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복제와 예술의 기술적 복제는 원칙적으로 다름을 주장한다. 기술의 발전 이전의 “예술의 복제”란 모사의 개념으로서 예술가지망생의 기본기 습득 내지는 자신의 예술을 널리 알리려는 예술가의 다작 개념이었다. 이것이 기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복제가 되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복제란 말 그대로 인간의 발명으로 인한 기술이 발전하고, 예술의 복제가 사람에 의한 모사의 수준이 아니라 복사가 되었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다양한 종류의) 판화에서 활자의 개발로 인한 인쇄술 발전으로 넘어갔다. 판화와 활자라는 매체는 예술을 대중화 하는데 약간의 기여를 했을지는 몰라도 초기의 예술이란 아직 상위계층 사람을 위한 것이었다. 1820~40년 사이 사진술의 발명(1827년 조세프 니엡스의 사진술, 1839년 다게르 사진술)으로 인한 자연(nature) 복제가 생기게 되었고, 이는 판화나 활자 인쇄보다 짧은 시간에 예술을 창조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유통시킬 수 있게 되었다. 1900년대 이후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사진을 통하여 대중이 예술작품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사진의 발명 이전에도 예술의 복제가 빈번히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포함한 여러 화가는 예술가로 들어가는 초창기에 모작(模作, 남의 작품을 그대로 본떠서 만듦)을 통하여 자신의 기술의 발전시켰다. 허나 대다수의 사람이 모작에 대해 원본(=진퉁)은 그대로 있고 모작된 예술은 위조품이라는 낙인으로 원본보다 아래에 위치한 것으로 생각하였다. 사진의 발명으로 인하여 달라진 점은 기계적 조작으로 인간이 볼 수 있는 한계보다 더 빠르게 혹은 느리게/확대해서 볼 수 있다는 것과 원본(필름, RAW파일)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원작(진퉁)을 생산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대중이 특정 시간에 특정 장소에 위치하여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음악/영상/사진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예술이라는 고가품을 상류계급만 영위하는 것이 아니라 돈과 권력이 없는 사람 또한 동등한 위치에서 예술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예술작품이 상류층이 가지고 있던 전통에 의한 권위로 향유되지 않고, 일반 대중의 삶과 함께 하게 되었다.
예술(과 원본의 기술적 복제품)의 대량생산은 전통(귀족의 소유물과 원작의 권위)을 뒤흔들었다. 책에서도 쓰여 있듯이 아벨 강스가 외친 “셰익스피어, 렘브란트, 베토벤이 영화화될 것이다.(이하 후략)”라는 말이 실현되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연극무대(원작) 뿐만 아니라 영화(기술복제)로 만들어져 상업화로 유통되었고, 렘브란트는 일생이 영화로 만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특유의 빛과 명암처리는 현대의 사진가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베토벤 또한 그의 일생이 영화로 만들어졌으며(카핑 베토벤, 불멸의 연인, 에로이카), 세계 각국의 클래식 거장의 음반에 다양한 버전으로 녹음되어 대중이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예술의 대중화 이전의 예술이란, 시대와 민족에 따라 달라지기는 했어도 특정한 아우라를 가지고 있었다. 이는 초창기 예술이 주술/종교의식과 관련된 예술이었던 것과 관련이 깊고, 아름다운 예술을 추구했던 르네상스 시대에는 유일한 원본이라는 가치에서 주는 의식적인 아우라가 있었다. 이에 반해 사진술의 발전과 함께 사회주의라는 현상이 새롭게 나타났고, 주술/종교의식과 르네상스 시대에서 중요했던 아우라의 개념과는 별개로 예술이라는 것은 복제를 지향하게 되었다. 의식을 바탕으로 둔 예술이 아닌 실천과 정치가 바탕이 된 예술이 된 것이다.
주술과 종교라는 의식이 바탕에 있던 예술은 그 가치가 태초부터 신성한 것이었고, 예술작품에 다가갈 수 있는 사람도 한정적이었다. 르네상스 시대에 아름다움이라는 가치로 그 바탕이 바뀌었음에도 예술작품이란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의 소유였다. 주술/종교적인 예술과 르네상스의 예술은 특별한 경우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기는 하였지만 그 빈도는 현저히 낮았다. 이에 반하여 기술적으로 복제 가능한 예술의 경우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는 전시/상영 빈도가 이전의 예술의 비하여 훨씬 많다.(헐리웃 영화가 세계 여러 국가에서 동시개봉/상영 된 사례)
저자 발터벤야민은 그리스 예술과 현대 예술은 정반대에 위치한다고 쓴다. 그 이유에서 그리스 예술은 영원한 가치를 만들어 내는 조형예술(조각, 회화, 건축)을 만들어 내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면 현대 예술은 재반복(재촬영)과 편집으로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영상예술을 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여기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있을 수 없는 가정이기는 하지만 그리스 시대에 사진기술과 영상기술이라는 것이 있었다면, 그리스 예술이 조형예술에만 머물렀을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또한, 영화를 비롯한 영상예술이라는 것이 연출과 편집에 의하여 다양한 결과를 만들 수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어떤 연출가에 의해서 완성된 영화가 개선 가능성을 위하여 “다시 편집하는 과정을 거치겠느냐” 하는 부분이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 DVD용 감독 편집이나 국가마다 다른 검열기준에 따라 재편집이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그것이 개선 가능성을 때문이 아니지 않을까? 게다가 조형예술 또한 개선가능성을 위하여 실제 작품에 들어가기 전 밑그림을 수정 한다던가 혹은 채색을 할 때 덧칠을 하는 부분이 있지 않는가? -이 부분에 대해서 내가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아예 이해하지 못 한 것 일수도 있다-
또한 저자는 사진의 발명과 영상기술의 발명이 예술의 의미 자체를 바꾸어 놓았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 이유는 실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복사하였음에도 현실과 거리가 먼 동화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나는 다양한 렌즈를 통하여 사람의 눈과 다른 프레임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저자가 설명한 사진이 그림에 대한 복제와 영화스튜디오에서의 복제의 차이에 대한 점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진기와 영상촬영 카메라가 렌즈를 통하여 세상을 보고, 렌즈의 화각에 따라 확대/축소가 가능하고 사람의 눈으로 보는 것과 비교하였을 때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이 몇 컷의 사진과 동영상의 차이, 상황에 따라 사진은 연출되지 않은 것도 있지만 영화스튜디오는 연출이라는 점이 다르기는 하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광고촬영을 위한 사진스튜디오에서도 연출이라는 것이 되지 않나? 오히려 같은 조건의 광고촬영을 위한 사진스튜디오와 영화스튜디오에서의 복제의 차이 혹은 사진다큐와 영상다큐에서의 복제의 차이를 설명하였으면 내가 더 이해하기 슆지 않았을까? 물론 배우의 입장에서 연극과 영화에서의 연기가 복제/심리적인 이유/반복성 때문에 차이가 난다는 것은 오히려 앞서 나온 사진촬영과 영상촬영의 차이점보다 이해하기 쉬웠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영화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한다. 영화 촬영이 전문가 뿐만 아니라 일반이라 불리는 사람도 쉽게 접근하여 제작할 수 있고 – 비록 소규모 단위이겠지만 – 연극이 무대 위로 불러낼 수 없는 것을 관객의 상상으로 채우려 한다면 영화는 실제를 촬영하여 인위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 연극 무대 위에 코끼리가 올라오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엄청나가 어려운 일이라 인형 등으로 대체한다면 영화에서는 어떻게든 코끼리를 찍어서 보여주니까 – 화가와 영상촬영 카메라맨의 차이점을 이야기 하는데 있어 왜 마술사와 외과 의사를 비교하였는지 모르겠지만, 화가가 전체적인 것을 한 폭의 그림으로 보여주려 한다면 영상촬영 카메라맨은 단편적인 영상을 편집이라는 기술로 엮어 보여줄 수 있는 일종의 조각보를 만든다는 데 있다. 다만 화가의 그림보가 기술적인 복제가 가능하여 여러 곳에서 동시 상영할 수 있는 영상이 다수의 대중에게 더 쉽게 보여질 수 있고, 그러다보니 다수의 사람은 실제 사람의 눈으로 보는 현실적인 그림보다 렌즈의 화각과 편집으로 인하여 왜곡된 어떤 영상/사진을 실제 현실과 혼동하게 된다.
끝으로 가면 영화와 다다이즘, 전쟁의 심미안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어떤 의미인지 이해 할 수 없다. 무의미의 의미와 인류 스스로 비극에 대한 구경을 하려 한다는 것은 무의미와 비극이 어떤 개인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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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스터디를 시작해서 읽고 발제인데 망했다.
아놔.. 더 노력해야 하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