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질은 부드러워
아구스티나 바스테리카 지음, 남명성 옮김 / 해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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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질은 부드러워'는 비인간 동물이 없어진 세상에서 육식을 선택한 인간 동물을 그린 디스토피아 소설답게 인간이 그렇게 외치는 '인간성'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이 되는 소설이었다. 인간 동물은 가축, 반려, 오락(동물원, 아쿠아리움 등) 등의 목적으로 비인간 동물을 대상화하였으나 알 수 없는 바이러스로 인해 더 이상 세상에 비인간 동물은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먹기 위한 가축으로서 대상화 한 비인간 동물인 돼지, 닭, 소 등이 없어지자 인간 동물은 같은 인간 동물을 가축으로 만들었다. 먹는 인간 동물과 먹히는 인간 동물의 차이는 없다. 대상화 시키는 존재와 대상화 된 존재가 일치하는데서 온 인지부조화를 '인지하지 못 하는' 인간 동물과 '인지하여 자기 혐오에 빠지는'인간 동물'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인간 동물이 죽는다면 그 사체를 누군가 먹을 수 있기 때문에 화장이 당연시화 되었고, 요양원에서 미연고자로 죽는 노인은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싼 고기가 된다.

인간 동물이 현재 비인간 동물에게 대우하는 방식이 소설 속에서 인간 동물에게 그대로 적용된다. 말을 하지 못 하는 존재로 만들기 위해 성대를 제거하고, 옷을 입히지 않으며, 좁은 곳에 여러 '마리'의 가축을 키우며, 공격성이 높은 개체는 격리시키거나 제거한다. 어떤 기준인지 알 수 없으나 혈통이 좋은 '순종' 가축은 약간의 특별대우를 해주지만 대부분의 수컷(남성) 가축은 거세를 시킨다. 반려화 된 인간 동물은 가축으로서의 용도도 포함되어 있기에 '살아있는 상태'로 몸이 잘린다.

부드러운 육질이라면 인간 동물은 같은 인간 동물 고기라도 상관없이 먹을 수 있는 것일까? '육질은 부드러워'를 읽는 육식주의자는 이 책을 혐오스러워할까, 아니면 같은 인간 동물이라도 '맛있겠다'라는 생각을 할까? 인간 동물에게 하지 못 할 행동이라면, 당연히 비인간 동물에게도 하면 안되는 것 아닌가? 그저 가축으로 대상화되었기에 괜찮은 것이라면 그 기준은 누가 어떻게 정하는가? 고기를 먹고 싶다면 이 질문에 먼저 답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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