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유발자들 - 인간 심리의 취약점을 이용하는 소셜미디어의 뒷이야기
맥스 피셔 지음, 김정아 옮김 / 제이펍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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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안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는 새로운 사회운동의 전환점이자 발상지였다. 그 중의 한 사례가 글로벌 소셜 미디어에서 이란 여성이 정치운동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2014년 시작된 페이스북 페이지 “나의 은밀한 자유(My Stealthy Freedom)”에서 이란 여성 베일 벗기 운동이 시작되었다. 이슬람혁명 이후 4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히잡 정책에 대한 여성의 저항적인 사회운동은 SNS에서 해시태그 운동 통하여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 여성 인권에 대한 새로운 물결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2019년에 중국 정부가 추진한 홍콩 범죄자 인도 법안에 반대하여 홍콩의 10대와 20대가 주축이 된 홍콩 민주화 운동도 SNS을 최대한 활용한 인권 운동 중 하나였다. 한 때는 사회를 보다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되었던 소셜네트워크에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순수선으로 전 세계에 보편적인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켜줄 것이라 생각된 소셜네트워크가 신나치주의와 보수우파 정치인의 홍보 메카가 되고 가짜뉴스로 사람을 선동하는 장소가 된 것은 바로 우리 모두가 거부할 수 없는 '자본주의'라는 늪에 빠져있기 때문이었다. 소셜네트워크를 운영하는 회사는 어찌되었던 수익성이 있는 사업을 해서 소셜네트워크 스스로의 가치를 높여 광고수익을 얻고 직원에게 월급을 주며 기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끔 자산이 형성되어야 한다. 대다수의 사람이 무료로 사용하는 SNS로는 '자본'(=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소셜네트워크를 관리하는 회사에서는 의식적으로 대중의 SNS 사용시간(체류시간)을 늘리고 그에 따른 광고 수익을 얻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사용자가 관심있는 분야, 심리상태를 파악하여 그에 따른 알고리즘 분석으로 콘텐츠를 추천하여 온라인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기업의 사명이 된 것이다. 이를 위하여 도덕성은 배제되고 사람보다 일처리가 빠른 AI 알고리즘을 도입하여 가짜뉴스나 과격한 영상으로 사용자가 점점 더 빠져들게 만든다. 책에서는 이를 '토끼굴'이라고 표현했는데, 토끼굴보다는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미노타우르스의 미궁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르스의 미궁으로 들어갈 때 출구와 연결된 실을 잡고 갔기에 미노타우르스를 죽이고 다시 미궁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도 SNS라는 미궁으로 들어가기 전에 미약한 정신줄이라고 잡는다면 다시 오프라인으로 나올 수 있지만, 그 정신줄를 놓친다면 기업이 만들어둔 알고리즘이라는 괴물에 발목을 잡히게 되버린다. SNS에서 네오나치와 신보수 우파에 빠져든 사람 대부분이 오프라인 관계를 지속적으로 하기 힘든 상황에 놓인 하나의 소외계층이었다. 집이나 사회적으로 오프라인 연결을 자주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SNS를 보며 자신의 취미와 관련된 영상을 보다가 알고리즘이 추천한 신나치즘과 보수우파 영상을 보고 점점 더 온라인에 갇히게 된 사람이었다. 단순히 온라인에만 갇혀 있다는 것도 문제지만, 거짓뉴스를 사실이라고 믿어서 자녀에게 예방접종을 하지 않거나 극단적인 총기 사건이 일어나는 상황까지 된다면 이는 모두의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큰 사건이 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기업일까? 아니면 나약한 우리의 심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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