지.

단순히 낙타와의 접촉여부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간염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니 두려울 것이다.


하지만 나는 메르스보다 호보포비아 전염병이 더 무섭다.

말도 안 되는 이유와 근거로 사람을 혐오하고 차별하는 것은 범죄인데,

호모포비아는 이 범죄를 당연하다고 말을 해서 무섭다.

결국 혐오가 만드는 것은 전쟁밖에 없는데, 동성애"혐오", 성소수자"혐오"가 당연하다고 말을 해서 무섭다.

- 근데 이 와중에 나이키/아디다스/컨버스에서 만든 LGBT프라이드 신발 중에서 아디다스께 제일 마음에 든다.

- 아디다스 LGBT프라이드 신발 어디서 파는지 아시는 분?

- 어디서 파는지 알아도 비싸서 못 산다는 것이 함정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