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의 3대 거장 중 하나인 미켈란젤로가 사망하고 나서 7년 뒤,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가 태어난다. 역사적으로 위대하고 유명한 화가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대천사 중 하나인 미켈란을 의미하는 미켈란젤로의 이름을 가지고 태어난 카라바조지만 이름이 가진 성스러움은 그의 인성을 대변해 주지 못한 것 같다. 뛰어난 예술적 감각으로 로마에서 추기경의 눈에 띄어 후원을 받기 전, 밀라노에서도 분쟁과 싸움에 연루되었고, 로마에서도 활동을 하는 내내 각종 싸움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예술적으로 워낙 뛰어나 추기경을 비롯하여 각종 귀족이 카라바조의 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뒤를 봐주지 않았다면 39세까지 살지도 못했을 것 같다. 게다가 사회성은 얼마나 없는지 분명 귀족과 성당의 제작 의뢰와 돈을 받고 그리는 그림인데도 예수나 각종 성인을 부드럽고 온화한 천사의 이미지가 아닌 주름이 지고 허름한 옷차림의 가난하고 평범한 사람으로 그리고 있었다. 명화라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그림을 의뢰한 성당에서 절대 싫어할 유형의 그림이었다. 제작을 의뢰한 성당에서 거부된 그림을 추기경의 인맥으로 파는 것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돈이 없어 비참해질 인생이었다. 남들과 다르게 평범함에서 신성함을 본 것은 카라바조만이 가지고 있는 예술적 특징이었을 테고 자신의 혼을 갈아 넣은 뛰어난 예술작품이 거부되니까 그 충격으로 엇나갔던 것인지 아니면 원래 성격이 나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살인까지 저지른 후 도망친 몰타 섬에서 사면을 받고 기사 작위까지 받았으나 또 싸움을 하고 도망을 간다. 들끓는 예술성이 카라바조를 가만히 안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카라바조의 나쁜 인성이 부드럽고 온화한 예술에 먹칠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예술을 하는 사람이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하며 감정 기복이 심할 수는 있지만 끊임없이 사고를 치고 싸움과 행패의 원인이 되는 것은 별개 아닌가? 난 신이 있다면 카라바조를 만들 때 인성을 어디다 두셨는지 물어보고 싶을 지경이었다. 카라바조가 바로크 예술의 시작점이 된 것은 맞으나 그 끝은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