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나다의 두번째 날이다.

아침일찍 일어나 씻고, 빵과 오렌지를 먹고 알람브라 궁전으로 향했다.

아무 기대도 안 한채로 그라나다 갔으면 알람브라 궁전을 봐야하니 예매를 하였고,

예매를 하였으니 돈이 아까워서라도 다 보고 간다는 심정으로 갔다.

- 그런 심정으로 가기에는 꽤나 좋은 곳이었지만.

 

한국인은 그라나다에 알람브라 궁전 때문에 오는지 한국인 단체 관광 한 팀과

꽤 여러 명의 한국인을 볼 수 있었다.

- 굳이 내가 한국인이라고 티는 내지 않았다.

 

꽃의 정원 헤넬리페는 아직 꽃이 필 시기가 아니여서 그런지 꽃이 거의 없다시피 하였지만,

다른 곳은 기대 이상이었고, 전망이 좋았다.

 

알카자르에서는 고양이 세 마리(검둥이, 노랭이, 삼색이)가 있었는데

먹을 것이 필요한가 싶어 먹고있던 바게트를 한 조각 던져주었더니 냄새만 맡고 그냥 가버렸다.

심지어 내가 던지 바게트 조각은 비둘기도 먹지도 쳐다보지도 않아서 기분이 상했다.

내가 먹고 있는 빵은 한낱 비둘기도 먹지 않는 것인가?

 

숙소에서 잠깐 쉬다가 SN1버스 정류장을 찾기위하여 1시간 넘게 거의 2시간 가까이 돌아다녔는데,

너무 허무할 정도로 숙소 가까운 데에 있었다.

 

스페인 현지 백화점 엘 꼬르떼 잉글레스에 들어가서

책, 음반, 약간의 옷을 구경하다가 빵과 치즈를 사서 숙소에 두고 나왔다.

그 전에 숙소 근처 과일가게에서 이틀 분량의 과일도 사 두었다.

 

혼자 돌아다니고 걸어다니면서 나는 한국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였다.

나는 참 좋은 사람과 의미있는 활동을 하였지만

나 스스로가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생활을 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과 함께

가족 생각도 많이 나고

내가 한국에 돌아가면 어떻게 살까? 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갓 헬프 더 걸 이라는 영화에서 간호사가 주인공에게 사람이 살기 위하여 기본적인 것(잠자기, 식사 등)을 하고 난 다음에 인간관계가 있고, 그 다음에 이상(꿈)이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현재 나의 상태는 피곤하기 때문에 자고, 아프지 않고 살기 위하여 강제로 먹는 기본적인 것은 이행되고 있으나,

인간관계는 단절되어 있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그 누구와도 이야기 할 사람이 없다.

나의 이상은 꿈이 있으나 할 수 있는 상황이 맞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숙소가 (조금) 추워서 난방을 틀고, 몸을 닦으라고 준 커다란 타월을 몸을 감싸고 있다.

나는 이 여행을 하는 동안 무엇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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