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열어두고 사진을 옮기면서 글을 쓴다.

지난 번 발렌시아에 있을 때는, 비가 오고 바람이 거세게 불어 창문을 열어둔 일이 거의 없었는데

2박3일의 일정동안 낮기온은 30도까지 올라가고, 아침과 밤에도 15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기온덕분에

밤 11시가 넘었는데도 창문을 열고 들어오는 바람을 즐기고 있다.

 

마드리드에서 레알마드리드의 베르나베우 구장을 보고 난 후에

발렌시아CF팀 전용구장도 투어를 하지 않을까 생각하여 리셉션에 장소를 물어본 후 아침 9시 정도에 출발했다.

리셉션에서 발렌시아CF팀의 구장 MESTALLA(메스타야)구장을 지도로 표시해주며 걸어서 갈 수 있다길래 지도를 보며 일단 걸었다.

3~40분 걸었을까? 메트로 Arago역이 나오고 근처에 메스타야를 보았다.

한 바퀴 돌면서 구경을 하고 있는데 티켓박스가 보여 자세히 읽어보니 투어시간은 11시, 가격은 9.90유로였다.

레알 마드리드 구장 투어 가격인 19유로와 비슷할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절반 가격밖에 안되어 (당연히)보기로 마음을 굳혔다.

시간이 한 시간정도 여유가 있어 근처에 바를 가서 음료수를 한 잔 마시고 주변을 돌면서 사진을 찍다가 다시 구장으로 갔다.

티켓팅을 하고 투어 관객 대기실로 들어가니 몇 명의 사람이 있었고, 내가 들어온 후에도 사람이 몇명 더 들어와 10명은 넘는데 20명은 안 되는 인원이 모였다.

11시가 되니 투어를 설명해주는 안내자가 나타나 우리를 구장으로 안내해주었다.

- 설명은 스페인어와 영어, 두 개 언어로 해주어서 약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레알마드리드의 투어와 많이 달랐던 투어였다.

레알마드리드의 구장은 구장 내부에 표지판을 따라 (알아서) 돌아다니면서 보는 구조였는데,

발렌시아CF는 안내자가 하나하나 설명해주면서 질문도 받고 가끔은 사진도 찍어주었다.

레알마드리드의 베르나베우보다 약간 작은 규모였지만, 역사가 거의 100년 가까이 된 구장이었고 특이한 점은 구장 내부에 채플실(기도공간)이 있었다는 점이다.

내가 축구에 대해 뭐라도 알면 질문을 할 텐데 아는 것이 없어 그저 설명해주고 남이 한 질문을 듣고 "아~ 그렇구나~"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신기했던 것은 발렌시아CF의 심볼에 왜 박쥐가 있느냐하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발렌시아의 상징이 박쥐인데, 지중해 지방이라 이 곳에 박쥐가 많이 사는 것도 있지만

박쥐가 행운을 가져다 주고 사람이 잠이 든 사이 도시를 지켜주기 때문에 발렌시아의 상징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관한 역사적인 사실은 13세기 왕이 전쟁을 하러 가서 박쥐를 보고 적을 공격하여 이겼다는 이유도 있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발렌시아 길바닥을 자세히 보니 수도관 같은 곳에 박쥐 문양이 보여 매우 신기하였다.

 

오후에는 투어리스트 버스를 타고 동물원에 다녀왔다.

발렌시아에서 동물원과 수족관을 투어리스트 버스와 함께 패키지 상품으로 싸게 판다.

동물원이 동물를 가둔다는 점에서 반대하는 입장에서, 세계 7위라는 발렌시아 동물원은 어떻게 되어있길래 저리 자랑을 하는가 궁금하여 가보았다.

가서 보니 크기는 참 많이 크더라.(상상초월)

동물이 살던 환경을 맞춰주려고 하나의 우리에 같은 지역에서 사는 2~3종류의 동물이 한데 섞여있었고,

인공폭포와 인공 강을 만들어두었는데 그 안에는 각종 물고기가 있었다.

한국의 동물원과 비교하였을 때, 그 규모나 동물을 배려하는 것처럼 만들어졌지만

동물의 입장에서 보면 도찐개찐으로 어차피 가두어져있는 마당에 조금 더 살기 편하다고 무슨 소용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을 먹고 잠깐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다 숙소로 돌아왔다.

짧게나마 다시 찾은 발렌시아는 참 좋았고, 계속 머물고 싶지만 이대로 익숙해져버려 아무 것도 보지 못 하는 것은 두렵다.

 

- 오늘 점심을 먹으러 길을 가다가 The Hole 스탭을 보았다.

   길을 걸어가면서 앞에 보이는 카페 테라스에 앉아있는

   현지인으로 추정되는 남자 두 명의 얼굴이 낯이 익어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The Hole 스탭이었다.

   가볍게 목례를 하고 그냥 내 갈 길을 갔다.

   좀.. 당황스러웠다. 말라가에 안 가고 오늘은 그냥 쉬는걸까?

 

 


- 발렌시아CF의 전용구장 Mestalla, 외곽에 새겨진 박쥐와 내부 잔디구장의 모습

   자세한 사진은 다음에 레알마드리드 베르나베우와 비교하며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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