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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우리는 먼지가 되리니 - 헤르만 헤세의 노년과 죽음에 대한 단상
홍성광 지음 / 사유와공감 / 2024년 9월
평점 :
수레바퀴 아래서와 데미안 때문인지 어떤 사람은 헤르만 헤세는 불안하고 안정되지 못한 청소년 시절에 읽는 책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다. 실제로 헤르만 헤세는 청소년 시절 장래와 종교 문제로 부모와의 불화가 있었다. 교회 출석을 1순위로 삼는 기독교 신앙을 강요하는 부모님과 안티 크라이스트를 쓴 니체의 책을 읽는 헤르만 헤세 사이에서 기독교를 바라보는 관점은 많이 달랐다. 헤르만 헤세는 신을 믿었지만 그 방향과 방법이 교회출석 의무는 아니었기에 부모와의 불화가 더 깊을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미래와 관련된 불화가 투영된 것이 수레바퀴 아래서이고 종교적 갈등이 투영된 것이 데미안이기 때문에 몇몇 사람이 생각하는 청소년 시절에나 읽는 책이라는 생각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데미안 같은 경우는 전쟁 중 불안했던 사회에서 당시 청년이 많이 읽었던 소설이라는 점을 볼 때 시대상을 잘 반영한 소설이기도 한 점을 알아두면 좋겠다.
'머지않아 우리는 먼지가 되리니'를 읽으면서 왜 헤르만 헤세가 찬란한 낭만주의 대열의 마지막 기사라고 표현되었는지를 알 것 같았다. 2번의 세계대전과 불안한 정세, 종교와 철학에 대한 부모와의 갈등에서 헤르만 헤세는 시대를 반영하는 감수성이 아주 짙은 낭만파였다. 3번의 결혼과 이혼보다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하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정원을 가꾸면서 자신의 감수성과 의지를 지켜낸 사람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단순히 불안했던 시대를 투영한 데미안 말고도 헤르만 헤세의 편지, 일기, 시, 산문을 엮은 '헤르만 헤세의 나로 존재하는 법'을 읽는다면 보다 철학적인 삶에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