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소녀들의 숲'을 읽고 나서 작가의 다음 소설이 궁금하여 도서관에서 '붉은 궁'을 빌리게되었다. '붉은 궁'은 인기가 많은지 예약신청을 하고 나서 2-3달 뒤에야 빌려 읽을 수 있었다. '붉은 궁'은 '사라진 소녀들의 숲'에 비해서 더 다듬어지고 조선시대 당시의 배경이나 민초의 삶이 더 묻어나는 글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마 '사라진 소녀들의 숲'의 배경은 제주였기에, 청소년 시절부터 외국에서 살아왔던 저자가 제주의 풍경과 감성을 담기에는 한국인의 삶을 살지도 않았고 역량도 부족했던 것이 원인이지 않았나싶다. '붉은 궁'의 경우 사도세자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져 있고, 궁과 서울이 배경이니 아무래도 찾을 수 있는 자료와 참고할 수 있는 서적이 많아서 더 매끄러운 묘사와 삶이 표현된 것 같았다. 소설 자체는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의녀를 중심으로 진행되나 글을 읽으면서 느껴진 것은 그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사람의 상처와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였다. 사람은 살면서 추위와 배고픔을 피하는 기초적인 욕구 외에도 인정욕구라는 것이 존재한다. 최소한의 안전이 보장 된다면 인간을 살게 만드는 것은 생리적인 욕구가 아닌 인정을 받고 싶다는 욕구이다. 신분차별이라는 제도가 존재하는 시절에 인정욕구는 언제나 비틀리고 상처를 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허주은이라는 소설가가 한국인이자 외국인의 시선으로 한국을 어떻게 묘사할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진 소설가로서 지속적으로 글을 써주길 바란다. 외국에서는 '붉은 궁'과 '사라진 소녀들의 숲' 외에 The Silence of Bones와 A Crane Among Wolves가 출간되었던데 곧 한국어로 번역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