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변호하는 일 - 무너진 한 사람의 빛나는 순간을 위하여
김예원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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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알던 사람이 쓴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행동은 퍽이나 어렵다. 은전언니나 규식이 형의 책이 그랬다. 예변의 책도 힘들었다. 읽는 것도 그리고 그 감정을 글로 풀어쓰는 지금도 힘들다. 어떤 일은 나도 알고 있던 일이었다. 예변이 일 하나를 맡아서 끝까지 처리를 할 때, 그냥 변호사로서 법적인 부분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었다. 변호사로서 일을 시작하였지만 성폭력 상담사로서 세심하게 감정을 살피고 사회복지사로서 자원을 알아보고 연결을 하였다. 예변이 성폭력 상담사 교육을 수료하고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딴 것은 당사자를 온전히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사람은 변호하는 일'은 변호사로서의 사례집이기도 하지만 사회복지사로서, 성폭력 상담사로서의 사례집이기도 하다.

한 초등학생에 친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을 때, 학교와 사회복지사는 당사자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전혀 하지 않고 무조건적인 분리를 진행하였다. 중간에 예변이 개입을 하였을 때, 이미 당사자는 2번의 자살시도를 하고 정신병동에 강제입원이 된 상태였다. 정신병동의 의사도 이 사람은 정신병동에 감금이 되어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을 하는데도 사회복지사는 그 사람을 사회로 복귀시키지 않으려고 했다. 예변은 처음부터 꼬여버린 실타래를 풀기위해 행정적인 절차부터 시작해 사회복지 자원을 연결하고 법적인 지원을 하였다. 행정적인 절차나 법에서 보면 이 당사자는 당연히 지역사회로 나와서 정당한 사회복지 지원을 받을 수가 있는데, 행정에서는 그것을 거부했다. 사례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늘 이렇다. 법과 지원체계가 있는데 사례가 없다며 사회복지지원을 거절한다. 그러면 시민단체에서는 지금의 이 일을 사례로 만들기 위해 일을 한다. 사례가 없다면 이후에도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지원이 거부당하기 때문이다. 예변도 그 문제를 알았기에 변호사로서 사회복지사로서 성폭력 상담사로서의 지식과 전문성으로 '왜 안되냐?'를 시전하며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사례를 만들었다. 예변이 만든 사례 덕분에 앞으로 누군가 같은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이 하나도 아니고 수천수만번 반복된다면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기 마련이다. 예변은 심지어 무료법률지원을 하고 있다. 법률지원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사, 성폭력 상담사로서의 지원 역시 무료이기 때문에 강연이나 교육 같은 기타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예변이 이렇게 일을 하는 이유는 지금 하는 일이 절실하게 필요한 일이라서 그렇다. 국가에서 제대로 일을 못하고 행정적인 처리를 못하니 누군가 해야하는 일이고 그 누군가가 바로 예변이다. 예변과 함께 장추련, 전장연, 발바닥, 이음의 활동가가 모두 함께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전장연이 지하철에서 시위를 할 때 대다수의 사람이 욕을 한다. 전장역 덕분에 만들어진 저상버스와 지하철에 만들어진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주로 전장연에게 욕을 하더라. 누군가 항의를 하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심장에 눌러쓴 글 한 자 덕분에 세상이 바뀌고 있고, 그 덕을 우리가 보고 있다. '왜 그렇게 까지 해?'라는 물음은 의미가 없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세상이 바뀌지 않고 한 사람의 삶을 지원할 수 없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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