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레도 일정 3일째이다.

톨레도는 두 번째 방문이고, 소코트랜은 이미 탔고, 성당은 지난번에 방문해서 더는 보고싶지 않았다.

엘그레코 미술관이나 엘그레코의 집을 방문할까 생각해보았지만, 딱히 끌리지 않아 그냥 가지 않았다.

 

무엇을 할까 고민조차 하지 않은채 아침부터 소코트랜이 달리는 길을 걷기로 했다.

소코트랜을 타고 휙휙 지나가버린 길을 그냥 내 발로 걷고 싶었다.

 

소코트랜이 가는 그 길을 따라가면서 강가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으면 내려가서 강 사진 찍고 위로 올라오는 것을 반복했다.

위에서는 저기 건물이 있네 계단이 있네 정도였는데 가까이서 보니,

건물은 이미 버려진지 오래되어 동네 청년 여럿이 맥주를 마시거나 그래피티를 그리는 곳으로 추정되고

계단이나 의자는 톨레도 주민이 산책을 하다가 가끔 쉬는 용도로 쓰이는 것으로 추정될 뿐 관광객의 발길은 뜸한 곳이었다.

딴 사람은 소코트랜을 타거나,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관광버스로 올라오는 언덕을

굳이 한 발 한 발 걸어서 나아가고 강기슭으로 내려가 사진을 찍었다.

관광객이 소코트베르 광장에서 20분이면 왔다가는 거리를 나는 바람을 맞으며 4시간에 걸쳐서 걸어갔다오니 춥고 배고프고 힘들었다.

점심을 먹고 숙소에 와서 누워있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

 

30분도 채 되지않아 일어났지만 밖으로 나가기는 사실 귀찮았다.

더 보고싶은 것도 없었지만, 그래도 일단 나가야지 싶어서 억지로 몸을 일으켜세웠다.

강 저쪽을 돌았으니 이제 강 이쪽을 도는 것이 맞겠다 싶어 건더편 강가를 걸었다.

아무 생각없이 걷는데 갑자기 Camino de DonQuijote(돈키호테의 길, 까미노 데 돈키호테)라고 써져있어서 그냥 그럴려니 싶었다.

신경쓰지도 않고 계속 걸었고 마을처럼 보이는 곳이 있어 내려가니 강이 있었다.

어이없게도 강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거위랑 천둥오리가 앉아있었는데 내가 다가가서 사진을 찍어도 움직이기는 커녕 똥부터 쌌다.

오히려 계단에서 밥을 먹고 있던 길고양이가 나를 보더니 도망을 갔다.

 

배가 고파져 구시가지로 돌아와 대충 밥을 먹고 오렌지쥬스를 사마신뒤 숙소로 돌아왔다.

MP3에 있는 노래를 들으며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하다 날이 어두워져 별을 보러 숙소 옥상으로 올라갔지만 오늘은 구름이 많이껴서인지 아니면 내가 너무 일찍 나가서인지 별은 보이지 않았다.

초생달마저 구름에 가리워져서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아침 사진이나 한 장 찍고 말아야겠다.

 

- 금요일은 톨레도에서 마드리드로 이동, 토요일은 마드리드, 일요일에는 마드리드에서 발렌시아로 간다. 발렌시아 일기예보를 검색하니 내가 짧게 머무는 3일 동안은 날이 따뜻하다고 해서 기분이 좋아졌다.

 

- 그냥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생각을 해보았다. 노래 듣는 것을 좋아하고, 사진 찍는 것이 전부인 공연 미치광이?...

 

-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면 하루 종일 8시간, 10시간, 12시간 걸어다니면서 사진을 찍는 일은 잠시 접어두어야 한다. 스페인에서 행복했던 이유 중에 하나는 하루종일 사진 생각만 할 수 있었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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