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늑대 사이의 학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시공사 / 2024년 10월
평점 :
늑대 사이의 학에서는 연산군의 사화로 부모를 잃고 집안이 망한 사람의 이야기로 복수와 혈전이 그려진다. 연산군이 사화를 일으킨 이유는 어머니에 대한 피의 복수일 수도 있겠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정치를 바로잡아 백성의 삶을 돕기 위해서였을 수 있다. 연산군의 피바람 부는 정치는 후대에 와서 역사서를 다시 읽고 해석하는 입장에서 '진짜로 연산군이 광기 어린 왕이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다수의 영화와 문학에서는 아직 연산군은 로마의 폭군으로 낙인찍힌 네로와 같은 운명을 가지고 있다.
소설에서 최악의 캐릭터는 자신이 암살당하고 폐위당할까 두려움에 사로잡힌 연산군이나 사화로 인해 가족을 잃은 사람이 아닌 권력을 쥐고 나라를 흔들려고 하는 우사용 대감이나 중추부지사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에서 연산군을 몰아내고 반정에 참여한 정치인은 세금 면제나 사병, 하인 하사 등 다양한 혜택을 받았다. 소설에서도 우사용 대감은 연산군의 휘하에 있던 여성을 첩으로 요구하는 행태를 보인다. 허주인 작가는 반란에 참여한 사람의 영웅적인 행태보다 상처 입고 약한 사람의 관점에서 최대한 소설을 쓰려고 한 의지가 엿보였다. 연산군이라는 캐릭터를 보다 더 다양한 관점으로 묘사하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자료조사를 철저히 하고 당시 백성의 삶을 소설에 많이 녹아내려고 하는 작가의 노력이 전작보다 많이 보였다. 권력이라는 늑대 사이에 있는 백성이라는 학이 날개를 사용하여 훨훨 날아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